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2023년에도 CIO/CISO들의 고난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싶어하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IT 예산을 넉넉하게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버 공격자들의 기세가 너무나 드세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게 CIO/CISO들의 상황이다. 이는 최근 가트너(Gartner)가 주최한 IT 심포지움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이미지 = utoimage]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2023년 IT 예산은 평균 5.1% 정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6.5%이기 때문에 이는 예산 삭감과 같다.
2) 아직도 CIO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건 운영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3) 최고 경영진들은 출시 일자를 당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트너의 수석 연구원인 자넬 힐(Janelle Hill)은 “결국 경영진들에게 중요한 건 돈”이라고 말한다. “온갖 재난들이 가중되고 있고, 불황은 코앞이고, 시장 내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니 경영진들로서는 더 인내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돈이라는 성과를 빠르게 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죠. 경영진들에게는 이런 상황 속에서 매순간이 마치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이 고통스럽게 지나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CIO들도 더더욱 앞으로 해야 할 일과 과거의 성과를 돈이라는 언어로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가트너가 81개국에서 2,200명이 넘는 CIO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질문을 던졌을 때 CIO들이 생각하는 CEO들의 최우선 목표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1) 운영의 탁월성을 증대시키는 것(53%)
2) 고객 및 소비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45%)
3)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27%)
4) 비용을 절감하는 것(22%)
또한 이 CIO들은 내년도 예산이 증가된 곳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사이버/정보 보안(66%)
2)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및 데이터 분석(55%)
3) 클라우드 플랫폼(50%)
4) 인공지능(32%)
5) 하이퍼오토메이션(24%)
이 두 가지 면을 봤을 때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으니, CIO들과 나머지 경영진의 생각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가트너가 별도로 진행한 조사에서 기업 경영진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디지털화를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투자해야 할 것이 인공지능이라고 꼽았었다(40%). 그 다음은 소프트웨어 향상(30%)이었고, 그 다음이 데이터 분석(28%)이었다.
가트너의 부회장 조르지 로페즈(Jorge Lopez)는 “요즘 들어 임원진들은 디지털화 혹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때 CEO가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예전처럼 CIO에게 중책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가트너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때 임직원들이 가장 의존하는 건 CEO인 것으로 나타났다(28%). CTO는 19%, CIO는 14%를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CIO와 CTO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었다.
로페즈는 “대단히 큰 변화”라고 말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적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당연히 CIO와 CTO가 담당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 많은 기업에서 이 둘에게 프로젝트 진행을 맡겼었죠. 하지만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디지털 전환은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CEO를 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로페즈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이끌어간다고 했을 때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하나는 최적화(optimization)이고 다른 하나는 변혁(transformation)”이라고 꼽는다. “그리고 CIO들은 최적화를 조금 더 선호해 왔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내가 좀 더 잘하고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사고방식에 기인한 안전한 방향의 사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도소매 산업의 경우, 내가 잘하고 더 잘해도 경쟁력이 강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차례 증명된 바 있습니다. 토이저러스의 경우 아마존이 승승장구하면서 완전히 몰락하다시피 했습니다. 계속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마존이 장악한 생태계에서 어떻게 체질을 바꿔야 하는지를 생각했었어야 합니다.”
그런 고민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은 사례가 타깃(Target)이라고 로페즈는 설명을 잇는다. “아마존이 이룩한 디지털 생태계를 철저히 인정했지만, 그러면서도 ‘왜 아마존이 아니라 타깃에서 쇼핑을 해야 하는가?’라는 답을 잘 제시했어요.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한 것이죠. 그래서 살아남았고, 아마존에 밀려서 죽지 않고 나름의 독특한 경쟁력을 유지한 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CEO들이 바라는 디지털 전환은 이런 것이죠. 그런데 대부분 CIO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긴 하는데, 자꾸만 토이저러스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서 다른 곳을 보는 겁니다.”
힐은 “자원이 넉넉하다고 말하는 CIO는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100이면 100, 예산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하죠. 항상 뭔가가 부족하고 없다고 느끼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CIO는. 큰 어려움이 예고되다시피 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CIO들은 선택과 집중을 더 예리하게 해야 합니다. 그 모자란 자원을 어디에 집중시킬 것인지 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겠죠. 그러면서 CEO들이 만족할 만한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2023년은 사업가 마인드를 탑재해야 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 :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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