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에 대한 판결이 곧 내려질 예정이다. 이 논란의 인물을 미국으로 인도하느냐 마느냐를 영국 법원이 결정한다. 미국은 어산지를 스파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며,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75년형을 받을 수 있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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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의 판결은 버네사 버레이처(Vanessa Braitser) 판사가 맡을 예정이며 그리니치 표준시 기준으로 월요일 오전 10시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니치 표준시 10시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7시를 말한다. 재판이 열리고 있는 법원 앞에는 어산지의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와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미국이 그를 스파이라고 보는 반면, 그의 지지자들은 어산지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몸소 실천하는 참 언론인이라고 주장한다.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 정부 기관들의 웹사이트를 해킹해 당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던 전쟁과 관련된 기밀 문서들과 외교 채널에서 오가던 정보들을 공개했고, 이 때부터 미국 정부와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 MIT 교수이자 유명 오피니언 리더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산지가 결국 미국으로 와 최고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대단히 불공평하고 부당하지만 힘의 차이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물론 오늘 영국 법원이 어산지의 미국행을 결정한다고 해서 그가 내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어산지인지라, 오늘의 결정에 대해 항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때문에 그가 실제 인도되는 시기는 기약 없이 연기될 것이다. 만약 영국 법원이 미국행을 막는다면 어산지는 영국 감옥에서 오랜 시간 복역해야 한다.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어산지 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미국으로의 인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앞으로 언론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침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어산지가 영국의 감옥에 남아 있게 되더라도 지지자들은 어산지의 승리, 보다 정확히 말해서는 ‘표현의 자유의 승리’라고 해석할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이번 재판에서 영국 법원은 어산지의 과거 행적이 유죄이거나 무죄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사이의 범죄인 인도 조약에 어산지를 적용시킬 수 있는지만 판단한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이 최종 결정인 것도 아니다. 만약 미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영국 내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이 선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물론 어산지가 항소하면 내무부 장관에게 결정권이 가지도 않는다.
모든 절차 후 어산지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면, 그의 처벌이나 사면에 관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인물은 다름 아니라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어산지를 “하이테크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라고 부른 바 있다. 따라서 바이든이 그를 사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현 대통령도 최근 여러 중범죄자들을 사면했지만 어산지는 그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도는 오로지 법리적인 개념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레이처 판사가 순수 법리주의적인 차원에서 뭔가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영국 내무부 장관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이 어느 순간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촘스키 교수도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 것이다. 미국 정부를 대변하고 있는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변호사는 “범죄 행위를 저널리즘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3줄 요약
1. 영국 법원, 어산지의 인도를 오늘 결정.
2. 오늘 법원이 찬성하면 영국 내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
3. 물론 어산지는 항소할 것이 분명해 당장 미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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