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분쟁으로 인해 촉발된 영상보안 SoC 대란, 오히려 기회로 작용
정부와 영상보안 업계와의 공감대 형성과 지원 결실이 가장 큰 성과
미-중 무역 갈등 영원하지 않아, 국산 SoC 생태계 구축 필요
[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美-中 무역 분쟁으로 인해 촉발된 영상보안 SoC(System on Chip) 대란. 2019년 5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는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1차 제재가 가해진지 어느새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만 TSMC가 미국의 제재 이후 마지막 생산량을 납품하고 나서는 더 이상 하이실리콘 칩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영상보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보안기업 대표 5인이 모여 SoC 공급망 이슈 좌담회를 가졌다[사진=보안뉴스]
하이실리콘 SoC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던 각 기업들이 대체 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가운데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며 국산화에 힘을 합친 국내 대표 보안기업과 CEO들이 있다. 2021년 3월 IP 카메라용 SoC인 EN675를 개발한 아이닉스 황정현 대표를 비롯해 원우이엔지 서병일 대표(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이사장), 세연테크 김종훈 대표, 웹게이트 김상석 대표, 셀링스시스템 김성중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국산 SoC를 통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냈고, 앞으로 영상보안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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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좌담회 참석자
- 서병일 원우이엔지 대표/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이사장(국산 SoC 도입 업체)
- 김종훈 세연테크 대표(국산 SoC 도입 업체)
- 김상석 웹게이트 대표(국산 SoC 도입 업체)
- 김성중 셀링스시스템 대표(국산 SoC 도입 업체)
- 황정현 아이닉스 대표(국산 SoC 개발/공급 업체)
- 진행 : 권 준 보안뉴스/시큐리티월드 편집국장
- 정리 : 엄호식 기자
- 사진 : 최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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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준 오늘 이 자리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공급망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보안기업들이 국산 SoC를 개발하고, 또 국산 SoC를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례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번 SoC 대란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협력한 보안업체 대표 5분을 어렵게 모셨는데요. 한 분씩 회사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병일 저는 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이사장과 원우이엔지 대표이사라는 두 가지 직함을 가지고 참석했는데요. 원우이엔지는 그동안 AF 줌 카메라를 많이 제작했는데 아이닉스의 국산 SoC ‘EN675’가 개발되면서 보다 쉽게 IP 카메라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AF 줌 일체형 IP 카메라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종훈 세연테크 대표[사진=보안뉴스]
김종훈 세연테크는 IP 카메라로는 1세대라고 말할 수 있으며 웹게이트와 비슷한 시기에 IP 카메라를 만들어 양대 산맥을 이루었습니다. 저희는 IP 카메라에 집중해 왔으며, SoC 관련해서는 해외 SoC나 SoM(시스템 온 모듈 : System on Module)를 탑재해 IP 카메라를 제작해 왔습니다.
해외 SoC 사용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산 SoC를 개발한 아이닉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기술 지원이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Value)’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술을 적용하고 기술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져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20여 년 동안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닉스의 ‘EN675’ 활용은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모인 분들이 동종 업계의 파트너이자 경쟁자일 수 있는데요. 각각의 강점을 고리로 서로 협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상석 1997년 창업한 웹게이트는 세연테크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25년차를 맞이했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날로그 카메라부터 IP 카메라, NVR, DVR, VMS 등 대부분의 영상보안 솔루션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웹게이트 제품 중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에 국산 SoC인 ‘EN675’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제품과 더불어 차기 제품에도 AI 기능을 효과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으면 중국 제품들의 현지화와 막대한 물량공세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N675’를 적용한 2,000대의 카메라는 지난 4월까지 지하철 3호선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두 달여의 A/S 기간을 거쳐 6월 말쯤 최종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또한, 최근 축전지 제조업체 1곳에 침입과 쓰러짐 감지 등을 적용한 제품을 설치했으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국산 SoC 사용으로 차별성을 갖춘데다가 해외 제품보다 협업이 쉬워 앞으로 좋은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성중 셀링스시스템은 업력 20년으로 이번 모임에서는 막내 기업입니다. 국산 SoC가 개발됐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만, 국산 SoC가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여러 가지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제품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모험일 수 있고,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력만도 합치면 환갑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IP를 가장 오래한 3개 보안회사가 국산 SoC 도입을 통해 성과물을 내고 있다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SoC의 개발·출시도 중요하지만 출시된 SoC를 제품에 잘 녹여낼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SoC는 단순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모범 사례가 없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 협업하는 체계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정현 아이닉스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팹리스 회사입니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 기술은 있지만, 생산라인이 없는 회사를 의미하는데요. 기존에는 ISP(Image Signal Processor)를 많이 공급했으며, 시큐리티향 칩은 대기업의 하청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립한 상태입니다. 영상보안 시장은 기존 CCD에서 네트워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IP와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IT 기반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점점 고도화가 요구되는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기업의 약진으로 국내에 몇 안 되는 팹리스 회사들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기업들이 과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CCTV 산업에 대한 리더십을 유지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2~3년 동안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한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추진할 만한 기반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시스템 반도체에 주목하게 되었고, 하이실리콘 사태가 터지면서 아이닉스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봅니다.
아이닉스는 ISP 화질 등에서는 강점이 있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다른 부분은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이렇듯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저희 아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제조사들이 각각의 역량을 담아낸 디바이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美-中 무역 분쟁으로 인해 촉발된 영상보안 SoC 대란, 오히려 기회가 되다
권 준 미중 분쟁으로 반도체에 대한 1차 제재는 2019년 5월에 내려졌고, 2020년 5월과 9월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언제부터 예견하고 준비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서병일 원우이엔지 대표/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이사장[사진=보안뉴스]
서병일 여기에 대해서는 업체 입장보다 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의 입장을 우선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조합은 설립 때부터 보안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각자의 사업이 바쁘다보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SoC 역시 그간 국산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EN675’의 이전 모델인 ‘EN672’나 ‘EN673’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한데다가 해외 SoC의 스펙과 가격경쟁력에 밀려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발생된 여러 가지 상황으로 SoC 국산화 관련 논의에 좀 더 집중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황정현 아이닉스 대표[사진=보안뉴스]
황정현 이번 공급망 사태에 대해서는 위기적인 측면과 기회적인 측면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위기 측면으로 본다면 하나의 디바이스가 시스템 반도체의 독점 시장을 형성하면 다른 업체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특화된 기술이 있더라도 결국 독점 시장을 형성하던 디바이스가 사라지면 종속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됩니다. 지금처럼 하이실리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회 측면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아이닉스와 같은 업체들이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하이실리콘이나 오래 전부터 SoC를 생산해온 암바렐라와 똑같은 퍼포먼스를 구현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저희는 차별화로 맞서고 있습니다. 저희의 강점인 화질을 부각시키고 고객이 원하는 커스터마이징을 보다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닉스는 지난해 7월부터 ‘EN675’를 양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산을 시작하면서 보다 많은 지원을 하고자 했지만 저희가 보유한 역량으로 볼 때 미들웨어 등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API 레벨은 오랜 경험을 갖춘 역량 있는 회사들이 서포트를 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지난해부터 웹게이트와 세연테크, 셀링스시스템 등 IP 기반 영상보안 전문기업 3사에 전략적으로 지원을 집중하면서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고,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전략적인 파트너는 물론 기존 고객사와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저희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권 준 지금 말씀하신 세연테크와 셀링스시스템, 웹게이트 외에도 아이닉스 SoC 보급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종훈 주변에서도 아이닉스 SoC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저에게도 연락이 자주 옵니다.
서병일 원우이엔지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많은 보안업체들이 도입을 시작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상석 웹게이트 대표[사진=보안뉴스]
김상석 웹게이트는 2000년대 후반 아이닉스 솔루션을 FPGA로 해 720p IP 카메라를 만들면서 인연이 시작됐고, 현재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EN672’와 ‘EN673’도 나왔지만 ‘EN675’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경쟁력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SoC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간 리눅스 기반의 솔루션을 안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판매와 도입이 크게 확대될 시기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저는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국산 SoC가 유의미한 수량이 판매돼야 더욱 경쟁력이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새로운 제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은 아이닉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기업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보안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 준 기업들은 각 제품이나 라인업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SoC가 달라 아이닉스 뿐만 아니라 암바렐라와 노바텍 등의 SoC가 하이실리콘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성중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대만 SoC 기업의 지사가 없는 경우가 많고, 지사가 있더라도 세일즈 인력 위주로 구축된 경우여서 기술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하이실리콘이나 암바렐라 등 대형 SoC 회사의 경우에는 알파 파트너들이 존재합니다. 알파 파트너는 칩을 만들 때 제품을 함께 기획하고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기술적으로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함께 공유하고 적용시키기 때문에 칩을 공급하는데 있어서나 기술적인 지원 측면에서도 차이가 생기고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함께 기획하고 테스트하며 제품 생산까지 공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기정통부와 영상보안 업계와의 공감대 형성과 지원 결실이 가장 큰 성과
권 준 보안 산업계에서는 이렇게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간 정부의 관심이나 지원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서병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SoC 대란과 관련해서 가장 큰 소득은 국산 SoC가 만들어지고 국산 보안제품에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인식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보안 분야 SoC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실은 어땠는지 잘 몰랐던 정부 담당자가 이제 보안장비에서의 SoC가 정말 필요한 부품임을 인식하고 지원방향을 잡아가고 있으며, SoC를 넘어 센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물리보안 산업에서, 그리고 영상보안 분야에서 어떠한 지원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업계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중 셀링스시스템 대표[사진=보안뉴스]
김성중 과기정통부와의 이러한 공감대 형성에는 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제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과제심사에서 물리보안 대표로 활동을 하다 보니 보안 영역을 심사하는 20명 중 물리보안 분야는 저 하나밖에 없고 대부분 사이버 보안 영역을 담당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만큼 물리보안 업계에서도 과기정통부의 활동에 관심이 없었지만 과기정통부도 물리보안 분야에 있어서는 그간 관심이 덜했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오랜 기간 조합 차원에서 물리보안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어필을 하면서 조금씩 쌓이고 쌓이던 차에 일본과의 소부장 갈등과 미중 무역 분쟁을 계기로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간 해외 수출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물리보안 산업에 대해서도 지원을 하면 보다 빠르게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결국 투자로 이어져 결실을 맺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미-중 무역 갈등 영원하지 않아, 국산 SoC 생태계 구축 필요
권 준 그렇다면 국산 SoC인 ‘EN675’ 개발 및 도입 과정에서 정부에서는 어떤 도움이 있었나요?
황정현 정량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EN675’ 개발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원 받아 칩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자체보다는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SoC 개발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저희도 ‘양산을 통해 투자비를 빨리 회수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 이러한 국산 SoC 생태계를 확장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적어도 국내 고객사에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종훈 저는 아이닉스의 국산 SoC ┖EN675┖가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알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 기업인 퀄컴이나 인텔, 엔비디아 등을 예로 들면 이들은 자사의 개발 키트를 학생이나 연구소 등에서 활용하도록 해 익숙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들이 각각의 회사로 갔을 경우, 해당 칩들을 보다 친밀하고 능숙하게 활용하게 되고, 도입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닉스도 이러한 기업들처럼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하고 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학교나 연구소 등에도 제공해 국산 SoC와 친숙해지고 인식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우리도 국산 SoC가 적용된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정부의 지원도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지원금액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석 저는 칩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에 대한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닉스 칩을 통해 차별화를 이룰 수는 있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카메라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원우이엔지의 경우 줌 모듈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칩을 소비할 수 있는 수량 확보가 가능하지만 저희만 해도 카메라 모듈이나 카메라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 중국산 제품의 공백을 우리가 메울 수 있도록 국산 제품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중 앞으로 중요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나 하이실리콘의 제재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에 있는 몇 천개의 팹리스들이 조만간 경쟁력 있는 SoC를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단지 얼마간의 시간을 번 것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얼마간의 시간 동안 선순환을 일으켜 국산 SoC 보급을 확대하고 적용범위를 다양화하는 한편, 국산 SoC 판매를 통한 수익과 국가적인 지원과 통해 그 다음 버전의 SoC를 만들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관련 업계 모두가 각각의 분야에서 서로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정현 앞서 말씀하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보유한 적은 인원으로 많은 고객사 모두를 서포트하고 생태계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며 응용 API를 지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요 전략회사들과 먼저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지원할 수 있고, 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환경에서 각자가 API를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적용범위가 확장된 차별화한 제품이 많이 생겨나고 판매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2차, 3차 밸류 체인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서병일 국산 SoC 업체의 개발비를 지원하는 것만이 정부 지원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스마트시티 통합관제센터가 잘 구축된 나라가 없잖아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격보다는 품질 좋은 ‘Made in Korea’에 대한 가치를 더 인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더 큰 문제는 업계 스스로가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일련의 공급망 사태 등으로 가격보다는 품질 좋은 국산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서서히 이런 환경이 조성돼 국산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국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수요처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국내 영상보안 산업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이겨낸 SoC 대란 풀 스토리를 들려준 5명의 국내 보안기업 대표[사진=보안뉴스]
‘국산 SoC’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보다 건강한 보안산업 생태계 구축에 노력해야
권 준 이제 간담회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서병일 이렇게 집중해서 대화를 해본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고,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합 차원에서도 여러 번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역할이 서로 다르다보니 이렇게 집중도가 높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산 SoC’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니 제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도 알게 되고, 국산 SoC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원우이엔지 대표로서 뿐만 아니라 한국영상정보연구조합 이사장으로서 향후 역할을 고민하는데 큰 도움을 얻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 ‘SoC’를 생산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거의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영상보안용 센서 개발에도 다양한 지원과 노력이 더해져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원해 봅니다.
김종훈 결국 칩의 경쟁력은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개발환경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센서까지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쉽지 않은 환경이고 어려움이 많지만 아이닉스가 잘 성장하고 다양한 국내 보안업체들과 힘을 합쳐 ‘국산 SoC로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김상석 오늘의 만남은 ‘국내 SoC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을 위한 R&D 투자와 더불어 좋은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에는 좋은 연구인력 확보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안뉴스>와 <시큐리티월드>를 비롯한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소식을 전해주시고, 보안업계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좋은 인재들이 영입되고 오랜 시간 함께 보안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성중 아까 서병일 대표께서 말했듯이, ‘국산 SoC’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보다 건강한 보안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됐으면 합니다. 아직도 외산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조립하거나 간단한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후 재포장해 국산 제품으로 판매하는 속칭 ‘박스갈이(라벨갈이)’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적용되고 있는 법만 제대로 잘 지키는 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도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리라 생각합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우리 기술을 보다 소중히 여기고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황정현 양적이고 질적인 한계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도 숙제지만 저희가 가진 정체성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긴밀한 협력을 가졌던 업체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칩 업그레이드 및 활용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업계와 함께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노력하겠지만 업계에서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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