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며 아이핀 도입을 법으로 정한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할 의지다. 이는 ‘촛불’로 표현된 민심이 ‘인터넷 괴담’을 통해 확산됐다는 이명박정부의 시각에서 비롯된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하고 싶은 이명박정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회식 환영사를 통해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한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정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터넷에서 유통된 ‘잘못된 정보’가 광우병 우려를 확산시키고 이것이 촛불집회로 연결되면서 정국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통령 뿐만 아니라 당정청이 하나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인터넷 실명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외부인사 16명으로 인터넷 실명제 확대 연구반을 꾸려 가동중이라고 한다. 한나라당도 18대 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관련 법률 정비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역시 인터넷 담당 비서관을 신설할 계획이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1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라 이러한 환경을 감안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승욱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는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있는지 공권력이 추적하겠다는 의도”라며 “한발 더 나아간다면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통제하고 일반인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들자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명제는 여론 통제하겠다는 의도, 실제 효과도 없어
정부와 여권, 방통위를 중심으로 인터넷 실명제 확대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지만 대다수의 네티즌들이나 인터넷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업계는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어렵고 이는 곧 인터넷 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줄이는 효과보다 대부분이 청소년인 저작권침해자 추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가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정통망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정통망법은 옥션 해킹과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개인정보보호가 논란이 됐던 당시 통과했다.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집단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 업체에 주민번호 대체수단의 하나인 아이핀 도입을 의무화하고 개인정보 유출 시 벌칙을 상향 조정해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불법 이용했을시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수위도 대폭 강화됐다.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핀으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가 확대된다면 이 역시 아이핀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방통위는 이와 무관하게 정통망법의 일부 시행령만 손보면 인터넷 실명제 확대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번 OECD장관회의에 참가한 독일 차이트온라인(ZEIT Online)의 볼프강 블라우(Wolfgang BLAU) 편집장은 “인터넷은 점차 경제와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운영체계가 될 것이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인터넷상 언론 및 표현의 자유는 국가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된다고 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창의력과 혁신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겨볼 만하다.
[동성혜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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