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전응준 유미 법무법인 변호사]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는 오브젝트 코드나 실행 코드로 배포할 수 있고 굳이 소스코드의 형태로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는 태생적으로 영업비밀로서 관리되기에 적합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를 영업비밀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밀관리 행위라는 일정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스코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소스코드가 비밀정보라는 외부적 표시를 하는 것이 비밀관리행위의 주요 내용이다.

반면,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특별한 방식이 필요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형태로 작성되기만 하면, 그것이 선행하는 프로그램의 데드 카피가 아닌 한 대체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프로그램의 표현, 현실적으로는 소스코드 문자열의 문법적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 내에서만 저작권의 효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소스코드 표현은 다르지만 프로그램의 동작, 기능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의 법적 보호수단을 고민하는 경우 위와 같은 법적 보호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 영업비밀 침해 사건
소프트웨어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사건의 전형적인 예를 생각해 보자. 편의를 위해, 여기에 소스코드에 대한 비밀관리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전제한다. X라는 회사가 일정 부분의 오픈 소스를 활용해 A라는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프로그램의 작성에는 Y1, Y2가 관여했으며 이들은 A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보유한 채 임의로 퇴사하고 Y라는 경쟁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Y는 A 프로그램과 유사한 B 프로그램을 시중에 출시했다. 그로부터 2년 후 X는 Y에 대해 저작권과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형사고소 및 침해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양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감정해 보니, 변수명, 함수명, 데이터 선언, 함수 호출 관계, 제어문 사용 등에서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발견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대략 4가지로 정리되는데, 이는 저작권법상의 업무상 저작물 규정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해당한다. 첫 번째, 2개의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유사해야 법률상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두 번째, X는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나 소를 제기했는데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이 지난 것은 아닌가. 세 번째, X의 A 프로그램은 오픈소스를 일부 활용하여 작성됐고 Y는 B프로그램도 오픈소스를 재사용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제작된 프로그램도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네 번째, A 프로그램은 자연인인 Y1, Y2가 제작했으므로 이를 당연히 X사의 소유로 볼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4가지로 요약된다.
영업비밀보호법 적용하면
저작권보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유리
첫 번째, 프로그램의 양적·질적 유사성 정도는 일률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 양적으로 60%가 유사해도 이를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반면 코드 표현상 30% 정도 유사해도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사안이 있다. 이는 저작권법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중요 주제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서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와 같은 저작권법의 논리적 구성으로 인해 소스코드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법보다 영업비밀보호법을 주장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영업비밀보호의 경우, 소스코드 도용의 범위를 저작권법보다 어느 정도 넓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서도 Y의 B 프로그램이 X의 A 프로그램을 참조했다는 사정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두 번째, 영업비밀이 비밀로 관리되면 보호기간의 제한이 없다. 그것이 보호기간의 제한이 있는 특허권이나 저작권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의 종업원이 퇴사 후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무단 사용한 경우 일정한 기간 내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을 제한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해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 내지 시간 절약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이 같은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보장과 인적 신뢰관계의 보호 등의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IT 업계의 경우 법원은 1년 내지 2년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인정하는 예가 많다. Y가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나 독자개발 등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해당 정보를 취득하기까지 대략 1~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사안에서 X는 A 프로그램을 영업비밀로는 인정받을 수 있으나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나 Y의 B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중지나 폐기청구는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영업비밀 보호기간으로 인정되는 기간까지의 손해배상청구, 형사고소는 가능하다. 영업비밀 보유자로서는 이러한 법원의 실무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라도 별도 투자했다면 보호
세 번째, 오픈소스를 활용한 것이므로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는 논지는 설득력이 있다.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비밀관리성이지만, 영업비밀은 비공지 즉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건이다. 그러므로 해당 프로그램이 오픈소스를 100% 그대로 재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오픈소스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면서 별도의 코딩작업을 수행하고 여기에 상당한 노력, 비용을 투입한 경우라면 해당 프로그램을 영업비밀의 보호대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문제다. 법원은 GPL을 따르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만들어진 상용 프로그램에 대해서 영업비밀 해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 경우는 위 상용프로그램이 GPL의 소스코드 공개의무를 위반한 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상용프로그램이 실제로 공개된 바 없다면, 법원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오픈소스를 일부 활용했다는 점만으로는 영업비밀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업무상 저작권의 최종 권리자는 누구
네 번째, 저작권법, 특허법 등의 지적재산권법 시스템은 지적인 창작물에 대한 최초의 권리를 해당 창작물을 실제로 창작한 자연인에게 부여한다. 다만 특허법의 직무발명 제도, 저작권법의 업무상 저작물 제도에 의해 회사의 종업원이 직무범위에서 창작한 지적 창작물에 대해서는 그가 속한 회사가 최종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에는 이러한 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되고 있지는 않으나 같은 맥락에서 회사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법의 직무발명은 회사가 최종적인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창작자인 종업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저작권법, 영업비밀보호법에는 창작자인 종업원에 대한 보상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 관점에서 저작권법 등의 일방적인 회사 소유 인정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최근 하급심 법원도 저작권법의 업무상 저작물 규정에 대해 위헌 심판 제청을 했다고 한다. 위헌 여부를 떠나 위 제도에 대한 깊은 논의가 기대된다.
[글_ 전응준 유미 법무법인 변호사(ejjeon@you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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