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기업·블록체인기업·공학전문가 연구진이 1년간 개발한 성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려는 디지털 화폐에 쓰일 수 있는 최초 기술”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각종 난제 때문에 주목도만큼 상용화되진 못했던 블록체인 기술이 국내 연구진의 성과로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신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블록체인 선두주자로 발돋움할지 기대된다.
▲PUF 기반 블록체인, ‘퓨어체인’ 기술 발표회 현장[사진=보안뉴스]
8일 아이씨티케이(ICTK)·한국과학기술원(KAIST)·경희대학교·에피토미CL 연구진(이하 퓨어체인 연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엘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신기술을 발표했다. 이른바 ‘퓨어체인(PureChain)’은 하드웨어 위변조방지 기술인 PUF를 블록체인에 접목한 기술로, 현행 블록체인이 안고 있는 각종 난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아이씨티케이는 보안 기업, 에피토미CL은 블록체인 기업이며 한국과학기술원의 한동수 교수(컴퓨터공학과)와 경희대학교의 한호현 교수(컴퓨터공학과)가 연구에 참여했다.
PUF는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Physical Unclonable Functions)의 영문 앞머리를 딴 용어다.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과 같다고 여겨지는 PUF는 하드웨어 위변조 방지를 위해 개발된 보안 장치인데 블록체인에 PUF가 접목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현재 대다수 블록체인은 △합의 지연 △처리속도 지연 △사용자 인증 등의 난제를 안고 있다. 퓨어체인 연구진은 PUF의 물리적 특성에 기반해 블록체인을 개발함으로써 합의된 거래 장부를 빠르게 생성하고, 처리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고유 키 값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퓨어체인은 거래 당사자 노드 간 합의만으로 거래 장부를 완결한다. 이로써 제3자의 개입이 완전히 배제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사실상 무한대로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이씨티케이 유승삼 대표는 1994년 빌 게이츠(Bill Gates)가 컴덱스(COMDEX) 키노트 연설 ‘손끝에서의 정보(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 당시 언급한 ‘월렛 PC(Wallet PC)’가 퓨어체인 기술로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 같은 혁신을 한국 연구진의 토종 기술로 이뤄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씨티케이 유승삼 대표가 퓨어체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보안뉴스]
퓨어체인은 반도체 내의 고유한 속성을 블록체인 사용자 인증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술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키 값을 생성하고 운용했다면, 퓨어체인은 이중지불 및 위변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PUF라는 하드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구축됐다는 게 기존 기술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퓨어체인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인 PUF 블록은 보안 영역(PUF Secure Area)과 사용자 영역(PUF User Application Area)으로 구성된다. 퓨어체인 사용자 각각에서 보안 영역과 사용자 영역이 내부 확인(Internal Confirm)을 진행하고, 이후 사용자 간 최종 확인(Final Confirm)을 거치는 방식이다.
아이씨티케이 이정원 부대표는 퓨어체인이 “안전한 PUF 블록으로 구성돼 오프라인 상태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며 “사용자 중심의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퓨어체인 연구를 지난 1년 동안 이끌었던 경희대학교 한호현 교수는 “PUF 기반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이나 암호화폐에도 사용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발행하려는 디지털 화폐에 쓰일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 퓨어체인”이라고 말했다.
아이씨티케이 유승삼 대표는 “점차 우려가 커지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보안 문제도 퓨어체인으로 풀어갈 수 있다”면서 “방대하게 생성되는 데이터를 인증하려면 결국 하드웨어 기반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퓨어체인이 기반 기술로서, 그 응용 영역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퓨어체인은 오는 4월 말 PKI와 FIDO 기술이 포함된 칩이 출시될 예정이며 5월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시장에서는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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