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는 일본영화 <데스노트>를 모방한 ‘빨간 일기장’이 초등학교 주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에게 저주가 걸린다는 이 공책은 빨간 바탕에 피라도 흘러내린 듯 한 글씨체로 ‘빨간 일기장’이라고 적혀 있으며, 머리부터 발 끝까지 붕대로 감은 캐릭터가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생각하며 사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표지 안쪽에 설명돼 있는 공책 사용법에 나와 있는 내용은 더욱 섬뜩하다. 이 일기장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어디선가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검은 기운이 맴돌게 된다. 이름이 적힌 사람은 마이너스 점수와 경고를 받게 되고 주문에 걸리게 된다. 이 일기장에 3번 이상 이름이 오른 사람은 레드카드를 받게 된다.
일기장의 각 페이지에는 온 몸을 붕대로 감은 캐릭터가 있으며, 일기장에 포함돼 있는 ‘공격스티커’라는 것을 인형의 각 부위에 붙이면 일기장에 이름이 적힌 사람의 해당 부위에 타격이 오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한 권에 3000원 가량 하는 이 공책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학교 앞 문구점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문구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쓴 일기장에는 싫어하는 선생님괴 친구들에게 “죽어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으며, 싫어하는 사람의 캐릭터를 그리고 머리와 가슴, 손, 발 등을 빨간 펜으로 찔러놓았다.
이 공책에 대한 어린이들의 평가 역시 섬뜩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 평가는 애교에 가깝다. ‘예쁘다’ ‘갖고 싶다’ ‘사용해 봤는데 재미있다’ ‘저주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다’ ‘다 죽여 버리겠다’고 밝히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연필로 하면 효과 없다’며 친절하게 저주를 내리는 설명을 곁들이는 어린이도 있다.
이 공책의 사용설명서에는 “이 다이어리의 소유자가 지나친 주문을 걸 경우 오히려 자신에게 화를 미치므로 조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화해할 수 없는 증오심을 키우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빨간 일기장 뿐 아니라 온·오프라인에는 인형에 못을 찌르게 하는 등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저주상품이 넘쳐나고 있다. 인형 등에 저주를 하면 그 사람에게 실제로 저주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무 제약 없이 이러한 물건을 살 수 있어 어린이들이 폭력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어른들의 상업성에 휘둘린 어린이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길들여지고 ‘저주상품’을 통해 폭력성을 더욱 키우게 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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