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상대로 경제 제제, 중국 상대로 외교 전술 펼쳐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NSA 국장인 마이클 로저스(Michael Rogers)는 지난 주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 및 직원들의 일부가 지난 선거 운동 때 유출된 사건을 놓고 ‘국가 정부를 배후에 놓고 있는 자의 의도적인 행위’라고 언급했다. 분명한 의도가 있는 공격이라고도 설명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였다.
“누군가 장난삼아 해본 건 절대 아닙니다. 우연히 성공시킨 것도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에 운 없이 걸려든 것도 아닙니다. 정부에 준하는 엄청난 후원을 받은 단체가 장시간 노력을 기울여 성공시킨 공격입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에서 로저스는 어떤 정부도 정확히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언론과 보안 업계는 대부분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의 용의자로 구시퍼 2.0(Guccifer 2.0)이라는 자가 지목되기도 했다. 구시퍼는 1만 9천여 건의 민주당 이메일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구시퍼 2.0은 속임수이자 가상 인물일 뿐 배후에는 코지 베어(Cozy Bear)나 팬시 베어(Fancy Bear)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해킹 단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개된 이메일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 많은 내용이 있긴 했지만, 대통령 선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맥락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들에 대한 정보가 매우 치명적인 내용으로 꼽혔다. 특히 거액의 지원금을 보태고 있는 굵직한 후원자의 정보가 새나가기도 했으며, 외부로 공개하기 껄끄러운 정보들도 다수 포함되었다. 이러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공격’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이다.
로저스는 해당 공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며, 미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강경하게 말했다. “미국은 이 사안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동원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여러 정부들의 공격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2014년 말, 소니 엔터테인먼트(Sony Entertainment)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지목하고 비슷한 강경 발언을 한 바 있다. 로저스는 “당시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를 일부 가하겠다는 발표를 했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며 “그러한 조치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많은 방법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소니 사태 이후 미국에 공격을 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 미국은 색다른 접근법을 활용했다. “오바마 정부의 최고 요원들과 중국 정부의 최고 요원들이 2015년 9월에 만나 서로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또한 서로의 사이버 도구들을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동의했고요.” 이러한 정치적 수완 역시 미국이 가진 많은 툴들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사이버 사령부 국장이기도 한 로저스의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발언에는 무게감이 실린다. “정부들마다 각자의 고유한 사정으로 사이버 툴을 활용해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선이라는 것이 있고, 특히나 부당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이러한 정부의 힘을 활용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전력과 트럼프라는 국가주의자 대통령이 결합해 어떤 사이버전 선례를 만들어질지, 세계의 보안 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다.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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