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 물고 물리는 관계
미국과 중국, 손 잡았다고는 하지만 믿겨지지 않아
[보안뉴스 문가용] 얼마 전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의회 건물 테러공격에 이웃나라 파키스탄의 정보기관인 ISI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7백 5십만 파키스탄 루피를 지원하는 등 자금의 흐름이 테러 사건 전에 아프가니스탄 정보국에 의해 포착되어 이런 종류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미리 예상했다는 주장입니다. 당연히 파키스탄 측은 이를 강력하게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보국의 잘못된 비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도리어 역으로 공격에 나섰습니다(Pajhwok Afghan, The Express Tribune).
*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에 있어서 파키스탄은 정확히 반대의 입장에 있습니다. 어제 파키스탄 내의 반정부 세력인 MQM에 인도의 자금이 흘러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고, 인도는 이에 반박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MQM을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나라의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에 따라 공세를 취했다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재미있습니다(DNA).
* 인도가 정작 ‘공식적으로 확실히’ 자금을 대준 건 현재까지 밝혀진 바, 네팔입니다. 복구 수해에 사용하라며 10억불을 투척한 것입니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전에 없던 혹서로 사망한 사람들이 천명에 이르렀다는 소식입니다. 이 역시 엄청난 재난이죠. 아마 충분한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상태의 나라라서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장에 쓸 돈을 조금 다른 데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런 살인적인 더위를 예상할 수는 없었겠지만요. 나라를 지키려고 쓴 돈이 예측 불가의 더위 앞에서 헛돈이 되어버렸습니다(The Times of India, Dawn).
* 하지만 사회를 더 많이 파괴하는 건 인재입니다. 시리아에서 쿠르드 족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IS는 코베인이라는 지역에서 수백 명을 처형했는데 대부분 아동과 여성이라고 합니다. 연일 자살폭탄 테러로 수십 명이 사망한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하람으로 보이는 세력의 테러로 4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습니다. 같은 아프리카 국가인 시에라리온에서는 다시 한 번 에볼라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고요. 아프리카, 언제나 그만 아플까 싶습니다(France 24, Capital FM, Al Arabiya).
* 이런 인재를 막으려면 보통 평화적인 방법인 대화로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하는 걸 꿈꾸지만요, 사실 손해 좀 기꺼이 보고자 하는 사람이 국제 관계에 있어서는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이는 거의 이상론에 불과합니다. 실제 그러니까 전쟁과 테러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기와 이상을 한 마음에 품고 헛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 소식도 그래서 매일처럼 들립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틀 간 진행된 미국과 중국의 고위관리층 회의입니다. 다행히 300개가 넘는 합의 사항을 이끌어내긴 했다고 합니다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죠. 두 나라가 이를 정말로 지킬 수 있을까요(Global Times).
* 이런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둘이 한 쪽에서는 손 잡네 어쩌네 하고는 또 반대편에서는 으르렁 대고 있거든요.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만 등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또 비난의 목소리를 내죠. 이것 역시 바로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게다가 필리핀의 어부들은 UN에게 정식으로 ‘중국을 좀 막아달라’고 요청까지 했으니, 중국으로서는 신경 긁힐 일이 많을 겁니다(Channel News Asia, The Guardian).
* 미국과의 어색한 손을 잡은 중국이지만 러시아와 손 잡았다는 소식에는 ‘역시 이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인가봐’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미디어 그룹이 모여서 협력하자는 의도 아래 포럼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두 나라 사이의 최근 역사적인 맥락도 그렇고 현재 두 나라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문제가 별로 없다는 걸 봐도 그렇고 미국이 공통의 적이라는 점도 그렇고, 별 껄끄러움 없이 받아들여집니다. 신뢰라는 건 은근 입체적인 개념입니다(China Radio International).
* 하지만 이 러시아 역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견제가 끝이 없습니다. 물론 자초한 면이 있지만, 일단 NATO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불편해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불편한 마음은 어제 이란의 협박 아닌 협박을 들었던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이란이 ‘경제제재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협상 뒤엎겠다’고 하니 미국이 ‘우리가 제시하는 질문에 답변부터 속 시원히 내놓는 게 좋을 걸?’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RFERL, Middle East Eye).
* ‘파워’와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가 더더욱 없습니다. 미얀마 정권은 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아웅산 수 치 여사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계가족이 미얀마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아웅산 수 치 여사 자녀들이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노린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웅산 수 치 여사는 아직 실망할 때가 아니라고 지원자들을 다독였는데, 이쪽 대선도 볼 만 하겠습니다. 유혈사태만 안 난다면요(Voice of America).
* 한편 부룬디에서는 3연 독재에 반대하는 세력이 정부군의 화기 앞에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반대를 외쳤던 부통령마저 나라 밖으로 피신을 떠났다는 내용이 들려옵니다. 후티도 아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반정 세력과 비밀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덴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폭격도 견뎌냈던 후티가 왜 갑자기 발을 뺀 걸까요. 태양과 바람의 내기에 대한 옛 우화가 생각납니다(Africa Review, Middle East Eye).
* 하지만 뒤늦게 사과를 하는 독재자도 있습니다. 파나마에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난폭한 독재를 해온 마누엘 노리에가(Manuel Noriega)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독재가 미국에 의해 강제로 끝난 시점에서부터 현재까지 수감되어 있는 동안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 폭정에 사과한다며 군정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싶다고 했다는데요, 이를 받아줄 지 안 받아 줄지는 파나마 국민들이 결정하겠죠. 그러나 현재 이 사람이 81살이나 되었기 때문에 ‘석방’에 대한 얕은 기대를 가지고 립서비스를 한다기 보다는 삶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한 용서를 빌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The Guardian).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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