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의 손가락 끝에 이미 보안이 무르익어 있다

2024-02-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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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경험이 절대 아닌, 익명의 모씨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PC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남다르다. 빅테크들도 앞다투어 게임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고, 프로게이머들의 연봉은 기성 스포츠 선수들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며, 최근에는 PC 게임을 간편히,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장비들도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무엇이 게임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을까? 게임 개발자들의 빛나는 창의력? 코로나가 창궐할 때 시행된 각종 봉쇄 정책?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들의 성장? 기자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비판적이고 냉철한 분석을 통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보안’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여기서 나누고자 한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으나, 그것은 단순 느낌일 뿐이다. 그럴 것이다.

게임이든 뭐든, 한 산업이 성장하려면 그 산업에서 돈을 쓸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사용자 자체가 많은 것보다 주머니를 기꺼이 열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주머니는 어떻게 여는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준과 비례할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좋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돈을 쓰고 싶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것에 굳이 금전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게 소비자의 마음이다. 그러나 최상위 품질만으로 지갑이 열리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세상 모든 장인들은 갑부여야만 한다.

‘꼭 사고 싶다’, ‘갖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소유하기 어렵다’는 느낌이다.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에 어쩐지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만나지 말라는 친구가 좀 더 애틋하게 느껴지고, 가지 말라는 곳은 꿈에서까지 등장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다. 게임은 어떤 아이템인가? 예전보다야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많은 유부남들이 가족들에게 마음껏 공개하지 못하는 취미 생활이다. 그래서 우리.. 아니 수많은 유부남들이 자기도 모르게 한껏 활용하게 되는 보안 도구가 있는데 바로 알트탭이다.

상상도 못할 삼엄한 환경에서 이 은밀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부류들은, 그 삼엄함 때문에 보안 정신이 크게 자란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재미있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골랐다면 알트탭과 친해져야 하는 때부터는 일단 알트탭과의 호환성이 게임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의외로 어떤 게임들은 알트탭에 다소 늦게 반응을 하기도 하고, 알트탭을 하고 들어오면 화면이 깨지기도 하며, 조작감이 달라지기도 한다. 화면에서 사라졌는데도 게임 BGM이 계속 나오는 경우도 있다. 찰나의 타이밍에 칼 같이 반응을 해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수명을 재촉하는 위협 요소가 될 뿐이다.

알트탭과 친구하며 꾸준히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 덧 자신의 기준이 표피적이며 말초적이며 가벼워 찰랑거리는 ‘재미’가 아니라 좀 더 성숙하고 추구할 만한 가치인 ‘보안’과 ‘안전’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뿌듯하기보다 슬프...지 않고 뿌듯하다. 아무튼 그렇다.

알트탭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알트탭 만으로 온전한 보안 대책이 될 수 없음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왜냐하면 알트탭을 해서 화면을 순간 전환한다 한들, 윈도 작업 표시줄에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맥OS의 경우 애초에 게임에 친화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다루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나 iOS의 경우, 이동성이 PC보다 자유롭고 알트탭이라는 보안 장치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유부남들은 알트탭을 쓰다가 작업 표시줄 자동 숨기기 옵션을 활성화하게 된다. 크게 혼쭐이 난 후에 깨닫느냐, 혼자서 알트탭을 시연해 보다가 깨닫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종국에는 알트탭과 작업 표시줄 자동 숨기기의 좋은 궁합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보호 장치는 늘 여러 겹으로 둘러쳐야 한다는 걸 깨닫고 실천한다는 것은 귀중하다. 어디에서도 얻기 힘든 교훈이자 체득의 기회다. 혹시 게임을 할 때마다 호환성 좋은 게임을 선택해 실행시킨 후 알트탭을 가볍게 눌러 작업 표시줄까지 순식간에 사라지고, 복잡한 엑셀 문서나 중요한 심오한 학술 자료가 화면을 크게 채우는 것을 매번 몸풀기처럼 확인하는가? 눈물을 닦으라. 그 짧은 순간에 당신은 그 누구보다 철저한 보안 실천자로 거듭나고 있으니까. 활동의 선택부터 점검과 훈련까지, 모든 보안의 지혜가 당신 몸에 배어있다.

이런 환경에서 게임을 하니 ‘갖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고, 이는 보안을 몸에 배게도 하지만 구매 욕구도 높인다. 보안과 친하게 하니 지갑이 열린다는 묘한 맥락이 이렇게 완성된다. 억지스럽다고?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났다. 기사가 수습이 되지 않는다. 에라, 요약이나 하자.
1) 진정한 보안은 활동의 폭을 스스로 알맞게 절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2) 보안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안전의 수준이 올라온다.
3) 단 하나로 해결되는 보안 장치는 없고, 여러 겹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4) 몰래 게임하는 당신은 이미 보안을 체득하고 있다. 보안 문화 정착에 일조하라.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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