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실크로드 운영해 종신형 처했던 울브리흐트.
2. 법적으로 아들 구할 수 없게 된 어머니, 정치적으로 접근.
3. 트럼프 지지자 편에 서서, 결국 아들 사면에 성공.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아들이 감옥 가면, 부모는 어찌 해야 할까? 그것도 사면조차 어려운 중범죄자라면?
정답은, 당선 유력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 된다. 최근 사면된 실크로드(Silk Road) 창립자 로스 울브리흐트(Ross Ulbricht)가 그랬다. ‘억울하지 않은’ 죄인 자녀 둔 부모에겐 희망(?)이다.
[사진 = 연합뉴스]
실크로드는 다크웹에 개설된 시장으로, 마약과 총기, 해킹 도구와 도난 정보 등 각종 불법 아이템들이 거래됐었다. 이 시장을 처음 만들고 운영한 것이 로스 울브리흐트라는 인물이었다. 실크로드는 다크웹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서 악명을 떨쳤고, 사이버 범죄자들 대부분 이곳에서 수익을 내거나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전 세계 사이버 범죄가 집약된 곳이 바로 실크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울브리흐트는 2015년 3주에 걸친 재판을 받았고, 7개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마약 및 돈 세탁과 관련된 혐의들이었다. 최종 선고는 “2개의 종신형과 1개의 40년 징역형”이었다. 풀려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의미의 형벌이었다.
이 지점에서 울브리흐트는 자기 변호를 위해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기들이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말이 자유옹호주의자들의 가슴에 꽂혔다. 무조건적인 자유를 원하는 이들은 마약이든 불법 무기든 뭐든, 이런 거래들로 인해 최소 여섯 사람이 죽든, 아무튼 자유롭기만 하면 된다는 로스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 자유옹호주의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속한 이데올로기 혹은 진영이고, 머스크는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 가장 영향력이 강력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로스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면을 위해 여러 법적 절차를 알아보다가 피터 앤더슨(Peter Anderson)이라는 인물의 조언을 듣고 자유옹호주의자들의 정치 모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트럼프 지지자 모임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터 앤더슨은 애리조나 주 공화당 소속 주지사 밑에서 근무한 바 있는, 역시 자유옹호주의자 중 하나다.
울브리흐트의 어머니는 아들의 어렸을 적 사진을 모아둔 책자를 돌리고, 자유옹호주의에 입각한 그의 실크로드 활동 이력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날이 갈수록 트럼프 지지자 집회에서는 ‘로스를 석방하라!’라는 피켓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어머니는 트럼프와 1:1로 대면해 아들이 석방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둘은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의 사면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약속을 지켰다. 재미있는 건 지난 임기 때 트럼프는 이미 울브리흐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측근이었던 이들이 여러 매체에 제보한 바에 의하면 트럼프는 울브리흐트에 종신형을 선고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범죄자가 자신을 옹호하는 쪽에 서기 시작하자 마음을 바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디스 저마노(Judith Germano) 뉴욕대학 법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마약 카르텔 킹핀을 사면해 준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울브리흐트는 이번 사면에 대해 “11년 만에 다시 자유를 찾았다”며 “트럼프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난 그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남겼다.
트럼프는 그의 사면을 발표하며 “울브리흐트를 감옥에 넣기 위해 애를 쓴 그 얼간이들은 현대의 정부 시스템을 악용해 나를 쓰러트리려 했던 바로 그 미치광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기울어져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의 임기 기간 동안 이와 끊임없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울브리흐트 사면이 그 예고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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