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영화]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마스크’가 알려주는 신원 보호의 슈퍼파워

2024-06-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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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원로가 된 배우들의 전성기를 알린 전설 같은 영화...알고 보면 신원 보호 이야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짐 캐리와 카메론 디아즈를 일약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게 해 준 전설의 영화 <마스크>는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숨겨진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정보 보안 영화다. 코로나 시대 이후 보안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게 바로 ‘아이덴티티 보안’ 혹은 ‘신원 보안’인 지금,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심히 적절해 보인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은행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입키스는 어느 날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카일리를 만나 반하게 된다. 하지만 내세울 것이 없어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고대 마스크를 얻게 되고, 착용했을 때 새로운 인물로 변신하게 된다. 얼굴이 온통 초록색으로 변한 대신 온갖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여인 카일리와 부끄러움 없이 어울리며 춤도 출 수 있게 됐다. 갱단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경찰도 농락한다. 그러다가 마스크의 비밀을 들키고, 심지어 갱단에게 빼앗기게 된다.”

마스크의 모순
사실 마법의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면 상당히 대범해진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마스크를 쓰고 숨을 쉬는 게 적잖이 불편하긴 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편한 점도 있었다. 양치나 면도를 말끔하게 하지 않아도 마스크 하나면 가릴 수 있었고, 심지어 하관을 가림으로써 마음이 예상치 않게 가벼워지는 경험도 배우상과 거리가 먼 평범 넓적한 우리에겐 있었다. 그러니 입키스가 확보한 고대 마스크처럼 얼굴 전체를 가려주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당연히 불편함이 있긴 하겠지만 또 다른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이 마스크의 모순이다. 착용 시의 불편함과 착용한 상태에서의 해방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얼굴을 가림으로써(즉 신원을 감춤으로써) 자신 안에 숨겨진 것들을 속시원히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해방감은, 얼굴에 뭔가를 덮어 씌우는 이물감을 견뎌냈을 때에야 찾아온다. 얼굴을 더 많이 가리면 그만큼 더 불편하겠지만, 찾아오는 해방감 역시 가린 면적에 비례해서 커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생활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때에 우리는 이름 대신 ID를 쓰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온라인 카페 동호회나 게임 클랜들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실명을 사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해당 카페나 게임 내에서 사용하던 ID를 그대로 가져와 서로를 지칭한다. 기업이 신원 정보를 가져가는 것과, 나의 신원 정보가 나의 허락없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기도 하고, 기업들도 알아서 주의해주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된 법들도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실명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성별과 같은 개인정보들을 사용해야 할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때에는 여러 가지 익명화 기술이 동원된다.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들 편에서도 자신들의 신원을 가리기 위한 여러 가지 규칙들을 지켜야 하는데, 아무튼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입장이나, 관련된 법을 마련하고 제정하고 지키는 입장이나, 각종 주의사항들을 유념한 채로 살아가는 입장이나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여기까지는 마스크를 썼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면 마스크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즉, 뉴노멀을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감수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마스크>에서는 만화와 같은 슈퍼파워를 제시하는데, 보안 업계에서 가져다주는 건 안도감이다. 나와 내 가족이 노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 따라서 누군가의 표적이 될 확률이 낮다는 그 안도감은 요즘처럼 해커, 사기꾼, 스토커 등이 판치는 때에 슈퍼파워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한 복판에서 누리는 평화가 기적인 것처럼,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안도감을 점점 더 희귀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안도감이 어떻게 슈퍼파워씩이나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기적과 같은 축복을 누리고 있는 것일 테다. 지금 세상은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와 중동에 이어 극동에까지 온통 전쟁과 테러와 난리의 소식이 무성한 때를 지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귀찮다. 신원과 관련된 정보들, 더 나아가 기밀들을 지키고 함구하는 일이 성가시다. 게다가 자꾸 잊기도 한다. <마스크>에서 입키스도 새로운 시대, 즉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영화 중간에 마스크 때문에 상담도 받고, 상담을 통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자 마스크를 버리려고도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힘에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 번은 큰 아이와 할머니가 외출을 했다가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개인정보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식당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셨고, 두 분은 손주들 자랑에 빠지게 되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급기야 손주들의 이름도 서로에게 알려주시고 심지어 핸드폰에 저장해 둔 사진까지도 보여주시며 이쁘네 귀엽네 복스럽네를 연발하셨단다.

그러는 동안 큰 아이는 옆에서 가족들의 실명이 나올 때마다 안절부절하며 할머니를 만류했다. 그 아이 입장에서는 할머니가 하는 일이 개인정보 유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담소를 멈추지 않으셨다. 급기야 소중한 동생들의 얼굴까지 공개되자 아이는 결국 할머니에게 화를 내버렸다. 할머니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예뻐했던 손녀가 버릇 없이 자란 게 슬플 뿐이었다.

안타깝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아이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변했다고, 낯선 이에게 실명과 얼굴을 함부로 알려주는 건 위험하다고 설명을 드렸지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름이 아니라 ‘우리 손녀’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도, 이제는 예전처럼 대화도 살갑게 못하는 때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어 보이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이전보다 두텁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 마치 장벽을 건설하라는 말인 것처럼 거부하셨다.

신원 보호를 위해 사소한 대화에서조차 각종 익명의 기술을 동원하고 마스킹의 습관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건 의외로 힘든 일일 수 있다. 낯선 이와 이름 정도 교환하며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은 비단 할머니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통성명 정도로 실제 큰 일이 벌어지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뭘 그렇게까지 하냐’는 반응도 이해가 간다. 철저히 입을 닫고 벽을 치는 것은 아직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찜찜함의 감각을 키워야 하는 때라고 본다. 나의 신원을 밝히기 직전에 ‘왜 내가 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동으로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에 와서 낯선 이와 이름을 주고 받는 것은, ‘나 어느 가문 몇 대손 아무개요’라고 큰소리로 자기를 밝히던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을 때 이 질문의 스위치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렇다면 그 리스크는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위의 사례에서처럼 그 설득의 상대가 어르신일 때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럴 때 돈이 유용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이해하는 게 돈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무명이어도 이름에 가격이 매겨지고, 배우상이 아니더라도 얼굴에도 값이 있고, 더 나아가 지문과 목소리, 전화번호 모두에 나름의 가격표가 붙는 세상이라는 걸 알려드린다면, 세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다 이해하지 못하신다 하더라도 다음에 옆 자리 낯선 할머님과 손주 자랑 주고 받으실 때 지갑에서 꽁돈 꺼내 주는 것 같은 찜찜함의 싹이 틀 수 있다.

이름 한 번 잘못 꺼내면 정말로 큰일이 나는 시대가 아직 아니라는 건,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습관, 신원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서서히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눈앞에, 24시간 펼쳐져 있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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