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민세아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이 외국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이 있었다.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모씨가 유출을 시도한 것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던 3차원 낸드플래시였다. 반도체 세계 1위국의 위상에 금이 갈 뻔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 기술이 유출됐다면 삼성전자가 몇 년간 수십조 원의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무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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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사례와 같은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국내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다. 여기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진 것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이다.
이 계획은 법률이 처음 시행될 2007년 당시 ‘기본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으나 이후 명칭을 ‘종합 계획’으로 변경하고 3년마다 수립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립된 제1차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바탕으로 국가핵심기술을 지정·관리하는 등 해외 기술유출 방지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산업보안 특성화 대학 지원 등 산업보안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산업기술 확인제를 도입해 법률적 소송 또는 기술 분쟁 발생 시 근거로 활용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현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되는 제2차 종합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2차 계획은 ①국가 핵심 기술 관리 및 보호기반 정책 ②산업기술 보호 인적역량 제고 ③중소·중견기업 기술보호 인프라 확대 ④산업기술 유출 대응체계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매년 신규 지정·고시
기존에는 국가핵심기술을 총 8개 분야 47개로 지정해 관리해 왔으나 지난해 11월부터는 국가핵심기술을 9개 분야 61개 기술로 확대했다. 최근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시도가 증가하고 있어 이번 개정·고시에서는 신성장산업인 의료·제조용 로봇을 신설하고 제조 산업의 기반으로 산업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큰 공작건설·기계 등 기계·로봇 분야도 추가로 신설했다. 또한, 수요증가, 국내 독자 기술개발 여부, 시장점유율 등을 반영해 자동차,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 분야의 핵심기술을 신규 지정했고 이차전지, 조선 등의 분야는 기존 지정기술의 범위를 확대했다.
정부는 산업부, 산업기밀보호센터,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산보협)와 함께 매년 국가핵심기술 보호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 지원, 보안 진단 컨설팅, 교육 지원, 기술보증 기금을 통한 금융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기술보호법과 유사한 법률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영업비밀보호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은 첨단 기술 유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재산권 피해를 막기 위한 법이다.
더불어 중소기업청과 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기술보호 전문가 상담과 신고·수사를 연계하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기존 ‘기술보호 통합상담센터’에 신고기능을 추가해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 상담·신고센터’로 개편했다. 이 센터를 통해 신고 초기 단계부터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접수된 기술 유출 신고 건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하도록 했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 대책도 마련
대기업에 비해 보안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돼 있다. 바로 ‘제1차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계획’이다. 이 계획은 산업기술보호 2차 종합 계획과 마찬가지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된다. 이 지원계획은 ①기술유출 사전 예방을 위한 지원 확대 ②기술 유출 피해기업에 대한 사후구제 강화 ③기술보호 분위기 확산 및 기술보호 지원기반 내실화를 3대 중점 추진분야로 선정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기술임치제, 전문가 상담 및 보안 시스템 구축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를 통한 기술분쟁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임치제란 기업의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해두고 유출이나 특허 논란이 생길 경우 해당 기술자료를 활용해 기술개발 및 보유 사실을 입증하는 제도다. 또한, 2015년 12월부터 기술보호 유관부처에 분산된 중소기업 기술보호 상담창구를 일원화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상담센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방위산업기술 보호 5개년 종합계획
방산분야도 이와 유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바로 ‘방위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이하 방산종합계획)’이다. 방산종합계획은 방위산업기술 보호체계의 구축·발전을 위한 단계별 추진방향과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방위산업 관련 기업의 기술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국가안보적·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방위산업기술을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0대 추진 과제와 24개 세부 과제에 대한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산업기술 종합계획이 3년 단위로 수립되는 것과 달리 방산종합계획은 5년마다 마련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된다.
방산 중소기업, 정보보호체계 구축비용 지원
중소기업 중에서도 방산기술을 다루는 중소기업이라면 방위사업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과거부터 방산관련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및 유출 방지를 위해 방사청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또한, 현장의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 개최, 기술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등을 시행해 왔으나, 방산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기술보호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방사청은 2014년부터 산보협과 협력해 방산관련 중소기업에 대해 해킹 관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기술지킴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업체가 정보보호 체계 구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통합 보안장비를 구축해야 하므로, 방사청과 산보협은 업체의 설치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장비 임차료 지원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방산 관련 중소기업 정보보호 체계 구축 지원사업’은 정보보호체계 구축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산관련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및 유출방지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방위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안보 인식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41개 방위산업기술 지정해 보호
정부는 국가핵심기술 이외에도 ‘방위산업기술 지정(안)’을 통해 방위산업과 관련한 국방과학기술 중 국가안보 등을 위하여 보호돼야 하는 기술을 지정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미치는 효과, 해당 분야의 연구 동향, 기술의 중요도·난이도·기술이전 기피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해 12월 지정했다. 이를 위해 공청회뿐만 아니라 방산업체 및 협력업체, 국립과학기술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학계, 법무법인 등이 참여한 7차례의 설명회와 외부 자문위원 및 관련부처·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141개 방위산업기술을 지정했다. 이 지정기술을 유출할 경우 최고 7년형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에서는 방위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제1회 방위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 방위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지난해 6월에 시행된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한 방위산업기술보호 주요정책 및 계획 등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관계 부처·기관 위원 20명과 전문가 위촉위원 5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기구는 방위산업기술보호를 위한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과 방위산업기술 지정안 등 주요 안건들을 심의했다.
[민세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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