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역할 분담해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 범죄조직 구성
가상자산 28종 발행·판매, 15,000여 명으로부터 총 3,200억 원 편취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투자리딩사기와 보이스피싱 수법을 결합한 신종사기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죄자들이 사용한 법인 도장과 통장(좌), 범죄수익금을 보관한 금고(우)[사진=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청장 김준영)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투자리딩 범죄조직의 총책 A씨는 L투자그룹에서 추천해 준 주식에 투자해 피해를 본 회원들의 환불요청으로 집단 민원이 발생하자, 환불요청을 회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A씨는 별도의 지주회사 G법인을 설립해 그 밑에 6개의 유사투자자문 법인과 10개의 판매법인을 두고, 총책 A씨를 중심으로 총괄·중간관리책, 코인 발행책, 시세조종책, DB공급책, 코인판매책, 자금세탁책, 자금관리책 등 역할을 분담한 총 15개 조직을 만들어 28종의 가상자산을 판매하기로 범행을 공모했다.
총책 A씨는 코인발행책에게 무가치한 6종의 코인을 자체 발행해 해외거래소에 상장하게 하고, L투자그룹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세조종(Market Making, MM)팀에게 해외거래소 MM 계정을 관리하면서 시세를 조종하게 했다. 시장조성(Market Making)은 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법률상 특정조건에서 증권사 등이 거래 수급을 조절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빙자한 시세조종 행위의 의미도 있다.
이들은 거짓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며 전방위적 광고를 일삼았다. 이들은 유사투자법인 업체에서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수집한 DB를 판매법인 업체에 제공하면, 판매법인 판매원들은 유사투자법인의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운명을 바꿀 기회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야 한다’,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코인을 매수하라’고 속였다. 이렇게 피해자들을 기만해 총 1만 504명으로부터 3만 554회에 걸쳐 2,184억원 상당의 가짜 코인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자금세탁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은닉했다. 자금세탁책은 판매된 코인자금을 이체받아 3~4단계에 걸쳐 자금세탁을 한 후, 현금으로 출금해 자금관리책에게 전달했다. 자금관리책은 현금을 대형금고에 보관하다가 총책에게 전달했으며, 중간관리책은 코인 전송 및 범행계좌 및 판매자금 관리 등을 총괄관리책에게 보고했다. 총괄관리책은 역할별 범죄수익금을 배분하는 등 판매자금을 치밀하게 관리했다.
이 조직은 텔레마케팅을 이용해 주식·코인 피해자를 타깃으로 2차 피해를 야기했다. 코인 판매총책 B씨는 2022년 6월부터 보이스피싱 3개 조직(대표-이사-팀장-팀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이미 주식이나 코인으로 손실을 본 피해자들에게 손실금액을 코인으로 보상해 주겠다 속여 피해자 4,800명으로부터 1만 6,600차례에 걸쳐 1,072억원 상당의 일말의 가치도 없는 코인을 판매했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2월 무렵에 “고급정보로 알게 된 비상장 코인을 상장 전 구매하면 30배 수익이 가능하다”고 속여 3억원을 편취한 사건을 일선경찰서로부터 이관받아, 가상자산 판매계좌 등 1,444개 범행 이용 계좌 분석을 통해 자금세탁 후 현금화 과정을 확인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초기 범행 수법을 살펴보면 총책 A씨는 코인을 발행할 기술력이 없음에도 자체 발행한 코인들이 마치 해외거래소에 상장되면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는 유망한 코인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코인의 초기 개발자금 모금 형태로 금원을 편취하기 위해 프라이빗 세일(비공개로 진행하는 할인판매) 형태의 수법으로 코인을 판매했다.
일반적인 가상자산 발행은 ①가상자산 프로젝트 백서 작성 → ➁가상자산 재단설립(해외법인) → ➂재단을 통한 가상자산 발행 → ➃프로젝트 초기개발자금 모금을 위한 프라이빗 세일 판매 → ⑤상장 심사를 통한 해외거래소 상장 등의 경로를 거친다.
하지만 이들 범행조직은 ①가상자산 프로젝트 백서 작성 → ➁직접 코인 발행 및 프라이빗 세일 명목 판매 → ➂페이퍼컴퍼니 해외재단 설립 → ➃브로커를 통한 해외거래소 상장 → ⑤‘L’ 투자그룹 전문가로 구성된 MM팀을 이용한 시세조종 등의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은 범행수법 초기에 ‘프라이빗 세일’ 방식으로 접근해 가짜 코인을 판매했으나, 점차 코인 손실보상을 해준다고 빙자해 가짜명함과 대포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진화했다. 심지어 프라이빗 세일 방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재차 손실보상을 해주겠다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2차 피해를 줬으며, 투자금이 바닥난 피해자에게는 개인정보를 빼내 몰래 대출까지 받아 3차 피해를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팀은 범행 후 홍콩, 싱가폴을 경유해 오스트레일리아로 도피한 총책 A를 끈질긴 추적과 유인 공작으로 검거하고, 하드월렛에 은닉하고 있던 비트코인 22개(한화 약 22억원 상당)도 압수했다. 또한 이들 조직이 1만 5,000여명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8종의 가상자산을 3,200억원 상당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가상자산 투자리딩사기 범죄조직 215명을 검거했다. 이와 함께 피해회복을 위해 특정된 범죄수익금 478억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통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가상자산 판매 등에 대한 법령제정·감독체계 강화 등 유사투자자문업의 가상자산 판매 관련 법적 미비에 대해 제도개선 방안을 금융감독원 등에 통보했다”며 “가상자산 관련 대규모 범죄조직의 체계적인 범죄 수법을 적발한 만큼, 향후 민생 경제를 침해하는 대규모 가상자산 관련 투자사기에 대해 국가수사본부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집중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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