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직접 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한국과 미국이 가지고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 최악의 상황은 핵, 미사일 시설을 직접 타격해 그 뿌리를 뽑는다든지, 아니면 북한 권력의 최고 정점인 김정은을 제거해 ‘레짐 체인지’를 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두 개의 옵션은 그리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성공’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후부터 앞서 열거한 두 가지의 옵션은 점점 현실적인 카드가 되고 있다.

[사진=iclickart]
미국의 폼페오 CIA 국장도 한 보수진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했으며, 특히 대통령이 외교로는 안 되는 지점에 이른 것 같다’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비밀 작전을 포함한 다양한 대북작전 초안을 짜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유사시 사실상 최고 수위의 군사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오 CIA 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이(북한의 도발)를 방지할 수 있는 옵션은 줄어들게 된다”라고 한 언론에서 말했다.
이 옵션 가운데 김정은을 제거하는 참수작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8월 말 진행될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대테러 전담 특수부대와 미 산악사단 부대가 대규모 참가할 예정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자신이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전용차량마저 버리는 등 미국의 참수부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대북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김정은이 밤에 편안하게 잠을 자면 안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실현 여부를 떠나 미국은 일국의 대통령이나 ‘수장’을 ‘제거’한 예가 적지 않다. 9.11 테러의 총기획자 오사마 빈 라덴을 10년 추적 끝에 마침내 제거한 것이 대표적 예다. 김정은도 이런 사례를 눈 여겨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참수작전은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
군사전문가들은 몇 가지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특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멋지게 강하한 뒤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표적을 찾아내는, ‘고전적인’ 방법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군사평론가인 세라 미쓰히로(世良光弘)씨는 “특수부대가 스텔스 헬기로 북한 안에 들어가 김정은을 살해하는 참수작전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 작전은 성공을 해도 퇴로를 확보할 수 없어 특수부대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고난도 작전임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미군이 다 알고 있다는 북한 내 김정은의 거점을 포함, 약 1,200곳을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 등으로 일제히 국부공격(Surgical Strike)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전은 제2차 한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럽다. 특히, 북한의 반격으로 한국인은 물론 한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미군에게도 막대한 인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외부’의 방법이 아닌 ‘내부’에 의해서 김정은을 제거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ICBM 발사가 북한 내에서 ‘미니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더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주민들은 (미사일) 발사 성공을 기뻐할지 모르지만, 김정은 체제가 출범된 후 고위 간부의 숙청, 강등, 살해 등이 반복되면서 김정은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그 규모를 더 확장시킬 수 있다. 더 이상 김정은의 폭주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단독 혹은 10명 정도의 소그룹이 김정은 암살을 실행하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 여기에는 한미일 정보기관과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는 이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한미일 정보기관의 공조로 북한 내 反 김정은 세력을 포섭해 그들을 ‘암살무기’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또한 2015년 10월, 한미는 전시에 북한 김정은 등 수뇌부를 참수하는 내용의 작전계획 5015(Operational Plan 5015, OPLAN 5015)를 만든 바 있다. 작계 5015는 작계 5027의 후속 작전계획으로 한국의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에도, 북한의 전면전·국지전 등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우리 군은 올 연말 ‘김정은 참수부대’를 창설한다. 공식명칭은 ‘특수임무여단’으로 국방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연내 출범할 예정이다. 시기와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특수작전용 무인정찰기와 유탄발사기, 특수수송 개량헬기를 보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블랙호크(UH-60)를 야간침투 작전에 필요한 성능으로 개량시켜 투입하고 치누크(CH-47D) 헬기도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작전명 넵튠스피어)을 진행했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6팀(일명 데브그루)도 특수작전용 헬기를 이용해 야간에 침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대북 심리전이자 위협수단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특임여단이 공격해 발각될 경우나 그보다 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반도의 군사대결 성격상 전면전까지 각오해야 한다. 결국 안으로부터의 쿠데타나 김정은 최측근 그룹과의 작전공조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전망이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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