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월드=테크니컬라이터 김현동]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 설치 대수는 공공민간부분을 합쳐 족히 450만대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점은 매해 20%가 넘는 괄목한 수치를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
이들 영상장비의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현대인이 지켜내야 할 유·무형의 자산 증가 폭은 빠르다. CCTV는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증거보호 능력으로도 탁월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그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만으로도 범죄의 사전 예방 효력이 뛰어나다.
지난 8월 발생한 고위공무원의 대로변 음란행위 정황의 결정적인 제보자 역할을 한 것은 CCTV였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은 분명 꺼림칙한 일이지만 동시에 나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사실은 우려를 불식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저장된 데이터를 가공해서 특정 정보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그 순간 CCTV의 역할은 빛을 발한다. 다만 이렇게 취합된 정보가 기록되는 스토리지에 대해서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실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환경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던지 가공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유·무형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토리지는 취합된 데이터가 안착하는 최종적인 도착지이자 그 어떤 외부의 공격과 위협에서도 최우선으로 방어되어야 할 패닉 룸과도 같다. 하지만 업계 현장에는 이러한 염려는 안중에도 없다. 단순히 손에 잡히는 대로 스토리지 시스템이 구성되고 있고,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는 개인은 물론 기업 그리고 기관, 단체 모두에게 해당한다. 스토리지 산업은 이미 위험성이 극에 달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메모리는 640KB면 충분하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명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다. 지금에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될지언정, 당시엔 IT산업을 이끌던 핵심인물의 이 같은 주장은 일견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그런데, 왜 현실은 예상과 달랐을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PC를 위시한 각종 IT기술의 발전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랐기 때문이다. 기술과 트렌드를 이끌던 당사자들조차 예측할 수 없었을 만큼의 급격한 발전, 혁명적인 변화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별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업계의 최신정보를 접하는 전문가, 또는 기자들이라 해서 크게 다를까?’라는데 생각이 미치고야 만다.
그리곤 그간의 IT기술은 우리네 예측의 속도보다 빨랐다는, 그것도 엄청나게 빨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불과 십여 년 전, 60~100 기가바이트(GB)급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ard Disk Drive, 이하 HDD)면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 역시 현 시점에서 보면 똑같은 우스개일 뿐이다. 더 빠른 저장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이하 SSD)의 등장과 더불어 HDD는 고사할 것이라던 예측 역시 완전히 빗나갔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데이터의 양은 HDD의 용량개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고화질화되며 요구하는 저장 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의 대두와 함께 단위시간당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오는 2020 년이면 전 세계가 생산하는 데이터의 양이 44조GB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3년 4.4조GB의 열 배에 달하는 양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데이터의 폭주시대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을 담을 유일한 그릇, HDD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기는 꽤나 다양하다. HDD와 더불어 오랜 기간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사용돼온 테이프드라이브(Tape Drive)가 있으며, 그 이전에는 천공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역사 속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loppy Disk Drive)도 한때 PC의 데이터 저장장치로 널리 사용됐다.
CD를 시작으로 MO드라이브, DVD 등 광학 디스크를 이용한 저장장치도 꾸준히 발전해 오늘날 블루레이 드라이브(Bluray Drive)로 진화했다. 최근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인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를 기반으로 하는 SSD도 그 빠른 속도 덕분에 PC의 OS용 드라이브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디바이스 중 우리가 HDD에 대한 조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저장장치가 바로 HDD이기 때문이다. 여타 저장장치들이 속도, 또는 용량의 측면에서 오늘날의 거대한 데이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반면, HDD만이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가지 명제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이렇듯 덩치가 커진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려면 먼저 방대한 저장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유고 시 이를 복구하는 비용 역시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믿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안정성 역시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의 호출이 있을 경우 빠르게 데이터를 꺼내놓는 순발력 즉, 성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명제들에 대한 최선의 답은 역시 HDD이다. 다만, 데이터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환경이 과거와 상이하며, 이에 따르는 HDD와 저장 솔루션도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점일 것이다. 때문에 급격한 속도로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핸들링 하려면, 더 늦기 전에 이런 스토리지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은 HDD의 시작부터 현재의 환경에 맞는 스토리지 시스템을 선택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데이터 보관의 필요성과 HDD의 태동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최적의 수단으로 HDD가 꼽히지만, 알고 보면 HDD는 가장 오래된 방식의 저장장치이기도 하다. HDD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라맥 350(RAMAC 350)’이 1956년 9월 4일 등장했으니, HDD의 태동은 꽤나 과거인 58년 전에 이루어진 셈이다.
테이프 저장장치의 단점을 일거에 극복한 디스크 방식의 라맥 350은 현재의 HDD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5MB에 불과한 용량은 차치하더라도, 1.5×1.7×0.7m의 거대한 크기와 971kg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아니면 사용할 엄두를 낼 수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MP3 파일 하나를 겨우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의 HDD가 냉장고만한 크기에 소형 트럭과 맞먹는 무게를 가졌던 셈이다.
24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플래터(데이터를 저장하는 금속 디스크)가 50장이나 사용됐으며, 분당 1200회의(1200RPM) 비교적 느린 속도로 회전했다. 가격은 34,000달러로 1MB를 저장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무려 9,200달러였다. 이를 2002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라맥 350의 가격은 234,000달러, 1MB를 저장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약 68,000달러이다. 5MB 남짓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우리 돈 2억 4천만 원이 필요했던 셈이다.
1973년, IBM은 현재 HDD의 모체라 할만한 ‘IBM 3340 윈체스터(Winchester)’를 공개했다. 이 HDD는 특이하게도 고정된 스핀들과 분리 가능한 스핀들을 별도로 갖고 있어 설치형 30MB, 이동형 30MB를 제공했다.
이때까지도 HDD는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기기라기보다 넓은 공간에 설치해야 하는 ‘장치’의 성격을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발전은 1980년에 이르러 씨게이트의 ‘ST-506’으로 마침내 현대화된 HDD의 기틀을 갖추게 된다. ST-506은 5.25인치까지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분당 3,600회의 회전속도와 5MB의 저장공간을 제공했다.
라맥 350을 개발한 IBM과 오늘날까지 HDD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씨게이트(Seagate)의 경쟁도 이즈음 시작된다. IBM에서 라맥 350을 개발한 알렌슈가트가 독립해 ‘슈가트어소시에이츠’란 별도의 HDD 기업을 꾸린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씨게이트의 전신. 오래된 하드웨어 마니아라면 기억하고 있을 또 하나의 HDD 제조사 코너(Conner Peripherals) 역시 씨게이트의 공동 창립자였던 코너가 독립해 세운 기업이다. 당시 IBM은 현재의 HGST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며, 코너는 다시 씨게이트에 합병되는 역사의 질곡을 거쳤다.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맥스터(Maxtor)가 씨게이트의 품에 안겼는데, 앞서 맥스터는 DEC의 스토리지 부문을 흡수한 퀀텀(Quantum)을 인수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보면 씨게이트를 중심으로 스토리지의 역사가 재편된 셈이다.
그리고 HDD는 소형화, 대용량화라는 급격한 혁신의 길을 걷게 된다. 이를 가능케 한 첫 번째 요소는 역시 1981년 공개된 IBM의 PC. 특정 용도에 국한됐던 컴퓨터가 개인용으로 탈바꿈하며, 방대한 저장 공간과 빠른 성능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저장장치로 HDD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런 PC의 보급과 함께 HDD는 어느덧 주요한 저장장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PC에 없어서는 안 될 하드웨어 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저장이 필요한 모든 곳에 있다
오늘날의 HDD는 그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 양상을 보인다. 시스템이 소형화·고성능화됨에 따라 5.25인치 드라이브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보다 작은 3.5인치, 2.5인치, 1.8인치 등으로 소형화됐다. 이밖에 콤팩트플래시(CF) 크기의 마이크로드라이브(Micro Drive)도 존재한다.
아울러 다양한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대용량 데이터의 입출력이 빈번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스템,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 차원에서 구축하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나스(NAS, Network Attached Storage), CCTV 등 지속적으로 데이터가 생성되는 DVR(Digital Video Recoder), 간편하게 들고 다니는 외장하드, 개인용 PC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80년대까지 메가바이트(MB)를 벗어나지 못했던 HDD는 이후 급격한 기술향상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스피드의 발전을 구가했다. 용량은 기가바이트(GB)를 넘어 어느새 테라바이트(TB)까지 빠르게 발전했다.
현재 단일 HDD로 제공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은 8~10TB에 이른다. 손바닥만한 HDD 한 대로 최초의 HDD였던 라맥 350에 비해 백만 배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HDD가 세상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데이터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저장매체로 인정받는 이유 역시 이런 방대한 저장 공간과 수십 년간 쌓아온 안정성의 토대가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와 소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최적화된 SSD가 등장했으나, 용량이라는 걸림돌을 넘지 못했고 그 대안으로 씨게이트가 SSD의 단점에 HDD 강점을 더해 SSHD 스토리지를 선보였다. 이 또한 2014년 기준 일반 사용자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제품으로 꼽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데이터가 증가한다면 얼마나 더 메인 HDD의 자리를 꿰차고 있을지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미래에 어떤 혁신적인 저장장치가 개발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미 데이터는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늦기 전에 스토리지 솔루션에 대한 고찰과 효과적인 대안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글_테크니컬라이터 김현동(cinetique@naver.com)]
[사진·자료제공 : 오감인터렉티브(www.o-gam.com)]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214호 (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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