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우리는 모두가 노출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의 사람은 불쌍할 정도로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비자발적으로 이런 상태에 놓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온라인 생태계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대가로 한 수많은 거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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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정을 만들 때,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싶을 때, 온라인 교육 과정에 등록하고자 할 때, 각종 전문가 포럼에서 의견을 주고받고 싶을 때 등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를 누리는 대신 개인정보를 지불한다(물론 돈도 지불한다). 개인정보는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들이 반드시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개인의 무력함
그러면서 데이터 관련 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으며, 데이터를 가지고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방법들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이 시대의 거인이 있다면 바로 이 데이터 산업이다. 하지만 이 거인은 개인정보를 너무나 많이 섭취하고 있으며, 각 사람의 개인정보를 먹고 탐욕스럽게 커지고 있다. 이미 거대해진 거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일에 별다른 거부감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정부를 넘기는 일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도 아니고, 개의치 않아서도 아니다. 정보가 너무나 많아 어떤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신뢰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소비자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다만 그 사실에 대한 정보도, 대처에 관한 정보도, 침해자들의 강력함에 대한 정보도 너무 많아서 문제다. 내 정보에 대한 관리 권한을 내가 가져와야 하는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2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 50%의 응답자가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알맞은 방법만 보유하고 있다면 프라이버시 침해를 두고보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냈다. 자신들의 정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만 있다면 행동을 취할 거라는 응답자도 44%나 되었다. 또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자도 81%나 있어 소비자들이 가진 책임감 역시 대단히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인들은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기존 중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계기만 있다면, 적절한 정보와 도구가 구심점이 되어준다면, 소비자들도 강력하게 들고 일어날 수 있고, 이를 통해 현재의 개인정보 관련 잘못된 관행과 행태들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는 결과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세상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일반 소비자 개개인을 교육시키고, 그들에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도구를 쥐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교육,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것
데이터를 공유하는 게 일반적인 것이 되어가면 갈수록, 그리고 그런 것에 익숙해지는 세대가 자라면 자랄수록 우리는 계속해서 데이터 공유를 함으로써 생겨나는 예기치 않은 결과들을 마주하게 된다. ‘데이터의 공유’ 혹은 ‘데이터를 매개로 한 각종 거래 행위’는 마치 신약과 같아서 부작용들은 한참 나중에야 눈에 띄게 되는데, 지금 우리가 그 부작용 발견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정식으로 공론화 되지는 않은 상황과 같다.
그 부작용이란 무엇인가? 대표적인 게 데이터 침해 사고들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2022년만 해도 4억 2200만 명의 사람들이 데이터 침해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의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다. 그런데 미국을 포함해 여러 정부 기관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일단 상황이 어떻게 더 악화되는지 지켜보자’에 머무르고 있다. 개인정보를 누군가 가져간 것만으로는 딱히 ‘피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지역도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이라든가, 정보가 공유된 후 어떻게 처리된다든가, 소비자가 해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교육을 한들,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교실 안에서 외치는 소리가 사회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것들과 다른데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라이버시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했을 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아우른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 개개인, 정부 기관, 기업들이 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교육의 기회를 적극 받아들여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하여 자신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무엇인지를 점점 이해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런 소비자들의 손에 합당한 무기를 쥐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이 무기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정책과 규정이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가져가 관리하고 활용하는 주체인 기업들 역시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고 또 시작해야 한다. 세 가지 톱니바퀴가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면 사회 시스템이나 프라이버시 문화라고 하는 거대한 것이 움직일 것이다.
글 : 아르준 바트나가르(Arjun Bhatnagar), CEO, Cloaked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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