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11월 1주차, ‘트럼프의 불길’

2024-11-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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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7번째 대통령이 된 트럼프...상원까지 공화당이 차지해 당분간 미국은 보수 일색일 듯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1월 1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트럼프의 불길’이다. 트럼프의 당선만큼 큰 국제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 45번째 대통령이었던 그가 한 번 물러났다가 47번째 백악관 주인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가 돌아온 세상은 화염이 가득한 곳이다. 그가 그런 세계에 소화기가 될까, 더 큰 불길이 될까? 여러 가지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불 네 개를 짚어본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1. 트럼프와 러우 전쟁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현 부통령인 해리스를 제치고 미국의 47번째 대통령이 됐다. 개표가 시작된 순간부터 빠르게 우위를 점한 채 단 한 번의 위기 상황 없이 여유롭게 승리를 확정지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거라고 미국의 모든 메이저 매체들이 보도했었는데, 그러한 예상들이 전부 무색하게 됐다. 아무래도 한 번 트럼프를 제쳐 본 적이 있는 바이든마저 고전할 거라고 예상된 싸움이었던지라 지금의 해리스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상원마저 공화당이 차지하게 되면서 당분간 미국은 공화당 색깔이 가득한 나라가 될 예정이다.

이 결과가 현재 지구상에 있는 여러 불길들을 거세게 할지 약화시킬까? 현재 지구를 뒤덮고 있는 화염은 러-우 전쟁, 중동 상황, 중국-대만 긴장감, 기후 변화로 정리가 가능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로 우크라이나가 버텨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NATO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인데, 트럼프의 미국이 이런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트럼프는 NATO가 유럽을 보호하는 동맹이므로,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국방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온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때(바이든 사퇴와 해리스 출마 이전) NATO 국가들이 국방비 예산을 높게 책정하기도 했었다. 우크라이나의 지원이 축소될 수 있고, 그러면 러시아가 순식간에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키는 게 가능하다. 그에 따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다.

이 전쟁이 우리나라에 긴장감을 주는 건, 북한이 참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우 전쟁의 향방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한반도에 영향을 줄 예정이다. 위 시나리오대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그 승리의 공이 북한에도 어느 정도 돌아갈 것이고, 북한은 러시아의 전폭적인 답례를 받아 로켓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서방 국가들에도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전개다.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도 언급하는 트럼프가 북한군 개입으로 복잡해진 러-우 전쟁의 여러 양상을 고르게 고려하여 외교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트럼프는 끊임없이 ‘친러 성향’ 때문에 문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김정은을 ‘나와 아주 친한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이긴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이 이번 전쟁에서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리고 상원도 공화당이 점령했기 때문에 그를 건제할 만한 장치가 부족하다.

2. 트럼프와 중동
중동의 상황도 더 깊은 안개 속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양쪽에 폭격을 가하면서도 또 다른 총구를 이란에 겨누고 있다. 이들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아 이스라엘에 꾸준한 반격을 가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서방 국가들과 동맹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되고, 민간인들의 희생이 늘어나면서 이 오랜 동맹 국가들조차 이스라엘을 뜯어말리고 있다. UN에서도 이스라엘 규탄의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런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고, 이미 세계의 여론은 반 이스라엘로 돌아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스라엘을 지원하긴 하면서도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트럼프의 미국이라면 어떨까? 예단하기에 이르지만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왔던 인물이다. 대통령으로 있을 때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령으로 선포하기도 했었고,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과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맺었던 ‘이란 핵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이란을 고립시킨 것도 트럼프가 한 일이다. 또한 현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와도 죽이 잘 맞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스라엘에 반대한다거나 만류라도 한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스라엘로서는 더 큰 힘을 얻게 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심지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수 있다.

3. 트럼프와 중국-대만
중국과 대만이 가진 힘의 차이는 비교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극명하다. 중국이 모든 면에서 대만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잠깐 만에 대만을 정복하거나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계속해서 대만을 그대로 두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이 대만의 뒤에서 ‘건드리면 혼난다’의 눈빛을 계속 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껄끄럽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중국-대만의 일에 바이든 행정부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물론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을 적극 견제해 왔었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를 걸고 넘어지며 결국 ‘미국 vs. 중국’ 무역 전쟁을 촉발시킨 것도 트럼프다. 바이든은 이걸 이어갔을 뿐이다. 특히 대만이 보유한 TSMC는 세계 최대, 최고의 칩셋 제조사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고, 기업가인 트럼프도 이 생리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대만을 삼키는 걸 두고볼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인물 자체가 워낙 즉흥적이고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것처럼 대만에도 보호비를 청구하다가 관계가 틀어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도 트럼프 체제 하에서는 상상이 가능하다.

4. 트럼프와 기후 변화
제일 큰 일은 ‘기후 변화’다.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각종 정책을 만들어 밀어붙이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런 흐름을 꾸준히 비판해 왔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고, 그래서 각종 재앙이 시작될 거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음모론’으로 치부해온 게 바로 트럼프다. 이제 겨우 싹트고 있는 친환경 산업들이 트럼프 시대라는 악천후를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한다. 탄소 배출량 따위 신경도 쓰지 않을 것 같은 게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미국은 석유 매장량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에 있는 나라다. 부강한 미국을 꿈꾸는 트럼프라면 이런 자원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다. 이걸 최대한 활용하든가 팔든가 해서 어떻게든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면 석유의 가치가 높아져야 하는데, 석유의 가치를 높이려는 입장에서 친환경 산업은 해악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기후 협약을 어기거나 휴짓조각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가뜩이나 지켜지지 않아 문제인 환경 보호 운동이나 정책 등이 크게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인 중국이 그린 테크놀로지에서 앞서갈 시간을 벌게 될 것이고, 트럼프 이후 그린 산업이 다시 각광을 받을 때 중국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라는 후보가 가진 많은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나, 이번 주의 키워드인 ‘불길’이라는 측면에서만 살폈을 때 우려되는 것들을 정리하자면 위와 같다. 그 외 이민자 및 난민 정책이라든가, 각종 인권 문제, 반PC 성향 등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여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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