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가상공간 지식재산권’ 알아보기

2023-05-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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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주요한 자산으로 떠올라...지식재산권 관련 사전 준비 필요

[보안뉴스 윤서정 기자] 최근 태국 내 가상공간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가상공간 내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세안(ASEAN) 국가 간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경제 공동체 통합을 목표로 ‘2025 금융 통합 전략 계획’을 발표하면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를 포함한 가상공간상 지식재산권이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내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가상공간상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법률이 아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에 분쟁 발생 시 확실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지식재산권의 4가지 종류
태국 내 지식재산권은 크게 △상표 △저작권 △특허 및 디자인 △영업비밀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상표는 일반 대중이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가치) 보호 대상에 속하며, 상표법(Trademark Act, 1991)의 법률을 따르고 있다. 태국의 상표법은 상표의 소유자가 등록된 상표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표 등록의 유효기간인 10년이 경과하면 계속해서 갱신할 수 있다.

특허, 디자인 및 소특허는 태국 특허법(Patent Act, 1979)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태국 특허법의 주목적은 발명품과 디자인을 보호하는 것으로, 특허의 보호기간을 출원일로부터 20년, 디자인 특허와 소특허에는 각각 10년, 6년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태국의 저작권은 저작권법(Copyright Act, 1994)의 규정을 따르고 있으며, 저작권법은 창작 및 예술작품에 대해 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권리를 다루고 있다. 저작물에 따라 상이하지만 저작자의 사후 50년까지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태국 내 기업의 기밀 정보는 영업 비밀의 형태로 보호되고 있다.


▲주요 지식재산권 보호현황(2022년 기준)[자료=태국 지식재산국(DIP), Tilleke & Gibbins]

블록체인과 지식재산권
현재 태국에서 주요 언급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블록체인, NFT, 그리고 메타버스가 있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 또는 장부로서, 정보가 블록에 성공적으로 입력되면 블록체인 시스템이 블록 내 정보를 유지하고 변경, 삭제 또는 수정될 수 없도록 방지한다. 지난 2019년 태국 주요 은행 중 하나인 끄룽스리 은행(Krungsri Bank)은 태국-라오스 간 미화 및 바트화의 거래 속도 향상을 목적으로, 실시간 국가 간 자금 이체 서비스인 블록체인 기반의 ‘끄룽스리 블록체인 인터레저(Krungsri Blockchain Interledger)’를 출시해 활용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공간상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위조품 보급 및 유통 문제를 해결하고, 위조품 공급망 생산 등에 대한 분쟁을 추적하는 메커니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브랜드(상표)와 특허, 디자인 권리를 보유한 기업의 정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위조품 식별에 있어 물리적 검사가 어려운 가상공간 속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증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NFT와 지식재산권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 계약을 통합한 일종의 디지털 자산인 NFT를 생성 또는 발행하고, 가상공간 속 NFT를 효과적으로 추적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태국 격투기 단체 BKFC는 블록체인 기업인 비트컵 사와 블록체인 기술 활용 및 NFT 활성화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비트컵 사는 BKFC 격투기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영상으로 담은 후 NFT 형태로 팬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기술은 최근 온라인에서 분산 금융(Decentralize Finance)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브랜드 가치와 가상공간 속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있어 NFT 기술을 경쟁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일례로 나이키 사는 NFT를 통해 상품 가치를 성공적으로 높인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가상의 운동화 제품인 크립토킥을 NFT을 활용한 크립토 화폐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NFT는 최근 몇 년 동안 태국에서 가상공간 내 새로운 디지털 시장을 생성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메타버스와 지식재산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관련 기술 및 장치를 활용한 몰입형 온라인 체험으로 정의되며, 사용자에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공간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특히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및 업무 목적의 뉴 메타버스 플랫폼(New Metaverse Platform)을 개발할 계획을 발표해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모았으며, 이 같은 움직임은 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현재와 미래의 IP 동향 및 개발방향을 고려하는 데 있어 중심적으로 작용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태국에서는 2022년 4월 태국의 재계 1위 대기업인 CP 그룹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씨피 볼로냐 메타버스(CP Bologna Metaverse)’ 이벤트를 개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유명 예술가들과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가 행사에 참석했으며, CP 그룹은 이용자들에게 무대 감상 및 쇼핑 등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발표 이후 기업들은 로블록스(Roblox), 호라이즌(Horizon), VR 챗(VR Chat) 등 가상현실에서 운영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시현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바타(사람이나 가상의 인물을 디지털화한 버전)는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생성할 때도 지식재산권법상 위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바타가 기존의 가상 캐릭터 또는 만화 캐릭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경우 저작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으며,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는 경우 데이터 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아바타를 생성하는 경우 해당 인물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확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를 모티브로 만든 아바타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상 저작권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또는 브랜드가 메타버스 내 인플루언서 아바타를 고용할 경우 반드시 아바타와 브랜드 권리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사전 대비 필요
태국 대형 로펌인 T사의 지식재산권 전문 파트너 변호사 S씨는 KOTRA 방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상공간 내 지식재산권 분쟁 발생을 판결한 명확한 법규가 확립되지 않은 관계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향후 지식재산권 분야 내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그는 태국과 외국 법률의 차이점을 예로 들며,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조치와 IP 규정 집행의 효율성이 국가별로 매우 상이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상공간 내 지식재산권 법률이나 규정이 확립된 국가에서는 분쟁 발생 시 법원의 행정처분과 해결책이 명확하지만, 태국과 같이 법규 확립의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은 분쟁 발생 시 대부분의 경우를 기존 판례나 행정절차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세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권리자와 기업이 동남아시아 외부에 있는 관계로, 가상공간과 관련해 태국 국경을 초월한 소송 및 법적 절차 진행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소유자는 지식재산권을 주장할 적절한 장소(국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사전에 법적 자문을 구해야 한다.

또한, 침해 가해자에 대한 집행 조치 및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실 가해자를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 정립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NFT 정품과 가품 모두 유통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성상 관련 신기술 특허 개발 과정에서도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 경우 가해자를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관계로 태국 진출 시 특허 등록과 권리 보호에 있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모든 IP 소유자 및 기업들은 메타버스 생태계에 뛰어들기 전 가능한 모든 분쟁을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표나 브랜드가 메타버스 내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국가 내에서 등록된 것이 좋으며, 이는 VR 헤드셋 혹은 AR 관련 기술과 같은 발명품에 대한 특허 보호,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기록 및 가상공간 내 영업 비밀의 유지 관련 건 역시 마찬가지다.

상표의 경우, 권리자는 관련 분류를 반드시 먼저 확인한 후 해당하는 항목으로 상표를 등록해야 하며, 메타버스 내 그래픽이나 상표에 사용되는 움직이는 이미지와 같은 특수 상표에 대해서도 지재권 등록을 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는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 물리적 상품 또는 서비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소유자는 이미 등록된 상표가 메타버스 상의 상품과 서비스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현재 등록돼 있는 상표들을 모니터링 및 재검토해야 한다.

KOTRA 방콕무역관은 “NFT와 메타버스는 이미 지식재산권 및 저작권법 등 법률적 측면에서 저촉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태국 정부는 향후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명확한 대응을 위해 법률적 개선에 더욱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태국 가상공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진출 시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침해 방지책과 보호 대비책을 사전에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서정 기자(sw@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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