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나서 지식재산 중요성 제고해줘야
[보안뉴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특보단(단장 오영식) 산하 지식재산특보단이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재명 후보와 함께하는 과학기술·지식재산분야 정책제언 전달식을 통해 핵심 정책 추진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최고 수준의 인력 확보를 연구자 처우 개선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 조성과 연구기관의 자율적 운영 보장 △창의성 중심의 평가체계 등 과학기술에 적합한 조직문화로의 전환 등이 포함됐다.
또 △지식재산비서관 신설 등 범정부 차원 지식재산 컨트롤타워 설치 △특허심사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등 신속한 권리확보 지원 △지식재산·기술분쟁 해결에 최적화된 지식재산 사법제도 개선 등도 제안했다.
아울러 첨부된 정책 제안서에는 △과학기술인 중심의 국가 연구개발(R&D) 체계 개편 △국가 지식재산 전략 체계화 △스타트업·중소기업 중심 기술 보호 강화 △AI·데이터 기반 지식재산 제도 혁신 △지재권 소송제도 혁신 등의 방안이 담겼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지난달 28일 모 신문에 게재된 기사다. 지식재산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 제언을 하고 있고, 귀담아 들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정책 제언이 어떤 관점에서 제안되었는지 배경은 모르지만, 이재명 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한 마디 첨언하고자 한다.
글로벌한 기술의 발전은 어제오늘이 달라질 정도로 빠르고, 선진국들은 거의 동등한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나 국가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얼마되지 않아 더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AI 기술만 해도 Chat GPT가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구글의 Gemini를 비롯해 Open AI의 DALL-E 3, Stability AI의 Stable Diffusion 등 다양하고 진보적인 생성형 AI가 속속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딥시크가 등장했다. 누군가 앞서 나가면 바로 뒤이어 이를 능가하는 기술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어제의 기술이 오늘에 진부해지는 초고속 기술발전의 시대에 글로벌 강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의 무기는 무엇일까?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대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이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통부는 주요 5개국의 11대 분야 136개 핵심 기술을 비교·평가한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핵심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 한국 기술 수준이 중국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분야에서는, 중국의 경우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화웨이 등 플랫폼 대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코트라 중국 청두무역관의 ┖추격자에서 선도자 꿈꾸는 중국 AI 굴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약 2600~2800조원 규모이고, 2035년이 되면 약 5900조원에 이르러 전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가진 중국 같은 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어 모든 분야에서 선두가 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어떤 기술분야에 우리가 강점이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백화점식의 투자와 지원은 고만고만한 기술력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분야의 파운드리 산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투자와 지원을 통해 세계 1위의 파운드리 기업을 보유하게 되었고, 중국은 반도체, AI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참고하여,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전략을 반드시 세우고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 한가지를 새 정부에 부탁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소위 지식재산의 주요국가로 불리는 IP5에 해당하는 국가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규모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작아 한국의 내수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눈에서 볼 때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사법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특허권자를 얼마나 강하게 보호하든지 해외의 글로벌 기업이 특허출원이나 분쟁을 한국으로 오도록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강점을 살리는 것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우리 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수많은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재산을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 된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세계시장의 1위가 되었고,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우리 기업들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등의 후발기업들과의 경쟁 또는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5월 30일 여러 매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배터리 기업 선와다를 상대로 한 배터리 분리막 특허를 침해에 따른 가처분 신청이 독일 뮌헨지방법원에서 5월 22일 인용됐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뿐만이 아니며, 다른 여러 한국의 기업들도 속속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는 품질이나 기술력으로 중국 등 후발 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지식재산권의 활용과 행사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과 전망에 발맞추어 새로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적절히 확보하고 활용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자신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필요한 지원과 제도의 개선에 눈을 돌릴 것을 간곡히 바란다.
[글_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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