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초 잡힌 NSA 계약직원, 50 테라바이트 기밀 빼돌려

2016-10-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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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자동차에 국가 기밀문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
하드카피 문서, 은행 금고 6개에 꽉 차 있을 정도로 보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어쩌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내부자 데이터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달 초 NSA와 계약직에 있던 근무자인 해롤드 마틴(Harold Martin)이란 인물이 체포된 바 있다. 당시 마틴은 민감한 문건 6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사법기관은 주장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본지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최근 그의 행적에 대해 보다 많은 사실들이 밝혀져 공개되었다. 해롤드 마틴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 동안 NSA 및 다양한 국가 기관과 관련된 일을 해왔으며, 그 기간 동안 정부 문건을 무려 50 테라바이트나 훔쳐냈다는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 50 테라바이트 외에 은행 금고 6개에 가득 찬 인쇄 문서도 사법기관은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한다.

마틴이 20년이란 긴 기간 동안 국가 기밀 및 일반 문서를 왜 그렇게나 많이 빼돌려 자기가 보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스노든이 2013년 NSA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훔쳐 전 세계에 공개한 이후에도 마틴이 데이터에 접근해 빼돌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기관 전체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 내지는 부실한 보안의 실태가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마틴이 훔쳐낸 그 많은 데이터들에는 대부분 빨간 색으로 ‘기밀’이나 ‘최고 기밀’이란 표가 붙어 있다. 일부는 국가방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미국이 적국으로 분류한 국가에 대한 특수 임무와 관련된 문서도 있었으며, 미국 첩보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해킹 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50 테라바이트는 스노든이 훔쳐낸 데이터를 훨씬 웃도는 양이다.

데이터가 잘 보관되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법정 보고서에 의하면 “국가 기밀을 담고 있는 문서가 집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기도 했으며 자동차 뒷자리와 트렁크에 보관된 것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게다가 문이 달린 주차장도 따로 없어 사실상 비밀 문건이 가득한 차량을 길거리에 늘상 세워두고 있기도 했다.

NSA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 기관과 오랜 기간 일을 해왔으므로 데이터 접근 권한이 매우 높았으며 별다른 의심도 받지 않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권한을 취득하고 데이터에 접근할 때마다 계약서까지 안 쓴 건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 마틴은 굉장히 많은 서약 및 계약을 위반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마틴은 정보보안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암호화, 익명화, 보안통신 등 특수 분야에도 여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지식이 있으면 아무리 기밀이라도 쉽게 접근해 발각되지 않은 채 빼돌리는 게 가능하며, 실제 마틴은 그렇게 해온 것으로 법원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마틴의 행위는 주장에 그치고 있다. 공식 재판이 열린 게 아니므로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특히 그의 동기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데, 이 역시 아무 것도 발표된 것이 없다. 하지만 그가 여러 데이터를 누군가와 공유했거나 공유를 계획했다는 증거는 확보했다고 한다. 또한 마틴의 자택과 자동차에 꽤나 많은 총기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일부는 주법에 위반되는 것도 있었다. 마틴을 기소한 측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위험한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중무장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라고 주장한다.

이번 마틴의 사건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이번 사건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마틴이란 인물이 미국의 기밀을 50 테라바이트나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각국 첩보기관의 귀로 들어간 것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자택, 차, 은행금고에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었다고 하니 마틴과 그의 주변 인물들, 거처지 등은 모두 적국 스파이들의 표적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설사 무죄이거나 유죄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자유롭게 석방할 수 있겠느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누군가 마틴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노릴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마틴이 실종되거나 한다면, 그 위험을 미국이라는 국가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앞으로 많은 재판 과정이 남아있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를 어딘가에 가둘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틴이 여러 나라의 표적이 되도록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거라 법원과 사법기관의 고민이 매우 클 것입니다.” 한 변호사의 설명 그대로다.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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