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찰청 황세웅 위기협상 전문위원
[시큐리티월드 김태형] 경찰청 위기협상 전문위원이자 수원여대 보건행정학과에서 후학 양성을 하고 있는 황세웅 교수는 미국 FBI의 ‘위기협상’ 과정을 이수한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위기협상 전문가로 꼽힌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청 대테러센터에서 근무했던 황 교수는 지난 2004년 FBI의 위기협상교육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11년간 위기협상 분야의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테러 및 안전 분야 전문가인 그를 만나, 위기협상전문가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최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사 테러사건과 관련한 국제 테러 동향에 대한 이야기와 국내 테러대응체계에 대해 견해를 들어봤다.
테러사건이나 인질사건, 그리고 자살시도와 같은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건 당사자와의 ‘협상’이다. ‘위기에 대한 협상’을 통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위기협상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주를 이루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흔한 총기소지로 무력으로 진압하기 힘든 위험한 상황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위기 협상기술이 발달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황 교수가 지난 2009년에 ‘위기협상론’이라는 책을 처음 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황세웅 교수는 “인질, 테러범, 가정폭력, 자살기도자 등 각종 위기상황에서는 대부분이 물리력으로 진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위기협상 전문가가 나서서 협상을 하게 된다”며 “지난해 3월 발생한 압구정 제과점 인질사건과 5월에 발생한 부산 편의점 인질사건에서처럼 범인이 인질 목에 흉기를 대고 위협하는 경우 무리하게 진압하려고 하면 인질이 크게 다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경우 최대한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위기협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고조로 테러위험 더 높아져 우리나라도 국제 테러조직에 의한 인질사건 피해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4년 故 김선일 씨 사건과 2007년 샘물교회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황 교수는 경찰청 대테러 위기협상전문 요원으로서 정부 관계자들과 당시 인질사건의 상황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테러 및 위기협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국제적인 테러 추세는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조직들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러조직의 소탕을 위해 본거지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선제공격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IS, 알카에다 등의 테러조직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더욱 강성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의 본거지를 다 소탕했다면 이후의 테러사건이 없어야 하는데 이슬람권의 반발은 더 커졌고 테러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 또한, 최근 무함마드가 나체로 성적 포즈를 취한 만평을 게재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사의 보복 테러에서 보듯, 이슬람권의 테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과 충돌로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뿌리 깊은 갈등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 즉 종교와 문명이 개입된 충돌은 잔인하고 끝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던 전쟁이 20여 년 전 발생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싸운 보스니아 내전이다.
황 교수는 “이번 프랑스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은 지난 2005년 덴마크 일간지에서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이 시초가 됐다. ‘율란츠 포스텐’이라는 덴마크 일간지에서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무함마드가 천국에서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그려 이슬람권에서 격렬한 비난과 보복 살해 위협을 촉발시켰다. 이를 그린 만평가는 자택에서 테러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 이후에도 2012년에 무함마드를 호색한 등으로 비하하는 미국 영화 ‘무슬림의 무지’를 인터넷으로 유포해 이슬람권에서 항의시위가 확산되기도 했다”면서 “급기야 올해 1월 7일에는 프랑스에서 끔찍한 보복테러가 또 발생했다.
이러한 이슬람권의 보복행위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에서는 이슬람권에 대한 혐오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독일에서도 이슬람 혐오 모임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의 역사와 같이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로서 이슬권의 반감만 더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 서방세계에서 이슬람권을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유럽의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일자리가 부족한데 힘들고 어려운 일은 이슬람 이민자들과 그들의 2세들이 차지하고 있어 유럽 사람들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이들에게 돌아가라고 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은 경제적·종교적·정치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테러에 안심할 수 없어 황 교수는 “이러한 행위들은 대테러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기 때문이다. 당시 빈 라덴은 파병국에 대한 보복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면서 “이들의 보복 1순위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서방국가이고 2순위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호주 등이다.
이에 한국도 이미 이들의 공격대상에 속해 있어 100%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故 김선일 씨 사건에서 테러조직들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라’는 조건을 걸었으며, 샘물교회 선교단 납치사건에서도 이들을 납치한 탈레반 측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 군대 철군’을 요구했다.
이번 프랑스 샤를리 엡도 테러의 경우 프랑스 정부는 이번 테러 사건의 범인들이 예맨 등지에서 훈련을 받고 들어온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험인물로 도청·감시 등의 밀착감시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최근 이들의 활동이 잠잠해져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고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부나 정보기관에서 국제적인 주요 위험인물에 대해 감시하고 있지만 중동 테러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밀착감시 등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도 중동이나 이슬람권에 대한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의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은 모두 오픈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테러 등의 공격행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오픈되어 있는 다중이용시설의 보안과 안전을 위해서는 출입통제나 돌진 차량 및 폭발물 차단을 위한 시설과 인력 등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이라크 등의 호텔에서는 차량 방어벽이나 폭발물 차단벽 등이 아주 잘 설치되어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테러에 대한 낮은 의식과 무방비는 더욱 위험한데, 무엇보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사례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보안강화를 위한 예산확보·정책수립 등이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점점 더 위험해지는 사회 그리고 국내에는 수많은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이슬람교도들도 많기 때문에 종교적 이해도를 높이는 등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또 테러는 단순 범죄에서 재난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말했다. 폭발물 등으로 인한 대형 화재나 건물붕괴 등 2차 재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리고 반정부 단체나 불만세력, 여타의 범죄조직들이 국제 테러조직을 따라하는 모방 범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에 다각적인 테러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황세웅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교 울리히 벡 교수가 위험사회론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그는 대형 재해재난은 후진국보다는 산업화된 사회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초대형 빌딩이나 대형선박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곳에서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사회는 점점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해진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안전교육이나 시설 등의 안전망을 더 많이 구축해야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회가 발전할수록 안전 교육과 시설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진보가 우리를 더 위협할 수 있어 시큐리티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황 교수는 “향후 안전 분야의 교육 강화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안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해 나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자살기도·인질극·가정폭력 사건에도 위기협상가 투입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서 협상전문가로 활동한 그는 전국의 경찰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으며 현재 33명의 협상전문 교육 강사를 양성했다. 이들은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서 경찰들을 대상으로 위기협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위기협상가들은 경찰업무 일선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살기도, 인질극, 가정폭력 등의 사건에 투입되어 사건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
황 교수는 “그동안 이와 같은 위기협상가들이 출동한 사건들을 보면, 실제로 인질이나 테러사건보다는 부부싸움이나 가정폭력, 자살기도 등과 같은 개인적인 사건들이 많았다”면서 “위기협상가가 나서서 어렵게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결국에는 난동이나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건 현장에서 위기협상가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에 대해 그는 “이러한 훈련을 받지 않은 경우, 높은 건물의 옥상이나 한강 다리 위에 올라가 자살기도를 하려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그 대상자에게 위험하니까 우선 내려오라고 종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면서 “하지만 죽을 생각을 하고 높은 곳이나 다리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처음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한다고 곧바로 네, 알겠습니다하고 내려올 사람은 없다. 우선 그 대상자가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지,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를 잘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살하려는 이유를 알아내고 그렇게 얘기하는 과정을 통해 대상자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대상자와 라포(Rapport :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자살하려는 결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 위기협상가들은 화술과 범죄학, 프로파일링 등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을 다루는 심리학은 물론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표정이나 몸짓도 큰 의미가 있어 이를 대비한 훈련 등이 필요하다. 황 교수는 이와 같은 위기협상이 사건사고나 범죄현장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현재 강연과 서적 발간 등의 다각적인 활동을 하면서 ‘위기협상’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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