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신호로 작동하는 ‘e로란’ 기술, 한국·미국·영국·러시아도 도입 고려 중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사이버 공격에 안 당하려면 사이버 기술을 안 쓰면 된다? 얼핏 무식한 발상 같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전 세계 선박들이 사이버 위협 때문에 최신식 인공위성 기술을 버리고 2차 세계대전 때나 쓰던 라디오 기술을 다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iclickart]
다수의 외신은 한국 선박이 ‘e로란(eLoran: enhanced Long Range Navigation)’이라는 대안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라디오 신호로 작동하는 내비게이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도 e로란 기술을 도입하려고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e로란은 2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로란(Loran: Long Range Navigation)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e로란 개발자들에 따르면, e로란은 GPS보다 130만 배나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의한 전파 방해가 어렵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GPS의 아버지’로 알려진 미국 엔지니어 브래드 파킨슨(Brad Parkinson)은 “e로란은 이차원적인 시스템으로 GPS만큼 정확하진 않지만 GPS와 완전히 다른 주파수를 강력한 신호로 제공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는 “의도적인 전파 방해나 스푸핑 공격(spoofing: 잘못된 위치 정보를 주는 것)을 막는 데 e로란이 효과적”이라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선박의 위치를 파악할 때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사용돼왔다. GPS는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받아 위치를 계산하는 시스템으로 대개 내비게이션 장치에 쓰인다. 그러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해커의 전파 방해(jamming)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례로, 작년 3월 한국은 북한의 전파 방해를 받아 약 700척의 어선을 항구로 돌려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전파 방해는 약 일주일간 지속됐으며 1,000여대의 비행기도 포함됐다. 선박은 백업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보다 GPS 공격에 더 취약하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GPS 공격 시 배가 좌초되거나 다른 배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전 세계 무역량의 90%가 선박으로 움직이는데, 항로가 계속해서 붐비면서 각종 위험이 더 많아졌다고도 말했다.
로이터는 한국 해양수산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2019년까지 e로란을 세 군데에서 시험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부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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