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역사, 그날] 1994년 12월 25일, 미트닉의 장난전화와 쿵후 비꼬기

2024-12-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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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유명 컴퓨터 학자를 동원하여 마찬가지로 유명한 해커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컴퓨터 학자가 해킹 공격과 ‘조롱 공격’을 받게 된다. 요란한 쿵후 기합과 함께였다.

3줄 요약
1. 94년, 미트닉을 한창 추적하고 있었던 과학자 츠토무 시모무라.
2. 그런데 갑자기 미트닉의 해킹 공격이 들어오고, 장난전화가 이어짐.
3. 미트닉의 조롱 사건으로 유명해졌는데, 알고 보니 장난전화는 다른 사람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지금은 전설처럼 남아있는 이소룡과 그의 신박한 움직임을 액션 영화의 소재로 삼아내는 게 미국 영화 산업 내에서 크게 유행한 것이 60~70년대이니 이미 저 먼 과거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7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벌써 이런 무술 영화들에 대한 비판과 비꼼이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밈처럼 등장한 문구가 하나 있었으니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하다”이다. My kung fu is stronger than yours라고 한다. 다만 그 때는 ‘밈’이라는 말도 없었을 뿐더러 통신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한 때가 아니라 현대의 유행어처럼 파급력 있게 퍼져나가지는 않았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참고로 이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하다’는 문구는 1976년 한 무술가의 잡지 인터뷰에서부터 비롯됐다. “요즘 무술 영화는 줄거리가 다 똑같다. ‘내 유파가 네 유파보다 강함을 증명하겠다’이거나 ‘너의 사부가 내 사부를 살해했으니 내가 복수하겠다’ 둘 중 하나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이소룡이 유행시킨 무술 영화 장르 자체를 비꼰 것이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는지,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력하다”라는 유행어가 생겨난 것이었다.

그러고 한참 시간이 지난 1994년 12월 25일, 컴퓨터 보안 전문가였던 츠토무 시모무라(Tsutomu Shimomura)가 해킹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공격자는 그 유명한 해커인 케빈 미트닉(Kevin Mitnick)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시모무라는 당시 FBI를 도와 미트닉을 추적하고 있었고, 훗날 그를 실제로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미트닉을 추적하던 과정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기도 했었다. 그 책의 이름은 테이크다운(Take Down)이며, 이 책을 바탕으로 트랙다운(Track Down)이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아무튼, 그건 미래 일이며, 1994년 12월 25일 해킹 공격을 받은 그는, 바로 이틀 후인 27일 또 다시 공격을 받게 된다. 누군가 음성 사서함에 “내 기술력이 최고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러더니 또 사흘 후인 30일, 음성 사서함에 악성 메시지가 하나 더 담겨 있었다. 공격자는 브루스 리가 자신의 영화에서 무술을 할 때마다 입으로 내던 기합 소리(아뵤오오!)를 막 시끄럽게 낸 후에 “너의 보안 실력은 패배로 이어진다. 너의 실력은 보잘 것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쿵후를 보안 실력에 비유한 것이었다.

미트닉이 자신을 추격하는 또 다른 해킹 전문가를 실력과 말로 박살 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바람을 타고 날았다. 이 해킹 및 장난전화 사건 자체에 ‘나의 쿵후가 너의 쿵후보다 강하다’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을 정도였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통신이 발전해 있지 않아 도무지 퍼지지 않았던 20년 묵은 ‘밈’이 해커들의 장난을 통해 급속도로 퍼진 사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다. “케빈 미트닉이 자신을 쫓는 사람을 농락했다”는 것과 달리 시모무라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긴 건 전혀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건이 발생하고서 5~6년이 지난 시점에 밝혀졌는데, 94년 당시 첫 번째 해킹 공격을 한 건 미트닉이 맞았지만, 그 후 전화를 두 차례 걸어 쿵후가 어쩌고 저쩌고 한 건 제케 쉬프(Zeke Shif)라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트닉과 일면식도 없었고, 그를 도우려고 하거나 시모무라를 골리려 했던 건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무술 영화를 널리 비꼬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하여간 그 때나 지금이나 해커들의 ‘덕후력’이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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