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는 국민 생활필수품...통신사 책임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행태 용납 못해”
일부 통신사 "위약금 면제시 해지 남용돼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저항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 화성(정) 전용기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중대한 서비스 장애, 부당요금 청구 등의 경우에 이용자 위약금을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출국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최근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의 서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통신사를 바꾸는 경우에도 이용자가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상황이 문제가 되었다. 단지 이번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개인정보 유출과 반복적인 통신 장애, 부당요금 청구 등으로 인해 이용자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약정 위약금이 부과되어 사실상 자유로운 해지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 의원은 “SK텔레콤 5G 이용약관 제43조 제1항 제4호를 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이 면제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그 귀책사유의 유형에 대해서는 공백인 상태이다. 이로 인해 추후 소비자와 회사의 분쟁거리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자 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를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분실, 전기통신서비스의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장애, 약관 위반이나 부당한 요금 청구 등으로 이용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나 할인반환금 등 명칭에 제한없이 해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면제받는다.
서비스 해지 요구해도 위약금 부과로 이동 자유 제한
더 나아가 전 의원은 “휴대전화는 이제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향후에도 휴대전화 서비스와 관련하여 국민부담을 줄일 수 있는 법안들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SK텔레콤 대규모 해킹 사건의 본질적 사안 중에 하나로 위약금 문제를 꼽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대규모 해킹 사태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입자들이 서비스 해지를 요청했으나 위약금 부과로 사실상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소비자 권익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피해 이용자들이 해지를 원했으나 위약금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대규모 이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위약금을 ‘볼모’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유심 교체만으로 이번 해킹 사태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2일 내놓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휴대전화 교체로는 보안 강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30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인증 대리점에 사과문이 게시돼있다. [자료;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심 구성 및 유심 복제 방지 대책’을 지난 2일 발표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방지책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유심 교체·이심(eSIM) 교체·통신사 변경·휴대전화 번호 변경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사를 변경하면 SK텔레콤 홈 가입자 서버(HSS) 내 식별번호와 인증키 등이 삭제되기 때문에 탈취당한 유심으로는 해커가 이용자를 식별할 수 없다고 한다. 휴대전화 번호 변경 또한 HSS 내 식별번호가 변경돼 탈취당한 식별번호와 일치되지 않아 해커가 이용자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휴대전화 단말기만 교체할 때는 보안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기기만 교체할 경우 HSS 내 기존 가입자 식별번호와 가입자 인증키 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복제 유심의 인증 차단에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SK텔레콤 해킹 사태에서 근본적 해결책으로 제시한 내용 중 통신사 교체 또는 전화번호 변경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다른 이통사로 이전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여전히 SK텔레콤은 위약금 문제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는 등 자사 이익 중심의 변명만 늘어놓으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러다 진정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SK텔레콤 2023년 영업이익 1조 4500억 달해도 위약금으로 ‘태클’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위약금 문제가 해결되면 SK텔레콤 이용자 중 수백만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SK텔레콤의 1위 지위와 시장 지배 체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SK그룹 전체에서 볼 때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는 SK텔레콤이 적자로 돌아설 경우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위약금 문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무책임하게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법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SK텔레콤의 자사 이기주의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정보유출’ 통신사 귀책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추진 법안이 통과되면 단순히 위약금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통신권과 개인정보의 ‘주권’이 갑의 기업에서 을의 소비자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회사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이동통신사는 위약금 면제 확대로 과도하게 해지가 남용돼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결국 요금인상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위약금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업계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SK텔레콤은 2023년 본사 기준(별도 기준)으로 매출 12조 5892억 원, 영업이익 1조 4559억 원을 기록했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