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생기는 직업군이 없어지는 직업군을 대체할 수는 없어
현재의 교육 시스템,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이라고 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실직’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누군가에게 이는 ‘일에서의 해방’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일단 ‘공포’다. 그렇다면 ‘일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우리는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이를 논하기 위해 MIT 대학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크게 네 가지 주장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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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지능의 발달로 직업을 잃는 사람이 분명 생길 것이다.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이 있을 때마다 이런 일은 늘 있어왔다.
(2)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인해 실직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3)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건 제한적인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능력발휘를 극대화하고 도움을 줄 것이다.
(4) 인공지능과 직업의 관계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둘 사이의 관계만 놓고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MIT 대학 내 ‘뇌와 인지 과학과(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교수인 조시 테넨바움(Josh Tenenbaum)은 “최근 등장하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패턴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능력은 인공지능이 갖출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처하는 일은 대단히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을 때, 사람은 당장 달려가 응급처치를 할 수 있지만 그러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로봇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등장하지 않을 겁니다.”
테넨바움 교수는 “결국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들이나 로봇의 몫이 될 것”이라고 하며, “그렇기에 이는 노동에서의 해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좀 더 사람답고 흥미진진한 일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IT 및 엔지니어링 업체인 코기토(Cogito)의 알리 아자르바에자니(Ali Azarbayejani) CTO는 자사가 인공지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공개했다. “저희는 주로 콜센터 운영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관리자들에게는 ‘가장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문제가 무엇인가’와 같은 큰 흐름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말이 너무 빠르다’거나 하는 어드바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죠. 하지만 이런 기능만으로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한편 자동차 제조업체 오토 모터스(OTTO Motors)의 CTO인 라이언 가리피(Ryan Gariepy)는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보다는 공장 내 물건 운반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내는 물건 값의 1/3은 ‘운반비’입니다. 즉 사람이 뭔가를 옮기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죠. 이 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면 우린 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다만, 아직은 완전히 로봇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거죠. 아직은 사람만큼 물건을 잘 구분하고 나눠서 빠르게 운반할 기계는 없습니다.”
MIT의 미디어 랩을 운영하고 있는 조이 이토(Joi Ito)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고 했을 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관리할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과학 분야의 인재들은 전부 구글, 페이스북, IBM 등에서 독점해가다시피 채가고 있죠. 구글보다 돈이 없으면 이런 인재를 쓸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인공지능을 접목하려고 해도 못하죠.” 하지만 그는 좀 더 강력하고 편리한 툴이 등장하면 이런 현상이 좀 누그러지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기도 했다.
직장 얘기가 나온 김에 이토 교수는 “인공지능 사회에 새롭게 생길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하고 물었다. 이에 얼리인포메이션사이언스(Early Information Science)의 CEO인 세스 얼리(Seth Early)는 “전혀 상상 못할 직군이 등장할 것”이라며 “역사는 늘 그렇게 새로운 직종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렇다 한들 기계에게 자신의 일을 내주어야 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포용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가리피는 주장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은 트럭 운전기사가 자율주행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합시다. 그런 사람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새롭게 생긴 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을까요? 직업이 없어지는 것과 새로 생기는 건 별개의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새로 직업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일부 없어져도 괜찮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단순하죠.”
테넨바움 교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부터 재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평생 자기가 할 일을 결정하기 위해 긴 세월 학교 교육을 받는 개념이 바뀌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일 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대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운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그래서 구인구직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도 괜찮은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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