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애플과의 공판 돌연 연기 신청, 왜?

2016-03-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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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도움으로 애플 협력 없이도 기기 분석 가능할 듯
정부가 할 수 있는 요구의 수준 정해지지 않은 채 사건 끝나나
보안 기능 자신만만했던 애플에게도 적잖은 타격


[보안뉴스 문가용] FBI가 애플의 도움 없이 지난 11월 총격 사건의 범인이 소유하고 있던 아이폰을 조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긍정주의자들은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고 말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FBI가 아이폰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월요일까지만 해도 FBI는 애플이 수사 협조를 위해 아이폰의 여러 암호화 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애플은 사실상 모든 아이폰을 감시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제작해달라는 지나친 요구라며 불응했고 업계의 많은 이들이 애플을 지지했다. 해당 싸움은 일절 양보 없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FBI가 이번 주로 예정된 공판을 연기 신청했다. 애플의 도움 없이도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지시킬 수도 있는 방법을 ‘외부인(outside party)’이 알려주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직 추가적으로 실험을 진행해봐야 하지만 만약 이 방법이 실제로 유효하다고 증명될 경우 애플에게 도움을 요청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FBI 측은 밝혔다. 현재 공판 연기 신청은 받아들여진 상태로 양측은 4월 5일까지 현상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추가 실험으로 ‘외부인’이 제시한 방법이 유효하지 않다고 밝혀질 경우 FBI는 재판정에서의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흥미로운 전개”라고 보안 업체 사이낵(Synack)의 CEO인 제이 카플란(Jay Kaplan)은 말한다. “정말로 애플의 도움 없이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면 아이폰 시스템이나 암호화 장치에 제로데이 취약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말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과연 정부가 이 취약점을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비공개에 부쳐두고 계속해서 활용할 것인가?’로 바뀌게 된다.

사실 FBI가 해킹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것이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즉 FBI의 공판 연기 신청 자체가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 카본 블랙(Carbon Black)의 수석 보안 전략가인 벤 존슨(Ben Johnson)은 “그게 사실로 증명된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남았다”고 평가한다. “이 사건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정부가 민간기업에 할 수 있는 요구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법적으로 확실히 결말을 내지 못했다는 사례가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만 바뀐 똑같은 사건과 공판이 반드시 다시 발생하겠죠.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요.”

전자프런티어재단과 같은 단체들 역시 찜찜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기 신청이 정부가 암호화 약화를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러선 게 아니라는 건 앞으로도 계속 여러 기업들에 백도어를 설치해달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뜻이고, 애플 정도의 힘을 가진 기업체가 아니라면 그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높죠. 싸움 걸 상대를 다시 고를 겁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례를 어떻게서든 하나 만들겠죠.”

조지워싱턴대학 법학부의 오린 케르(Orin Kerr) 연구교수는 “애플 역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 매체에 기고했다. “애플은 자신들의 보안력과 암호화 기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큰 소리 치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말로 FBI가 말한 외부인 누군가가 애플의 강력한 벽을 뚫어낸 것이라면 애플은 그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특히 ‘안전하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철옹성 같은 이미지는 사라지겠죠.”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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