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美學 홈 네트워크 시대 활짝 열렸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항상 부지런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왔다. 만약 게으름이라도 피울라치면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들었던 것. 그로 인해 우리는 본의 아니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개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한국인들이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현재와 같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선택이 주효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부에서부터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유의 부지런함 덕택에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우리가 그 기술을 이용해 게을러지자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런 현상을 ‘게으름의 美學’이라고 칭하기로 하겠다.
홈 네트워크 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주거문화, 그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홈 네트워크 서비스의 사업화를 진행 중인 업계 관계자들이 기자를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홈 네트워크 사업은 필연적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도대체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들어보고자 한다.
TV를 보다보면 많은 건설 회사들이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적용한 미래주택의 광고를 내보낸다. 몇몇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홈 네트워크 시장은 이렇듯 전략적으로 확대·생산되고 있는 중이다. 각종 광고를 통해 자사가 홈 네트워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물론, 모델하우스 등을 경쟁적으로 제작해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대부분의 광고는 아직은 실현 불가능한, 또는 이제 막 도입초기인 서비스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값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광고속의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구현 가능한 것처럼 광고를 해댄다.
홈 네트워크 서비스, 알리기에 주력하라
삼성건설의 임원식 대리는 “홈 네트워크 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열쇠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즉,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해야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의 개념과 필요성을 홍보하는데 주력해야 된다는 뜻이다.
덧붙여 그는 “수확을 하기 위해선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현재 홈 네트워크 산업이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 네트워크 산업은 이제 막 시작단계고, 시장 또한 아직 완벽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많은 소비자들은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홈 네트워크 서비스의 주 소비층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홈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해 정확히 이해시키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홈시큐넷의 전천기 사장은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부분 집과 연동된 상품이기 때문에 젊은 계층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장년층이 휴대폰 기능도 100% 사용치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해봤을 때 실질적으로 그보다 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한편,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는데 따르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비용’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 필요성조차 의심받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만만찮은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냐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로 현재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면 그에 따른 사용료는 물론 과다한 전기세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진화를 통해 현재진행형 서비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는 2007년 말까지 1,000만 세대 이상에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이런 의견에 대해 대다수의 건설사와 홈 네트워크 서비스에 필요한 각종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동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이레보의 정기남 대리는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가 홈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때를 기점으로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컨소시엄이 구성됐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고가의 비용과 사용의 복잡성 등을 이유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한 뒤 “하지만 현재 홈 네트워크 산업은 시험단계인 2006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방향성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홈 네트워크 산업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가 주장한 근거는 이렇다. 그동안 선보였던 국내 홈 네트워크 솔루션은 출입통제, 가전· 조명 제어 등에 그쳤지만, 올해를 필두로 소비자의 다양한 관점과 욕구를 고려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선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능형 홈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진보된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의 홈 네트워크 산업은 인터넷과 무선기술의 발달로 세계시장의 1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봤을 때 정상급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국가차원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홈 네트워크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으로 지정하고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약 2,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기기·부품 및 접속기술과 가정내 보안기술 분야에, 정보통신부는 홈 서버 기술과 통신표준 등 부처간 역할분담을 통해 기술개발 및 지원사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기술 표준화 등 선결과제 해결해야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도 홈 네트워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 세계 홈 네트워크 시장은 2005년 488억 달러에서 2010년경에는 978억 달러로 연평균 16%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시장 규모는 2005년 62억 달러에서 2010년 167억 달러로 전 세계 평균치보다 약 3% 가량 높은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레보의 정기남 대리는 “전망은 전망일 뿐 노력 없이는 어떤 것도 현실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뒤 “홈 네트워크 산업은 아직까지 각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이나 솔루션 간의 상호호환성을 이루기 위한 기술 표준화 등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차분히 해결해 나간다면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홈 네트워크 산업은 이런 편리함의 꼭짓점에 서 있는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다. 과거 기술적 한계를 근거로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의 대중화를 비웃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휴대폰은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대중화를 이룩해냈다. 이렇듯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술이라면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삶이 좀 더 편리해지고, 윤택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 홈 네트워크 업체 관계자의 이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월간 시큐리티월드 권 준,김용석 기자(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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