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가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 6천 명을 추적...개인정보도 획득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두 명의 트위터 전 직원과 공모자 한 명이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기소됐다. 트위터 사용자들 일부를 감시해왔다는 혐의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과 관련이 있는 사용자들이 감시의 표적이 됐다는 게 미국 사법부의 발표 내용이다.
[이미지 = iclickart]
국적별로 보면 기소된 세 명 중 두 명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이고 한 명은 미국인이다. 셋은 일부 트위터 계정을 추적하며 실제 계정 소유자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공모했다고 한다. “이들의 공모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을 위한 행동으로, 왕가에 위험할 수 있는 인물들을 트위터 플랫폼에서 추적하고 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부의 설명이다.
법원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일당은 사우디 정부 요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이 요원은 “왕가 일원 1”이라는 인물 밑에서 일하는 자라고 한다. 요원과 일원 1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을 보도하며 ‘일원 1’이 바로 사우디의 황태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이라고 밝혔다.
기소된 트위터 전 근무자의 이름은 알리 알자바라(Ali Alzabarah)와 아마드 아부아모(Ahmad Abouammo)다. 나머지 한 명은 사우디 왕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인 아메드 알무타이리(Ahmed Almutairi)다. 미국의 검사인 데이비드 앤더슨(David Anderson)은 “사우디 왕가가 트위터의 내부 시스템을 뒤져가며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자들을 추적했다”고 이 사건을 정리했다.
“해외 세력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기업에 침투하는 것을, 미국 법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기업이나 미국의 기술은 누군가를 억압하려는 폭력의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법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법부의 발표는 미국과 사우디 간의 오랜 동맹 관계가 삐걱대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던 사우디 왕가 비판가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의 살해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조금 틀어진 상태다. 카슈끄지의 죽음에 사우디의 황태자 모하메드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위터의 전 근무자인 아부아모는 41세 미국인이고 알자바라는 35세 사우디아라비아인이다. 둘은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요원에 채용됐으며, 트위터 내에서의 권한을 사용해 몇몇 계정의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왕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계정들이었다고 기소장에는 설명되어 있다.
아부아모는 이 일의 대가로 30만 달러가 넘는 현금과 2만 달러가 넘는 시계를 받았다. 알자바라의 경우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 돈을 가지고 2015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을 떠났다고 한다. 트위터 내부에서 그가 6천개가 넘는 계정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걸 알게 된 직후의 일이다.
알무타이리는 30세 사우디아라비아인으로, 사우디 요원과 두 명의 트위터 근무자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기소장에 의하면 알무타이리는 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고, 이 회사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세 명 다 해외 정부를 위해 활동한 스파이 행위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부다모에게는 연방 정부 기관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 기록을 파괴하고 조작한 혐의도 더해진 상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세 명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왕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아 추적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도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FBI의 특수요원인 존 베넷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아부아모는 지난 화요일 시애틀에서 체포가 된 상태다. 나머지 둘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체포가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체포 영장은 발부된 상태다.
3줄 요약
1.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트위터 근무자까지 대동하여 감시 행위 벌임.
2. 감시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비판하는 사람들.
3. 미국과 사우디의 오랜 동맹 관계, 확실히 삐걱거리고 있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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