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거리로 나갈 수 없는 인도...분열 때문에 온전한 합의가 어려운 COP29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1월 2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In the Air’이다. 공중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공중에서는 미국의 미사일이 날아가기 시작했고, 인도의 공중은 겨울 특유의 스모그로 자욱하다. 환경 변화 대책 회의인 COP29의 회의장 공기는 분열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1. 바이든의 미사일
결국 떠나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을 저질렀다. 임기 기간 동안에는 그렇게나 허락하지 않았던 것을 떠나가는 마당에 승인한 것이다. 바로 ‘러시아 공격’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 받은 장거리 타격용 무기(즉 미사일)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해도 좋다고 한 것으로, 이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1년 내내 요청해 왔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여태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 군을 몰아내는 데에만 자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했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무기를 지원해 준 건 고마운데 우리 손발을 다 묶어두고 있으니 어떻게 싸우라는 말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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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계속해서 승인을 거절한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아무래도 미국산 무기가 러시아 본토에서 발견되는 상황이 꺼려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참전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핵 무기를 사용한다는 협박을 멈추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들의 무기로 인해 러시아 본토가 피해를 입는다? 그 다음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동 사태를 잠재워야 하고 내부 인플레이션 상황을 무마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러시아 핵’이라는 변수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왜 바이든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가 떠나기 때문이다. 후임자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속히 종결짓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별 다른 말이 없다. 우리는 그저 그가 러시아에 우호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가 원하는 종전 조건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것만 여러 경로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의 종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이란, 지금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령으로 선포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가 땅을 양보하면 우리가 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게 러시아의 마음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말도 안 되는 협상 조건이라고 일찌감치 반박했었고, 때문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협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을 차지한 채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힘으로 남의 영토를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선례가 남게 되고, 이는 국제 질서를 크게 무너트리는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 바이든으로서는 이걸 막고자 서둘러 파격적인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이다. 최근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군이 나타나면서 세계는 소란스러워졌다. 러시아로 북한이 지상군을 파병했다는 건, 러-우 전쟁에 북한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러-우 전쟁이 아니라 러북-우 전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전쟁의 기운이 러시아 쪽을 확 기울 가능성이 높아졌고,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돕던 서방 국가들은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 북한군의 존재 때문에 바이든으로서는 힘의 균형을 새롭게 맞춰야 했고, 이 때문에 러시아 공격을 승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번 주 드디어 미국의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략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미국 무기를 사용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공격 당한 곳은 러시아의 한 무기고였다고 한다. 아직 피해 상황 등은 명확히 집계되지 않았는데, 러시아로서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극노하며 “미국도 이 전쟁에 참전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핵 무기 열쇠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 전쟁은 ‘확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 인도의 대도시들
이번 주 인도의 주요 도시들이 전부 문을 닫았다. 학교도 문을 닫고 사업장도 문을 닫고 가게들도 문을 닫았다. 물론 강제 조치는 아니라 학교 외에는 얼마든지 문을 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유례 없는 스모그 때문이다. 수도인 델리와 그 근교가 특히 심했는데 스모그가 어찌나 두껍고 진했는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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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의 겨울은 ‘흰색’으로 대변되는데, 인도의 겨울은 언제부터인가 ‘회색’으로 상징된다. 겨울만 되면 나타나는 이 심각한 스모그 때문이다.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인도 상공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 공기 안에 먼지와 유독 가스, 온실 가스 등이 갇히게 된다. 여름의 공기보다 빠져나가기 어려운 겨울 공기가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농사를 다 지은 화전민들이 겨울에는 밭에 불을 지르기 시작한다. 그러니 자욱한 연기까지 그 빠져나가지 못하는 공기 안으로 스며들어간다. 이번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도의 대기질 측정 시스템인 AQI에 의하면 화요일 전후로 델리의 대기질은 500점 만점에 488점이었다. 높을수록 좋지 않다. 400이 넘어가면 건강한 사람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리 내 일부 역에서는 500점 만점이 측정되기도 했었다.
위에서 ‘강제 조치는 아니’라고 했지만 학생들의 활동에 관해서는 정부가 강제 규정을 적용하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은 무조건 등교가 허락되지 않았고, 수업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것보다 조금 큰 학생들의 경우 필요하다면 등교할 수 있었는데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고, 야외 활동이나 운동은 금지됐다.
직장인들이나 상인들의 경우 이렇다 할 강제 규칙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마스크만 낀 채 여느 날처럼 장사를 했고, 회사들도 출근한 직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문을 닫고, 재택 근무 체제로 돌린 상점이나 회사들도 많았다. 몇 분만 서 있어도 어지럽고 숨이 가쁘며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어디론가 걷거나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이다.
3. 지지부진 COP29
인도가 앞을 보지 못할 정도의 스모그 때문에 고생하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UN의 기후 변화 대책 회의인 COP29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아무래도 ‘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도무지 합의점에 이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돈’이라 함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사회가 돌아가도록 재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을 말한다. 아무도 선뜻 돈을 내려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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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OP29의 시작은 좋았다. 첫날부터 탄소세(carbon credit)에 모든 참석자들이 동의했다는 게 대서특필 되면서였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제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개발도상국들이 할 수 없으니, 그 돈을 어디서 가져와야 한다는 데에까지 사람들의 생각이 미쳤다가 ‘기업들 보고 내라고 하면 되잖아?’라는 데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돈을 걷는데에 잠정적 동의가 있었다는 기사가 나오고는, 그러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오히려 ‘의견 차이를 좁혀야 COP29가 의미를 갖는다’는 뉘앙스의 칼럼들이 몇 개 나온 게 다였다. 아무래도 세부적인 내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이유로 의견이 갈리는 바람에 일찌감치 회의장을 일찍 떠난 사람들도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들과 프랑스 대표들이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COP29에 참석한 자기 나라 대표들을 복귀시켰다. 새롭게 당선된 미국 대통령 트럼프(아직은 공식 대통령이 아님)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우려들이 ‘가짜뉴스’일 뿐이라고 믿고 있으며,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에서 빼내겠다고 공언한 인물로, 환경 회의인 COP29가 달갑게 보일리가 없다. 밀레이가 거기서 철수했다면, 트럼프로서 아르헨티나 지도자가 달리 보였을 게 분명하다. 물론 이것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기후협약’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환경 보호에 있어서 선두에 선 나라다. 그런데 그런 프랑스가 왜 COP29에서 조퇴를 했을까? COP29를 주최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의 기싸움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COP29 참석자들에게 하는 연설을 통해 프랑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프랑스가 인권 침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한 것인데, 올해 5월에 일어난 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의 해외 영토다. 프랑스 정부는 뉴칼레도니아의 선거법을 개정하려 했는데, 이것이 뉴칼레도니아의 원주민인 카낙인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시위가 벌어졌고, 뉴칼레도니아 전체가 혼란스러워졌다.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는 군을 파견해 상황을 정리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프랑스는 계획했던 선거법 개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알리예프가 “당시 프랑스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프랑스 대표들은 자리를 떳고,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COP29라는 회의를 악용해 개인의 정의와 아젠다를 자꾸만 설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알리예프는 석유와 가스를 두고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COP29라는 회의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는 COP29에서 빠지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국제 사회와 협력해 기후 변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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