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영화] 보호자의 역할을 한정 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그린 ‘미트 페어런츠’

2024-07-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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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하랬더니 정말 보호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왜 보호의 개념이 확대되어야 하는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여자친구의 부모로부터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애쓰는 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트 페어런츠>는, 다소 식상한 소재와 전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딸 가진 예비 장인과 초조한 예비 사위 사이의 신경전이라는, 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게 나타나는 인간상을 묘사하고 있어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말이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입장이 바뀐다는 것도 이 영화를 꽤나 장수하게 만든다. 젊었을 때는 <미트 페어런츠>를 젊은이의 시선에서 보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부모의 입장에서 새로운 영화를 보듯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벤 스틸러에 이입되어 결혼이란 게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것인지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아직 젊은이다. 드니로에 이입되어 딸 자식 출가시키는 게 얼마나 머뜩찮고 망설여지는지 동의하게 된다면 당신은 푹 숙성된 사람이다. 기자는 영화 개봉 당시인 2000년에는 전자였고, 문득 생각이 나 영화를 되돌려 본 2024년에는 후자였다. 그러면서 보호라는 게 무엇인가, 노파심처럼 되짚어 보게 됐다.

흔히 ‘보호’라고 하면 방패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보호자가 피보호자를 지키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보호가 방패의 개념이기만 할 때 피보호자의 할 일은 방패 안쪽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뿐이다. 보호의 범위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는다면 보호자가 제공하는 모든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고 안전할 수도 있다. 능동적으로 수동성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대부분은 보호자의 몫이 된다. 피보호자를 항상 지켜보고, 피보호자의 계획을 미리 파악하며, 피보호자의 가까이에서 위협들을 막아내는 등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할 정도가 된다.

하지만 분신술은 환상의 기술이다. 사람은 몸을 여러 개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을 쓰거나(예 : 경호원), 피보호자에게 무기를 사주거나(예 : 스프레이), 피보호자를 훈련시킨다(예 : 호신술). 드니로의 경우, 이미 딸이 다른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연애도 하고 결혼 상대까지 정한 마당에 일일이 딸의 뒤를 쫓아다니며 보호할 수 없으므로 과거 연줄을 동원하여 남자의 뒷조사를 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아예 집 한 구석에 두고 있으며, 꼬투리가 될 만한 것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 곳곳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지켜본다. 그러면서 딸과 그 마음에 안 드는 놈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런 아빠의 ‘보호 노력’은 어떤 결실을 맺는가? 딸이 이상한 놈팽이와 만나는 것도 아니고, 부모와 관계가 서먹한 것도 아니며, 멀쩡한 직장에 잘 다니며 크게 모나지도 않고 크게 모자라지도 않은 성인이 되었으니 아빠로서는 ‘잘 키웠다’라고 말하기 충분할 정도의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그 딸은 잘 큰 대신 결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어떤 놈을 가져다 놔도 눈에 차지 않을 아빠가 딸을 보호한답시고 모든 결혼의 가능성을 단절시키고 있으니 당연하다. 아빠의 등쌀에 벤 스틸러마저 떠나버리자 딸은 ‘아빠를 사랑하지만, 아빠라는 사람을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는 말을 한다.

드니로는 딸을 충실히 보호하려 했을 뿐인데, 심지어 노력의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라는 사람을 견디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보호의 목적이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피보호자가 아무런 위해를 입지 않도록 철통 같이 지키는 건 ‘보호’의 중간 목표 정도에 불과하다. 더 멀리에 있는, 어쩌면 궁극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진짜 목표는 피보호자가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장’은 생물학적인 발육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인 하나의 개체가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 빗대어 말하자면 <미트 페어런츠>, 즉 ‘부모 만나기’가 아니라 즉 ‘부모 되기’까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자의 역할은 단순하지가 않다. 스스로 방패도 되어야 하지만, 양분도 되어야 한다. 육체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도 되어야 하고, 정신의 성장에 필요한 양식도 되어야 한다. 이런 할 일들의 균형도 잘 맞추어야 한다. 방패 되기에 치우치면 피보호자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육체의 성장에만 집중하면 피보호자가 몸만 큰 아이가 되고, 정신의 성장에만 몰두하면 머리만 크거나 입만 산 사람이 된다. 누군가를 독립시킨다는 게 쉬운 일일 수 없다.

사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피보호자 입장일 때는 보호자가 해야 할 이상적인 일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보호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그 아는 것들이 좀처럼 실천되지 않는다. 보호자가 미숙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방패의 역할’에만 충실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보호자가 겪는 아픔들을 도무지 견디지 못한다.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격하게 반응한다. 그 아픔들 중에 성장통이라는 것도 있는데, 스스로를 방패로만 규정한 보호자는 그걸 보지 못한다. 아프지 않게 성장하는 방법도 있는 거라고 자신을 속인다. 그래서 선생님이 훈계를 하면 곧바로 교실로 달려가 따지게 되고, 아이가 떼를 쓰는 것조차 오냐오냐 받아주게 된다. 자신의 이해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피보호자를 가두는 행위들이다.


[포스터=네이버 영화]
보안 담당자들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보호자로서 회사 전체를 손 안에 가두고 통제하려 하는 것 말이다. 회사 컴퓨터로는 개인 이메일이나 SNS에 접속하지 말아야 하고, 아무리 업무용이더라도 개인 장비는 회사 망에 연결해서는 안 되고, 그 어떤 최신 솔루션도 회사 차원에서 승인하지 않는다면 설치할 수 없어 성능도 떨어지고 인터페이스도 불편한 옛 솔루션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고, 휴대용 하드드라이브나 클라우드 저장소도 못 쓰게 한다면 어떨까? 보안은 꽤나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엄격한 규정과 감시 아래 보안이 항상 탄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반드시 편리한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누군가 한 사람은 규정들을 우회하는 방법을 개발해낸다. 회사에 들키지 않고 개인 장비를 가져온다든가,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생산성 솔루션을 알아낸다든가, 썸드라이브를 반입하고 반출하는 방법을 찾아내 서로서로 공유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상황은 변한다. 회사가 아무리 감시한다 하더라도 더 편하고 싶어하는 본능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부글부글 끓는 변화들을 언제까지 눌러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몰래’가 만연해지면, 회사 입장에서 그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 방패만 내세우는 철통보안이 오히려 보안을 약화시킬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 방패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어디가 불편하며 생산성을 어느 정도로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여 균형 있게 채워주는 게 보안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보안은 하나의 정적인 형태로 고수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도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양한 접근법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드니로가 딸의 절망 앞에 자신의 고집을 꺾고 새로운 방식을 택했듯이 말이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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