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2022년 IT 구인 구직 시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새긴다면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심지어 구토나 심장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일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한 번에 몰아서 본다면 멀미가 날 것이다. 게다가 한 쪽에서는 사람이 없다 하고, 한 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 하니 어지럽기까지 한다. 2023년에 돌입한 지금 피고용인이나 고용주나 속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한 번 뒤를 돌아보긴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심스러운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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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전 IT 구인 구직 시장
2022년 1월 IT 구인 구직 시장은 구직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특히 고급 기술을 갖춘 IT 전문가들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모든 기업들이 이런 인재들을 원했고, 경쟁사들 간 영입 전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IT 전문가들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했고, 실제로 여기 저기 회사들을 옮기며 몸값을 한껏 높였다. 2020년 한 해 IT 전문가들의 봉급은 평균 2.6% 상승했는데 2021년 한 해 에는 4.5% 상승했다. 세상에 제일 많은 게 IT 전문가들이 차지할 수 있는 공석인 것처럼 보였다.
사무실 복귀, 하이브리드 체제, 원격 근무에의 요구
코로나의 공포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집에서 근무하던 임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호출했다. 빅테크들의 경우 이른 바 하이브리드 체제를 고수하며 회사에서의 근무와 집에서의 근무를 적절하게 혼용했다.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가는 임직원들의 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구글의 경우 1주일에 3일만 사무실에 나오도록 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굳이 왜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는지 묻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그러더니 회사 전체 회의에서는 출근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까지 했다(3월). 마침 기름값이 상승하기도 했다. 집에서 일할 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적잖은 장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출근 반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현재도 실리콘밸리 등의 테크 기업들을 위주로 재택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테크 기업들이 많이 있고, 재택 근무 체제는 영입 전쟁이 한창인 IT 기업들의 주요 인력 확보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확실히 2022년 한 해 동안 IT 분야 인력들이 재택 근무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여기 저기 통계와 설문 자료를 통해 일관되게 입증됐다. 처음에는 재택 근무의 불편함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는데 2년여 이상 집에서 일을 하고 나니 사무실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류가 됐다. 사실 IT 업계에 있는 대부분의 직군들은 장소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업무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해고의 계절
올해 가을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1순위로 두고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여름부터 흉흉하게 들려 온 불황의 소문들이 점점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회사가 뭔가를 포기하고 줄여야 했는데, 몸값이 커질 대로 커진 개발자와 IT 전문가들로 눈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그러면서 그토록 원하던 IT 전문가들을 포기하는 회사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빅테크에서 충격적인 소식들이 나왔다.
먼저 트위터는 인력의 절반 정도를 급하게 감축시켰다. 새로운 경영자가 된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라는 회사의 운영 상태가 엉망이라며 고도의 효율화를 선언하면서 실행된 첫 번째 행동이다. 수천 명이 직장을 잃었다. 그러더니 1주일 후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인력의 13%를 해고했다. 1만 1천여 명에 해당하는 수였다. 아마존도 여기에 동참하며 1만여 명 되는 직원들을 퇴직시켰다. 굵직한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 되었지만 새해가 찾아오고 봄이 어른거리기 시작하면 또 다시 해고의 물결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거센 해고의 파도가 시장을 덮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테크 전문가들이 갈 만한 곳은 많은 것으로 공식 노동부 통계 조사에서는 집계되고 있다(미국 시장 기준_역자). 해고의 칼들이 번뜩이고 있지만 여전히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중이다. 이 때문에 2023년 초반부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2022년 1월처럼 좋은 기술을 가진 전문가는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될 것인지, 2022년 가을처럼 초강력 해고 태풍이 불어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두 가지 다 가능한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IT 전문가들의 연봉 수준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IT 전문가들의 봉급은 아무 회사나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은 항상 구글, MS, 애플, 페이스북 등 대기업들이 채갔다. 그런데 그 큰 기업들이 연달아 개발자들을 대량 시장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들이 봉급을 낮춰서 보다 작은 기업들로 이적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를 계기로 개발자들의 급여 수준이 조금씩 안정선을 찾아갈까? 현재 IT 전문가들이 받는 대우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3년에는 무슨 일이?
2022년의 흐름을 간략하게 짚었지만 2023년을 예측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고 저렇게도 가능한 신호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몇 가지는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아 있을 거라고 지적한다.
1) 불황은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예산에 민감할 것이다. 해고가 가능한 인원을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2) 디지털 전환은 막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는 건 IT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이, 해고를 단행해야 하는 곳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뜻이 된다.
3) 대규모 인원 감축은 회사 명성을 크게 훼손시킨다.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고용주들이 대다수다.
4) 보안은 갈수록 필수 요소가 되고 있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영입 전쟁이 언제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글 :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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