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가담 사실 알았다는 근거 없어”
[보안뉴스 한세희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수거책 역할을 한 남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배달한다는 인식을 하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속은 피해자에게 체크카드를 받아 조직에 전달한 4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본 서류 배송 퀵서비스 알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건당 5만원씩 지급하는 좋은 조건이었다.
A씨를 모집한 ‘김실장’은 특정 메신저를 설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서 박스를 가져오라는 일감을 줬다. 그는 박스를 수거해 관악구 한 지하철 역에서 다른 40대 남성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박스 안에 든 것은 ‘예금담보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은 피해자의 체크카드였다. 카드에 연결된 계좌는 실제 범죄에 쓰였다. A씨의 아르바이트는 사실 피싱 조직 수거책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3차례 일을 했다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일원으로 약식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범행에 가담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업무 방식이 굉장히 이례적인 점, 단순 배송임에도 보수가 높은 점 등에서 A씨가 범죄 관련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 반박했다.
법원은 "A씨가 접근 매체(카드)를 전달한다는 인식이나 의사를 갖고 박스를 전달했다는 점을 확인하거나 추단할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A씨가 조사 중 "택배 박스가 무거워 마약 같은 이상한 물건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진술하고, 법정에서도 "박스가 묵직해 카드가 들어있을 거라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는 점을 종합할 때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세희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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