[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5월 1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반격’이다. 지난 주까지 공격을 당하던 입장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주까지의 공격이나 이번 주의 반격이나, 싸움의 구도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 싸움의 구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식상하도록 익숙한 싸움의 구도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 시진핑의 유럽 순방
이번 주에는 전 세계가 시진핑의 발걸음에 주목했다. 유럽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을 시작했기 때문인데, 그 나라는 차례대로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다. 이것을 일종의 ‘반격’이라고 보는 건 프랑스와 세르비아, 헝가리 모두 중국과 접점이 있을 만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오르반 대통령이야 워낙 친중, 친러 성향으로 유명하고, 세르비아의 고위급 정치인들 역시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중국 쪽으로 쏠려 있는 국가다. 시진핑은 자신에게 유리한 국가들을 골라 방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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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의외일 수 있는데, 사실 두 나라는 ‘미국을 반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끝을 고하겠다’고 계속해서 발언해온 나라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기간 내내 ‘유럽이 작은 미국이 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미국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유럽이 미국에 휘둘리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숨겨온 적이 없는 게 마크롱이다. 그런 그를 시진핑이 딱 집어서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으로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유럽은 중국에 자꾸만 마지막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값싼 물건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기업들이 물건을 저렴하게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건,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대니 기업으로서는 물건 가격을 높일 이유가 없다. 유럽 기업들은 이런 지원이 없어 물건 값을 제대로 받을 수밖에 없고,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다. 유럽연합이 ‘불공정한 경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이번 시진핑의 방문은 이런 유럽연합의 날선 주장에 맞선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2. 애플의 때 이른 M4 발표
애플이 기습적으로 신제품을 공개했다. 아이패드 시리즈였다. 제품을 새로 만들면 대대적인 발표회를 진행하던 애플이, 이번에도 똑같이 하던 것을 한 것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아한 것들이 꽤나 많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의아함’은 M4 칩셋의 등장이다. 워낙 강력한 칩셋을 잘 만들던 회사이기 때문에 자사 최신 칩셋을 출시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전 칩셋인 M3가 출시된 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M3가 탑재된 신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나온 게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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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 새 칩셋이 아이패드라는 제품군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는 것도 의아하다. 보통 애플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시리즈를 통해 신형 칩셋을 선보이고, 그 다음에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적용하면서 사용자들을 늘려왔다. 아이패드로부터 최신 칩셋이 공개되는 일은 없었다.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최신 칩셋을 발표하는데, 그것도 아이패드라는 생소한 장비에 선탑재한 채 출시하는 것이니 애플 사용자들이라면 물음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뭔가 M4 출시를 굉장히 서두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빅테크 중에서도 선두 주자이면서 인공지능 경쟁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MS의 주가가 사상 최대치로 올라가고, 구글이 계속해서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신제품과 서비스를 내며, 엔비디아는 하늘도 뚫을 것처럼 성장하고 있는데 애플은 잠잠했다. 약간 늦었다 하는 메타도 자사 알고리즘을 오픈소스처럼 공개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는데, 애플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니, 아예 소식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번 M4 칩셋은 인공지능 관련 기능이 강화되었다는 게 강조된 것을 보면 이렇게 애플이 서두르는 이유에 인공지능이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반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패드’라는 것도 애플에는 적잖은 고민거리다. 컴퓨터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14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 애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중간에서 고유한 역할을 할 장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 중간 가교 역할의 장비는 개개인의 이동을 책임지는 자동차와 같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패드는 그 ‘고유의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노트북에 가까워져 가고 있고, 그래서 이미 소비자들은 ‘그 값 주고 패드를 사느니 노트북을 산다’고 수년 전부터 말하고 있다. 아이패드가 안 팔린다는 게 아니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M4가 아이패드의 애매함에 대한 반격이 될 수 있을까.
3. 푸틴의 다섯 번째 취임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 다섯 번째로 대통령 취임식의 주인공이 됐다. 대통령이긴 하지만 누구나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는 푸틴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결과가 뻔한 선거가 진행된 것이고, 그 뻔한 결과를 내기 위해 푸틴은 여러 가지 정치적 공작을 러시아 내에서 꾸준히 벌여왔다. 이것은 서방 세계의 큰 비판거리가 됐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왕따’가 되어가고 있는 푸틴은 대통령 선거 건으로도 다시 한 번 세계적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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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푸틴이 그 비판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리가 없었다. 취임식 하루 전날 그는 폭탄 선언을 하는데, 바로 전술 핵 훈련을 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술 핵’은 소형 핵 무기를 말한다. 히로시마 원자탄처럼 적국의 도시를 통째로 불태우는 그런 규모의 핵 무기가 아니라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즉 현재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핵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푸틴은 전술 핵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협박을 틈틈이 했었지만, 실제 훈련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최근 봄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다시 무기 지원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법안이 극적으로 통과됐고, 영국에서도 “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한다”까지 입장을 바꿨다. 유럽연합은 동결된 러시아 자금을 가지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취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세계적으로 주춤해지면서 러시아가 승기를 잡아가는 마당에 다시 한 번 위기의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꼭 승리해야만 하는 푸틴으로서는 반격의 무기로 핵을 거머쥘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4. 틱톡의 미국 연방 정부 고소
미국에서 수년 간 수난시대를 겪고 있는 틱톡이 결국 미국 연방 정부를 고소했다. 미국에서 얼마 전 틱톡 관련 법안이 새롭게 통과됐기 때문이다.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바이트댄스라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미국 기업에 매각되면 틱톡은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사업을 할 수 있다. 아니면 나가야 한다. 이 법안은 ‘틱톡’이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누가 해석해도 틱톡에 적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틱톡은 이것이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수천만 명 사용자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해석한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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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미국 기업에 판매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미국 틱톡’이라는 사업이 바이트댄스 그룹사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틱톡은 바이트댄스가 자랑하는 고유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소셜미디어다. 미국 기업에 틱톡을 판매하려면 이 고유 알고리즘도 같이 넘겨야 한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장을 획득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알고리즘을 포기하는 건 바이트댄스 입장에서 소탐대실이다. 게다가 논란의 대상이 된 틱톡을 비싼 값에 구매하려는 기업이 미국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예측도 있었다.
예측대로 틱톡은 구매자를 찾는 대신 법 전문가를 찾았다. 그리고 미국 연방정부의 주장은 위헌이라며 소를 제기했다. 법안에 명시된, ‘270일 안에 거래를 완결지으라’는 내용은 사실상 그냥 시장에서 사라지라는 소리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바이트댄스는 정부를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바이트댄스 측의 움직임을 두고 “틱톡을 절대로 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 반격의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5. 딥페이크 반격에 나선 오픈AI
갈수록 진짜와 똑같아지는 인공지능 때문에 계속해서 경고가 나오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 때문에 이미 사회적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기도 하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딥페이크로 여학생들을 성희롱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에 따라 딥페이크 사용 자체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딥페이크 음성 때문에 회사 돈을 엉뚱한 곳에 입금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으며, 정치적 공작을 위해 딥페이크가 사용되는 사례는 훨씬 더 많다. 이미 작년에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당분간 인공지능 개발을 자제하고 가이드라인부터 만들자’는 서신을 작성해 서명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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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대가인 오픈AI가 나섰다. 이번 주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탐지하는 기술을 공개한 것이다. 일단 전체 공개는 아니고,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색출해내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과 단체들에 먼저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완성품이 아니라 실험 단계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AI는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딥페이크와의 싸움은 단번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딥페이크 vs. 딥페이크’의 싸움은 끝없이 물고 물리는 술래잡기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교묘한 콘텐츠를 만들면, 반대 쪽에서 그걸 탐지하는 기술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러면 다시 다른 쪽에서 그 탐지 기술을 회피할 방법을 고안할 것이며, 그 회피 방법마저 아우르는 탐지 기술이 다시 나오고, 그걸 또 피하는 게 반복될 거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보안 업계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벌어진 일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 번에 끝장내는 게 아니라 영원히 반격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오픈AI가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종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싸움에서 중요한 건 반격자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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