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반복되는 ‘모럴 해저드’

2025-02-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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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2023~2024년, 연이어 터진 ‘윤리’ 사건..암호화폐 가치 급락.
2. 탈중앙으로 각광..중앙에 구제 받는 역설.
3. 바이비트, 역대급 사건에 유례 없는 대처법 관심.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아직 성숙기를 거치지 못한 암호화폐 산업에서 ‘모랄리티’ 문제가 여러 방식과 형태로 터지고 있다. ‘중앙 관리를 거치지 않는 금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현대 최고 윤리인 민주주의를 촉진시킬 기술로 촉망받던 것과 상반된 현실이다.


[자료: gettyimagesbank]

암호화폐 담론
블록체인과 더불어 암호화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고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환호와 회의가 팽팽했었다. 옹호론자들은 “인터넷은 물론 상업과 무역의 기본 개념을 처음부터 뒤바꿔 놓을 기술”이라거나 “비트코인은 화폐 그 이상의 가치로, 500년 금융사에서 가장 강력한 혁신”이라고 평했었다. “중앙 관리를 탈피하게 하는 참 민주주의 기술”이라며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반대자들은 익명성에 집중했다. 그 특성이 범죄를 촉진할 것이라 우려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재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술이라는 분석도 등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대자들의 예견이 반만 맞은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봐 왔다. 그들은 범죄와 독재 정부 활성화는 꿰뚫어 봤으나, 산업 내 도덕적 해이까지 내다보지는 못했다.

암호화폐 유명인, 가치 하락에 일조
창펑자오(Changpeng Zhao, 48세)는 세계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의 창립자로,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다. 하지만 2023년 불법 자금 세탁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CEO에서 물러났다. 재판 끝에 5000만달러 벌금 포함 43억달러에 합의하기도 했다. 4개월 형량을 마치고 풀려났으나 기업 운영에 관여하는 건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아직 암호화폐 업계 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주장도 있긴 하나 이전만큼은 아니다.


[자료: 연합뉴스]

샘 뱅크만프리드(Sam Bankman-Fried, 33세)는 거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창립한 인물로,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됐다. 암호화폐 산업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들 몰래 그들의 돈을 함부로 썼다. 투자와 관련 없는 정치 로비 자금에 특히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X라는 회사도 비도덕적으로 운영됐다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결국 촉망 받던 젊은 사업가 뱅크만프리드는 지난 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입히고 사기와 사기음모죄 등으로 110억달러 벌금형과 2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암호화폐를 넘어 금융 산업 역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사기 범죄자로 기록됐다.

헷갈리는 크립토 윤리
산업 내 영향력 면에서 첫 손에 꼽히던 두 인물이 연이어 큰 죄를 지은 건 우연이 아니다. 둘의 공통점은 ‘중앙 관리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두 CEO가 거대 스캔들에 연루된 직후 암호화폐 가치는 되살아나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하락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대두됐다. ‘탈중앙’ 때문에 환호했던 사람들이 두 CEO의 선 넘는 행동 때문에 중앙 관리의 필요성을 바라게 됐다. 2024년 하반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비트코인을 정식 거래 종목으로 등록시킨다는 소문이 돌자 암호화폐 가치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러한 투자자들의 심경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연말부터 트럼프 정권이 ‘친 암호화폐’ 정책을 펼칠 것처럼 보이자마자 비트코인의 가치는 천장을 뚫었다. 지난 해 암흑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부활이다. 배척받던 중앙이 되려 암호화폐의 구세주였던 것.

유례 없는 사건 대처법
그러던 중 이번 주말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바이비트(Bybit)라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킹 사고로 2조원대 금액이 사라졌다. 배후에 북한의 라자루스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라자루스는 세계 암호화폐와 금융 업계 내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해킹 단체다.


[자료: 연합뉴스]

눈에 띄는 건 바이비트의 대처다. 벤 저우(Ben Zhou) CEO는 사건 직후 “40만 이더리움 코인이 사라졌다”는 걸 인정하면서 “침해가 세이프(Safe)에서부터 발생했을 수 있다”고 손가락질했다. 세이프는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제공 업체로 바이비트의 파트너사 중 하나였다. “세이프 서버가 해킹됐을 수도 있죠, 뭐.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세이프랑 같이 조사하고 있습니다.”(It could be that a Safe server was hacked, but we don’t know. Bybit is working with Safe to investigate the incident.)

사건 직후 CEO가 직접 나서서 파트너사에 손가락질 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것도 확신에 찬 게 아니라 “그럴지도 모른다”면서 파트너사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건 유례가 없을 정도다. 세이프도 즉각 “우리가 해킹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2조원에 달하는 돈이 사라졌는데도 거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킹을 당한 거래소가 출금 제한 없이 모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건 기존 업계 불문율을 깬 파격 조치”라며, “피해액 (복구)보다 거래소 신뢰도(즉, 사업 유지)를 우선시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어울리지 않는 기술
조지 칼훈(George Calhoun) 스티븐즈공과대학 금융 시스템 교수는 “애초에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거대 규모 네트워크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네트워크 상에서 고가치 거래를 원활하고 빠르게 할 때 유용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현재 도소매 시스템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교환의 매개로서는 부적절하다는 뜻입니다.”

기술 성숙도와 이론상 윤리관 사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 격차는 규제와 표준의 부재로 나타나고 있고, 그 자리에 ‘모랄리티’ 아닌 ‘리얼리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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