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한 달 늦게 정리하는 ‘이 달의 시사 이슈와 IT 이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는 말은 곧 IT라는 분야가 빨리 변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일상에 스며드는 IT의 물결이 거세다는 뜻이다. 지난 9월에 벌어진 일들을 조금 늦지만 한 번에 모아보자.

[이미지 = utoimage]
바이든, 의회, 기술 감시
이번 달에도 미국 의회에서 빅테크는 뜨거운 이슈였다. 9월 8일 바이든 대통령은 테크 분야 자문 위원들 및 기업 수장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소노스(Sonos)와 모질라(Mozilla)의 임원들도 참석했다. 테크 분야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눠졌는데, 허위 정보와 극단적 혹은 폭력성이 짙은 콘텐츠,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프라이버시, 공정한 경쟁, 투명성 부족과 같은 주제들이 등장했었다.
정치 분야 외신인 폴리티코에 의하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통신품위법의 230조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사용자가 특정 플랫폼에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갖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다. 바이든은 미국 의회가 이 230조 전체를 갈아엎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 정보나 혐오 발언 등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게 그의 목표다. 하지만 공화당은 민주당에서 이렇게 움직이는 건 실리콘밸리와 손발을 맞춰 보수파의 목소리를 인터넷 상에서 완전히 삭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들의 콘텐츠를 누가 관리하게 되느냐는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건 위의 논란이 일어나는 회의 석상에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인 구글이나 메타는 초청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 그러므로 여론 - 를 주무르고 싶어 하는 게 누구일까? 빅테크일까, 정부 기관일까?
이란, 이란, 이란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미국 당국은 세 명의 이란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사이버 사기와 협박에 관한 혐의 때문이다. 이 세 명은 전 세계 수백 개의 네트워크를 겨냥하여 사이버 공격을 실시하며 멀웨어를 유포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 등 이란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공격한 곳은 소아병원 한 곳, 가정 폭력 대피소 한 곳, 다양한 정부 기관들과 사기업 웹사이트들이었다.
이들의 사이버 공격 행위는 2020년 정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참으로 얄궂게도 미국의 영장이 나온 것은 이란 국내에서 커다란 혼란이 일어났을 때였다. 마사 아미니(Mahsa Amini)라는 22세 여성이 히잡 착용을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혁명에 가까워지고 있고, 정부의 탄압 때문에 시위대 중 일부는 사망하기도 했다. 확실히 지금 이란 공화국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이란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가장 혼란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의 인터넷을 끊어냈다.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정부의 이미지를 훼손케 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각종 매체들 역시 이란 정부에 불리한 기사들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이란 여성들의 단발식이 인터넷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즉각 이란의 이러한 거친 압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블링컨 국무총리는 9월 23일 “미국 기업들이 이란의 사용자들에게 웹 브라우징, 소셜미디어 접근, 영상 공유, 자동 번역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원래는 대 이란 제재 때문에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다. 발표 직후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이란에서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바로 다음 날 스타링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아직 이 발표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러시아는 지금 칩들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한다. 물론 각종 미사일과 드론 등 군사 무기가 제일 필요하겠지만 미국, 일본, 대만, 한국에서 주로 만드는 반도체, 변압기, 커넥터, 각종 포장 재질, 트랜지스터, 인슐레이터 등과 같은 기초적인 테크 제품들을 도무지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외신인 폴리티코가 보도한 바 있다. 칩셋이 정말 모자란 것이 지금 러시아의 상황이다. 세계 전체가 칩셋 대란에 빠져있으니, 러시아가 오죽할까.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국제 제재가 러시아로부터 테크 부품과 재료들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국제 제재를 찬양하자는 건 아니고, 반대 여파가 있음도 익히 알고 있다.) 이럴 때 이른 바 회색 지대의 시장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업자들은 이런 러시아의 상황을 파악해 물자를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국제 사회와 테크 분야는 이러한 시도들을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업자들이 국제 사회의 규칙을 어기고 러시아에 물자를 공급한다고 해도 러시아 입장에서 충분할 리 없다. 지난 5월에만 하더라도 러시아 군이 침략한 우크라이나 기관과 시설, 심지어 가정집에 들어가 생활 가전에서 칩셋을 떼어내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군인들이 나설 정도로 부족한 물량이 암거래로 메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연합, 얼굴인식 금지시키나
얼굴인식 기술에 반대하는 유럽연합 회원국과 평의회 의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중도 좌파 사회주의자들과 민주주의자들, 그리고 좌파 성향 생태주의자들은 오래 전부터 얼굴인식 기술의 금지를 주장해 왔었다. 아마 얼굴인식을 반대하는 논리를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9월에는 리뉴(Renew)라고 하는 중도파 단체(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도 여기에 포함된다)도 이 얼굴인식 반대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분기점이 마련됐다.
사실 마크롱이 얼굴인식 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는 건 조금 의아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얼굴인식 기술을 적극 지원한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얼굴인식이 금지된다는 건 경찰의 사법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테러 방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프랑스 정부는 보고 있었다. 프랑스는 각종 테러리스트 공격에 시달려 온 국가다. 아직도 그들의 기억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갑자기 유럽연합의 주류들에 합세해 얼굴인식 금지를 주장하게 된 건, 테러 방지와 사회적 안전보다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유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터진 전쟁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베스타거 1점, 구글 0점
유럽연합 재판소에서는 중요한 판결이 지난 9월 내려졌다. 구글이 독과점을 실시했다며, 공정경쟁위원회의 마가레트 베스타거(Magarethe Vestager)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정경쟁위원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구글 검색엔진과 구글 앱들이 더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고 주장해 왔고, 재판부에 판결을 요청했었다.
재판부는 지난 9월 “구글의 일부 사업 모델과 전략이 현재 구글이 가지고 있는 시장 내 높은 장악력을 악용하도록 세워져 있음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글이 모바일 인터넷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의 현 위치와 힘을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유럽 대륙 내 가장 유능하다고 하는 법률 전문가와 로펌들을 고용해 드림 팀을 구성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5월에, 인텔은 6월에 각각 패소 한 번씩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의 미국 빅테크들의 고전이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은 그린 화폐?
9월 15일 암호화폐 플랫폼인 이더리움이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목적은 플랫폼 운영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99% 줄이는 것과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플랫폼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기술적으로 리스크가 매우 큰 변화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는데, 결과가 썩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더 정확한 판단은 시간이 더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크립토 업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트리겠느냐,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린 기술로 변모했으니 이제는 정부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정부 기관의 눈총을 받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 태도가 갑자기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와이어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머지라고 부른다)의 궁극적 목적은 ‘합법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린화와 보안 강화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의 성과 역시 시간이 더 흘러야 나타날 것이다.
글 : 카를로 마시모(Carlo Massimo),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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