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공식품 등 구입신청서에서 주민번호 수집정황 포착
노인 등 대상으로 수집동의·제3자 제공 문구 넣어 영업활동수집동의 문구 넣었더라도 불법...실태 점검 필요성 커져
[보안뉴스 김경애] 건강식품 판매 등 일선 영업활동에서의 불법적인 주민번호 수집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방문판매가 주로 이루어지는 건강식품 구입신청서에 수집 동의 문구만을 추가해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등 합법을 가장한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8월 7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주민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됐다. 이러한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법이 시행된 지 3개월도 채 안돼 주민번호를 불법 수집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가 건강식품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조사한 결과, 합법이라는 인식을 줘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넣고 주민번호는 물론 각종 개인정보 기재를 강요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아사이베리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A사는 홍보특별할인 구입신청서를 통해 필수정보로 성명, 전화번호,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선택정보로는 회사명, 회사주소, 회사전화번호 등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집 및 이용 목적에는 ‘할부계약자에 필요한 개인정보 등 필수사항을 영업 전단지를 통해 수집하고 있으며, 수집한 개인정보는 본인확인, 대금결제, 청구서 발송, 신상품소개 등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이유로 주민번호 수집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카드나 보험 가입시 모집인이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는 있지만, 물품판매의 경우 이용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어도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며 “카드결제 명목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 또한 위반사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할부기간 만료 후 2년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파기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안내하지 않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활용동의서에는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동의 거부 시에도 제품 구매는 가능하나 무이자 할부를 이용한 구매는 하실 수가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실제 영업활동에서 이러한 문구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건강식품 영업사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잘 모르는 노인, 주부 등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1+1 이벤트, 특별 할인가 명목으로 주민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 작성을 유도한다. 노인들 대다수는 1+1 이벤트나 파격 할인가에 넘어가 개인정보를 기재하며, 영업사원들은 이를 악용해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사원은 먼저 시음행사를 빌미로 전단지를 돌린 다음, 건강식품에 대해 설명하며, “오늘만 특별할인가에 주겠다”며 판매와 함께 개인정보 기재를 강요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난 6일 한 영업사원은 아사이베리 건강식품에 관심을 보이는 70대 노인에게 “슈퍼푸드로 잘 알려져 있어 몸에 좋다”며 “일단 드셔보시고, 지금 당장 결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추겼다. 이어 그는 “오늘만 홍보 특별 할인가에 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상품을 받은 후 결제하라”며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전단지에 개인정보를 작성할 것을 권유했다.
또 다른 영업사원은 태반 추출물 성분이 들어있는 식물혼합발효농축액을 판매하면서 주민번호 작성을 강요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한 노인에게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건강식품을 할인가에 줄 수 있다”며 주민번호 기재를 강요했고, 이에 노인이 망설이자 “회사에 이 신청서를 꼭 제출해야만 한다. 작성하지 않으면 할인가에 줄 수 없다”고 재촉했다.
전단지에 기재된 주민번호 수집과 관련해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통상적인 물품 거래인데 이런 경우까지 주민번호 기재를 강요하는 것은 주민번호수집 법정주의에 위반된다”며 “여기에 위반될 경우, 5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 된다”며 강조했다.
또한, 구태언 변호사는 “많은 기업들이 고객이 돈을 내지 않을 것에 대비한 채권추심의 경우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령에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 리스크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몫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군다나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손해배상의 위험소지가 있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금처럼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민번호가 유출된다면 수집한 이득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방문판매가 주로 이루어지는 건강식품 등 일선 영업활동에서의 불법 주민번호 수집실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정부 차원의 실태 점검과 함께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애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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