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테러라이브-2] 테러리즘에 대한 정의(定義)가 통일되지 못하는 이유?

2017-09-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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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적 잣대 적용되는 ‘테러리즘’에 대한 통일된 국제적 정의 필요

[보안뉴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NSA의 일급비밀을 특종으로 보도했던 유명한 미국 탐사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는 영국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군인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범인들의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것을 ‘테러’라고 규정하려면 먼저 ‘테러리즘’ 혹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일관되고 명백한 개념 규정이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고 역설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지=iclickart]

그의 주장의 초점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본다면 서방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에서 자행하고 있는 전쟁 행위 역시 테러리즘과 뭐가 다른가 하는 것이었다. 즉, 테러단체들의 무자비한 살해행위도 분명한 테러이지만, 반면에 미군 등이 이라크 등 중동에서 전투중 민간인을 살해한 경우 역시 테러라는 주장이다.

이는 9․11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 1373호가 테러 행위의 기준을 “민간인을 상대로 하여 사망 혹은 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위해를 가하여 대중 혹은 어떤 집단이나 사람에게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특정 행위를 강요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테러리즘의 정의(定義)가 중동과 서방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적용되는 것을 비판했다. 미군이나 영국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면 그것은 ‘부수적인 피해’일 뿐이고, 무슬림이 하면 명백하게 군인을 목표로 했다고 하더라도 테러행위가 된다는 기준은 서방의 오만한 잣대라는 것이다. 비록 서방의 시각에선 테러단체에 대한 대응적 ‘군사공격’일지 모르지만, 무고한 중동의 민간인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테러리즘은 전통적인 안보분석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주제이지만, 아직까지 ‘테러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과 개념정의에 대한 뚜렷하고 보편적인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동기, 대상, 범위, 주체, 이념 등의 포함여부 그리고 학자와 전문가들의 시각에 따라 달리 정의되고 있을 뿐이다. 즉 동일한 사건을 관점에 따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단순한 일반범죄로 취급하기도 하며, 다른 시각에서는 애국적인 행위로 평가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테러리즘에서의 중요한 관점 또는 인식의 비대칭성이며 극단적인 양면성이다. 한쪽에서는 악의 화신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영웅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관련된 정의는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 미래에도 국가와 민족 간 서로 다른 입장 차이로 정의개념이 통일되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난제이다.

더구나 극단주의 무장조직 ISIS의 출현 이후 테러리즘의 범주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 테러의 정의가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폭력 행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정치적 신념과 무관한 대량 살상 행위도 테러로 쉽게 규정되는 양상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유럽의 테러도 명확한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지만, 테러로 규정하고 있어 이런 사건들을 테러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상 ‘묻지마’ 살육 행위가 성급하게 테러로 둔갑하면서 테러리즘의 정의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테러리즘의 느슨한 정의가 일으킬 부작용으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테러’라는 명분으로 범죄를 저지를 여지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ISIS의 이름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고, 사회부적응자들이 종교와 무관한 범행을 일으키면서도 명분을 찾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러 견해를 종합해 보면 ‘테러리즘’은 일관성 있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주권국가 혹은 특정 단체가 정치, 사회, 종교, 민족주의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적·지속적으로 폭력의 사용 또는 협박으로 광범위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특정 개인, 단체, 공동체 사회, 정부의 인식변화와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상징적·심리적 폭력행위의 총칭”으로서 ‘폭력을 사용한 공포심 유발’과 ‘정치적 목적’이 테러리즘을 규정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게 개인적 소견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 한마디가 강대국의 모든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전쟁면허’도 아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의 테러 역시 저항이란 이름으로 ‘살인면허’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무자비한 무력의 사용으로 ‘충격’과 ‘공포’를 유발해 군사적·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더구나 민간인 다수의 피해를 수반한 것이라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정의(正義)가 아니라 한낱 폭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에 대한 이런 이중적 문제의식은 전쟁과 응징이라는 명분하에 자행하는 학살과 또 다른 형태의 테러리즘을 정당화할 뿐이다.

이슬람 세계의 폭력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면서 유지할 수 있었던 서방의 도덕적 정당성, 혹은 도덕적 우월주의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테러리즘에 대한 통일된 국제적 정의(定義)는 합의되어야 한다.
[글_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manjong74@naver.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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