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객원기자] 요즘 들어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래된 컴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노후 PC 교체 시 절대로 그냥 버리면 안 된다. 중고품 시장에서 하드만 따로 떼서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최근에는 HDD 파쇄기를 이용하지 않고 LOW FORMAT 후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LOW FORMAT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HDD 손상 없이 데이터만 삭제할 수 있고 복구는 쉽지 않은 방법은 없는지, 노후 PC 교체 시 기존 데이터의 효과적인 삭제 노하우가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단순히 데이터를 휴지통으로 넣고 비우는 작업으로는 하드디스크 내에서 데이터를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 데이터를 휴지통에 넣고 비우면, 하드디스크는 ‘시작 부분’ 내에 있는 데이터만을 먼저 깨끗이 지우고, 나머지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똑같이 남아 있다.
이것은 전문가에 의해 언제든지 데이터가 복원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의 시작부분뿐만 아니라 모든 내용도 삭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삭제 전문 유틸리티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와이핑(Wiping)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와이핑 기법마저 완벽하지는 않다. 완전한 삭제를 위해서는 모든 디지털 신호를 0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와이핑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썼다 지웠다 하는 작업 중 디지털 신호는 완벽한 0이 아닌 소수점을 가진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다. 이러한 신호를 이용해서 소수의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의 보다 안전한 삭제는 디가우저(Degausser)로 인해 가능하다. 디가우저 안에 하드디스크를 넣고 돌리면, 디가우저 내의 강력한 자석에 의해서 하드디스크는 자성이 사라진 고철덩어리로 변하게 된다. 이 경우에 하드디스크는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정보 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가 아닌 SSD를 사용하면 이러한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다. SSD는 와이핑이나 디가우징 같은 과정 없이 Shift + Delete 만으로 데이터가 완전하게 삭제되기 때문이다.
디가우저 방식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일부 공직자들이 정보 유출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 컴퓨터 폐기 시도 때 디가우징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디가우저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와 플로피디스크 그리고 자기테이프 등에 기록된 데이터를 파괴하는 장비로, 소자(消磁) 장비라고도 한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삭제하거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여도 복원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을 사용하면 데이터를 살려낼 수 있고, 심지어 하드디스크를 물에 빠뜨리거나 심하게 파손시켜도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자력선이 남아 있으면 복구할 수 있지만 디가우저로 하드디스크 등을 파괴하면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하드디스크 등의 저장매체는 얇은 자성 물질로 덮인 금속판을 겹쳐 놓은 형태로 이 금속판 위에 정보를 기록하게 되는데,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면 자력 성질이 사라지면서 정보가 지워져 버린다. 전화카드나 전철 승차권, 신용카드에 부착된 자기 테이프 표면에 입혀진 산화철보다 자력이 센 영구자석이 스치고 지나가면 테이프에 입력된 자료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디가우저는 태양 흑점이 내뿜는 약 1,000Oe(에르스탯)의 7~8배에 달하는 자기장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 기밀 정보 삭제 및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하여 개발된 장치로, 정보 보안이 중요시되는 정부기관이나 방송사, 금융기관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노후화된 컴퓨터의 정보 삭제를 위해서는 디가우저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기노 객원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