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익명성을 강력하게 보장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Telegram)의 창립자가 체포됐다는 보도가 다수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창립자 파벨 듀로프(Pavel Durov)는 텔레그램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인물로 개인 제트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했다가 프랑스 공항에서 억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먼저 CNN에 의하면 프랑스 기준으로 토요일 저녁, 세관의 사기 방지 사무소의 요원들이 그의 도착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체포했다고 한다. 듀로프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출발해 프랑스에 도착한 참이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프랑스 만이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들은 듀로프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오래 전부터 발부해 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듀로프도 유럽으로의 여행을 자제하고 있었다. 아직 그가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프랑스로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텔레그램 측에서도 이번 체포와 관련하여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의하면 듀로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업가로, 실제 거주지는 두바이라고 한다. 텔레그램의 본사 역시 두바이에 있다. 이중국적자로 프랑스와 UAE의 국민이기도 하다. 원래는 2013년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2014년 러시아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압박을 받으며 러시아를 떠났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반정부 단체의 텔레그램 페이지를 폐쇄시키라고 텔레그램에 명령했었다.
그러면서 듀로프와 텔레그램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푸틴에 저항한 것,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것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으며 텔레그램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텔레그램은 애초부터 표현의 자유를 가장 큰 가치로 내세우며 사용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므로 다른 소셜미디어들과 달리 정부 기관 및 수사 기관들과의 협조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 등을 돌리며 찬사를 받은 텔레그램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호의적인 대우를 받는 건 아니었다.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러시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텔레그램의 그 강력한 익명성 보장 때문에 범죄자들이 쏠리기 시작했다. 지금 텔레그램은 범죄의 온상이며, 제2의 다크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아동 성적 학대 콘텐츠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활동에 대해 텔레그램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었다. 그 ‘표현의 자유 보장의 원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소셜미디어 플랫폼 제공 업체들의 ‘콘텐츠 중재’는 당연히 요구되는 기능 중 하나다. 처음 이 개념이 등장했을 때는 “사기업이 사용자가 만드는 콘텐츠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발이 있었고, 논란도 많았지만 선거철 정치적 공략과 여론 조작 시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논란이 쏙 들어갔다. 유럽연합의 경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현 엑스) 등 ‘메이저’라고 불리는 소셜미디어에 콘텐츠 중재를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텔레그램은 페이스북, 엑스,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의 주요 소셜미디어 바로 다음으로 분류될 정도로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이다. 하지만 여전히 콘텐츠 중재의 노력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치하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걸 수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그를 체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가 체포되자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행동에 나서며 프랑스 정부에 항의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성격을 가진 비영리 단체들에도 메시지를 보내 그의 석방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내 일부 블로거들은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를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듀로프는 프랑스 현지 시간 기준 월요일에 법정에 나타날 예정이다.
3줄 요약
1. 텔레그램의 CEO, 프랑스에 들렀다가 억류됨.
2. 텔레그램에 대한 프랑스의 시선은 원래부터 좋지 않았음.
3. 표현의 자유 vs. 범죄의 온상...어느 쪽에 가치가 실리는가.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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