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속 보안읽기] ‘부산행’과 좀비, 인터넷과 악성코드

2016-07-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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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를 보면서 사이버상 실존 좀비들을 떠올리다
누가 좀비인지 모르는 잠재적 공포...사이버 위협의 극한은 ‘인간좀비’ 출현?


[보안뉴스 권 준] 관객수 700만명을 넘어 1,000만을 향해 가는 ‘부산행’ KTX 열차의 흥행질주가 무섭다. 영화 ‘부산행’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역대 최고 수준의 호평을 이끌어내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좀비(Zombi)를 앞에 내세운 국내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호기심이 맞물려 초반 흥행세를 주도한 결과로 보인다.


▲ 사이버상 좀비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두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마동석처럼(출처: 부산행 홈페이지)

기자 역시 꽤 어렸을 때, 특정한 나라 국민 모두가 좀비가 되어 생존한 국민 3명이 배를 타고 나라를 탈출하는 좀비 영화의 고전(영화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터라 한국형 좀비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호기심이 커졌다.

이에 ‘부산행’ 탑승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야근 후 심야행(?)을 타고 본 영화상 좀비들의 모습과 행동은 과거 기자가 본 좀비 영화에서보다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직업병 때문일까? 사이버상에서 실제 존재하는 좀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속 좀비들이야 생김새가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데서 느끼는 표면상의 공포지만, 사이버 상에서 실제 존재하는 좀비들(여기서는 좀비PC, 좀비폰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모든 기기,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사이버범죄자들을 통칭)은 그들이 좀비인지조차 도무지 모르는 잠재적인 공포다.

이번 인터파크 개인정보 유출사건만 봐도 그렇다. 해킹범들은 공격 타깃을 삼은 인터파크 직원의 가족을 사칭해서 ‘우리가족.abcd.scr’라는 이름의 악성파일을 이메일 첨부파일로 실어보냈다. 해킹범들이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고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을 사칭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소름끼치고 공포스럽다.

이렇듯 사이버상에서 계속 감염자들을 확산시키는 좀비들의 실체를 우리가 너무나 모르고 있고, 이들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로 위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화속 좀비들보다 더욱 무섭다는 얘기다.

조금 더 위험한 상상을 한번 해본다면 어떨까? 좀비PC나 좀비폰을 확산시키는 악성코드가 이제 가전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의료기기, 그리고 사람의 몸으로까지 확대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끔직한 상황에 대한 공포다.

더욱이 이러한 공포는 더 이상 상상 속의 공포만은 아니다. 조만간 닥칠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아니 만물인터넷 시대에서 TV, 냉장고, 심지어 다리미까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해커들의 조종을 받는 좀비기기가 되는 게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시대란 거다.

더욱이 입는 컴퓨터라 불리는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 실제 사람의 몸속에 초소형 칩을 넣어 생활의 편리를 꾀하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칩 역시 무선 방식 등을 통해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몸속에 들어간 칩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래서 외부에서 사람 몸속에 들어간 칩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말 생물학적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악성코드에 의해 실제 좀비(?)가 출현하는 최악의 공포가 실현될 수도 있는 걸까?

기자의 위험한 상상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나아가면 영화속 좀비, 그리고 인터넷속 좀비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질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좀비들은 영화 속에 등장할 뿐이지만, 현재도 실존하는 사이버상 좀비들은 우리 바로 옆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사칭하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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