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퇴장직후, ‘FC서울’ 현수막에 불붙이고 도주
상암경기장측, “수원서포터스로 추정...목격자 확보-CCTV자료 조사”
FC서울, “조사중...만약 방화라면 경찰에 수사의뢰 검토”
<심판판정에 불만은 품은 서포터스 중 누군가가 FC서울 현수막에 경기중 불을 붙였다.> 사진제공: www.widesoccer.com
K리그 숙명의 라이벌, FC서울-수원삼성이 어제(23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1:1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경기가 너무 과열된 나머지, 선수들간 신경전으로 김남일 선수가 퇴장을 당하고 선수간 무력 충돌이 벌어질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한편 후반 29분경, 수원 이관우가 서울 안태은의 거친 파울로 쓰러졌고 이에 격분한 수원 김남일이 달려가 안태은을 강하게 밀쳤다. 그러자 양팀 선수들은 흥분했고 밴치 선수들까지 몰려나올 판이었다.
이후 심판은 김남일에게 경고를 주려했고 김남일은 “왜 안태은에게는 경고를 주지 않느냐”는 실랑이 또 붙었다. 이때 수원 조원희가 심판을 밀치며 서울선수들의 반칙에 대해 항의했다. 심판은 두 선수 모두에게 경고를 주었고 2회 경고를 받은 김남일은 퇴장을 당했다.
사건은 김남일 퇴장 직후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과격한 양상을 보였던 양팀 서포터스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상암구장 L-K게이트(경기장 본부석 오른쪽에 위치)사이에 있는 전광판 밑 ‘FC서울’ 현수막 하단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현수막이 불에 타면서 관전하던 시민들이 놀라 자리를 피하는 모습. 불은 경비요원들에 의해 5분만에 진화됐지만 후휴증은 클 듯하다.>
사진제공:www.widesoccer.com
당시 상암경기장에는 TRI소속 경비경호단체 요원들이 100여명 정도 배치돼 있는 상황이어서 비치된 소화기로 불은 5분만에 완전 소화됐다. 하지만 이 장면을 목격한 경기장 일반 관람자들은 불안해했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게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위기감이 돌고 있는 K리그에 일부 서포터스의 과격한 행태가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된 것이다.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운영과 관계자는 “당시 경호요원들의 목격에 따르면 김남일 선수 퇴장 직후 두 명의 남자가 전광판 밑 ‘FC서울’ 현수막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이 목격됐다”고 밝히고 “한명은 푸른색상의에 흰색 반바지를 입었고 또 한 명은 흰색 티에 짖은 밤색 긴바지를 입은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현재 운영과에서는 경기장내 설치돼 있는 CCTV를 조사해 판독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수원삼성 서포터스측이 누전에 의한 화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누전 때문에 불이 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광판은 콘크리트 바닥위에 세워져있다. 전선이 밖으로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화재가 난 현수막도 콘크리트에 부착된 것이다. 선이 있어야 누전이 나고 불이 나는 것이지 완전 밀폐된 콘크리트 바닥에서 누전이 발생한다는 것은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FC서울 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이다. 정확한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이며 정리 되는대로 사법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아직 방화다 누전이다를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방화로 밝혀질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불에 탄 현수막은 양쪽 하단부 30cm가 타들어간 상태로 조사를 위해 지금까지 현장에 그대로 보존돼 있는 상태다.
상암경기장 관계자는 “열정적인 응원은 반드시 경기활력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방화를 하는 경우는 신속히 진화가 돼서 다행이지만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경기장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시설 관리 등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장 내에는 주류 반입이 금지돼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없다. 하지만 운영자들은 “관전온 사람들의 주머니 조사까지 해 라이터소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며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와이드사커(www.widesoccer.com) 게시판에 방화 사진을 직접 찍어 게재한 아이디 ‘밍고’는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축구장에 방화하러 간 것도 아니고...축구장에서 좀 흥분하고 전투모드가 될 수도 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제발 좀 구분합시다”며 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서포터스들의 행동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또 아이디 ‘칼바람’은 “ 항상 일부 극소수가 문제죠.. 근데 그런 일부 극소수를 자발적으로 찾아내서 제재를 취하지 못하면 전체가 욕먹는 것도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중략...)서포터스들이 너무 오염돼 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자기팀을 응원하면서 게임을 즐길 순 없는건지...”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K리그에 서포터스들이 활력소가 될지언정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축구는 서포터스들만의 것이 아니다.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다면 K리그 부흥, 어불성설이다.
[길민권 기자(reporter2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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