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돕겠다는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쉬워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페이스북이 비즈니스 허브를 런칭했다. 매월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전 세계 17억 9천만 명이고 한국에서만 1천 7백만 명인 이 대형 플랫폼이, 당신들의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인 댄 니어리(Dan Neary)가 방문해 브리핑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사용자를 갖추고 있는 회사의 자신감인지, 이들이 나눠준 브리핑 자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뿐이었다. 급격한 성장을 나타내는 촘촘한 날짜들과 천문학적인 사용자수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했다. 이 정도 사용자 수와 성장 역사로 이루어진 장을 열어둘 테니 얼마든지 사업을 벌여보라는데 말 그대로 반박불가의 느낌.
페이스북이 런칭하는 비즈니스 허브란 서울의 역삼동 캐피탈타워 22층에 마련되어 있으며, 여기에서는 억 단위 사람이 몰려 있는 대규모 플랫폼에 ‘광고인 듯 아닌 듯’ 한 콘텐츠를 제작해 사업을 촉진시키는 방법과 노하우가 교육될 예정이라고 한다. 즉, 페이스북 사용자가 좋아할만하거나 광고인 줄도 모르는 광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좋아요’를 수집하고 싶어 하는 기업 경영진들의 간지러운 곳을 제대로 찌르고 나선 움직임이다.
이는 알게 모르게 이미 치열하게 시작된 거대 플랫폼들 간의 전쟁에 페이스북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참전한 것과 같다. 네이버가 검색 기술과 웹툰, 네이버 페이 등을 제공하는 것, 구글이 구글 독스나 번역 서비스, 유튜브 등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등을 무료로 퍼주는 것, 카카오가 택시에 페이에 쇼핑에 게임까지 진수성찬을 끊임없이 차리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제발 우리 생태계(플랫폼)에서 나가지 마세요. 조금 더 머물러 주세요, 사용자님들.’
카카오에서 대화하고 쇼핑까지 하면서 선물을 주고받고 택시까지 잡아 목적지까지 가면서 게임도 한두 판하고 택시비 결제까지 완료하게 되니 우리는 카카오를 굳이 나갈 필요가 없게 된다. PC를 켜고 크롬으로 구글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고 워드나 액셀에 해당하는 구글 독스에서 문서 작업도 하면서 지메일로 이메일을 보내면 우린 구글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 네이버 웹툰을 보고, 각종 시국선언 관련 뉴스도 읽어 가면서 내 블로그에 새로 산 핸드폰 리뷰 글을 네이버 캐릭터 이모티콘을 도배해 올리면 내 사이버 세상은 온통 초록색이다.
뭔가 사용자들을 잡아끌어 가두겠다는 ‘가두리 양식 경쟁’이 치열하다. 덩달아 사용자는, 큰 바다로 가는 길을 막아선 거대 양식장 울타리와 그 안에 있는 화려한 먹이들 앞에 눈이 가려진 물고기 취급받는 느낌도 든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한 가지 먹이를 더 추가한 것이다. ‘사업의 성공’이라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댄 니어리 부사장은 브리핑에 help라든가 enable이라는 단어를 많이도 반복했다. 하지만 어떻게 돕고 사업을 활성화시키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뒤이어 진행된 Q&A 세션에서 나온 질문들 대부분 이 ‘구체성’을 묻는 것이었다.
물론 페이스북이라는 양식장 혹은 생태계는 잠재적인 소비자들이 바글바글한 플랫폼이 맞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기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세상 그 많은 사람들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그러모은 것도 능력이다. 다만 이러한 ‘팩트’가 페이스북이 오늘 풍긴 뉘앙스처럼 중소기업의 달콤한 성공을 위한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는 없다는 거다. 결국 그 많은 소비자들을 낚아 올리는 건 사업자 자신의 몫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브리핑 시간에 소개된, 페이스북을 통해 성공한 의류 사업자나 인기 DJ의 경우, 결국 ‘자기 콘텐츠’가 훌륭하지 않았으면 페북의 그 어마어마한 사용자 풀의 도움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사업을 돕고 활성화하는 건 물고기와 같은 사용자들이고, 도움을 받고 활성화되는 쪽은 이 거대 플랫폼들이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과 애플과 같은 쟁쟁한 업체들과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이 각종 편리를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을 붙잡아두려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업체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비’, 그리고 우리가 가입할 때 제공 동의하거나 알게 모르게 수집되는 개인정보다. ‘성공을 위해 도와줄게요’라는 페이스북의 메시지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내비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공짜는 하나도 없다는 것.
페이스북은 지난 9월 독일 당국으로부터 이용자의 정보 수집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덩달아 페이스북이 2년 전 왓츠앱을 인수할 때 “데이터를 상호 교환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이 거짓이었음도 드러났다. 구글 역시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로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밖에 많은 ‘양식장’ 기업들이 ‘사용자에게 프라이버시 옵션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설정이 어렵거나 번거롭게 해두는 것도 교묘하다. 그래서 그런지 곧 시행될 유럽연합의 데이터 보호법인 GDPR에서는 약관을 알아듣기 쉽게 작성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있으나 마나한 약관에 속은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에겐 반가운 내용이다.
그러니 페이스북이라는 국제적인 기업이 제공하는 ‘도움’을 받으려면 몇 가지 선결되어야 할 것이 있다.
1. 페이스북은 결국 거대한 사용자 풀일 뿐이다. 콘텐츠 자체를 매력적으로 구매욕 자극시키게 만드는 건 당신의 몫이다. 자기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갖춰라. 퀄리티 역시 필수조건이다. 최근 한 발표에서 박상현 페이스북코리아 홍보총괄은 “JTBC가 페북을 특별히 잘 운영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기사 질이 좋아서 몰리는 것”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2. 그 많은 사용자 풀과 그 많은 솔루션과 IT 툴들, 공짜가 아니다. 나의 개인정보나 민감할 수 있는 정보가 교환된다. 각종 플랫폼들의 프라이버시 옵션을 마스터해야 그나마 이런 서비스들이 공짜에 가까워진다. 진짜 공짜로 사용하고 싶다면 여러 프라이버시 관련 내용들을 먼저 익혀라.
3. 오늘 하필 페이스북 비즈니스 허브 런칭 발표회가 있어서 페이스북이 주로 언급되었지만 대세 플랫폼에 뛰어들고 싶다면 단지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서’라거나 ‘누구나 다 하니까 안 하면 도태될 거 같아서’라는 지지부진한 이유 외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비용 –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 이 조금이라도 덜 나간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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