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생태계 쌍두마차… 정장 입은 블랙햇, 청바지 입은 데프콘

2026-08-16 17:21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url
기술·인재·자본 순환하는 글로벌 보안 생태계 플랫폼
전설적 해커 제프 모스가 창설한 해킹 학술 컨퍼런스
AI 시대 신종 위협에 맞설 지구촌 방어망 재정립


[보안뉴스 김형근 기자] 과학학술계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라는 두 거두가 존재하듯이 사이버 보안 세계에는 블랙햇(Black Hat)과 데프콘(DEF CON)이라는 양대 산맥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두 개의 대형 보안 컨퍼런스가 연달아 열렸다. 8월 1일부터 6일까지 블랙햇이 무대를 열었고, 다시 이어서 6일부터 9일까지 데프콘이 그 열기를 넘겨받았다.


[출처: 보안뉴스]

매년 8월 초가 되면 화려한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사이버 보안 전문가와 화이트 해커들이 집결하는 성지로 탈바꿈한다.

두 행사는 사흘 남짓 발표와 논문 공유로 막을 내리는 단순한 학술 모임이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기술 공개와 검증, 인재 발굴과 자본 투자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생태계의 거대한 동력원이다.

쌍둥이의 탄생: 전설적인 해커 ‘다크 탄젠트’ 구상
두 대형 보안 컨퍼런스를 탄생시킨 주역은 ‘다크 탄젠트’(Dark Tangent)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전설적 해커 제프 모스(Jeff Moss)다.

1993년 그는 캐나다로 떠나는 동료 해커의 작별 파티를 계기로 소규모 모임을 기획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 해커 축제인 데프콘의 시작이었다.

이어 1997년 제프 모스는 음지에 머물던 해커들의 기술적 지식을 양지인 기업과 정부 기관에 정식으로 전달할 비즈니스 무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기업 최고보안책임자(CISO)와 전문 연구원들이 참여하는 격식 있는 보안 컨퍼런스 블랙햇을 창설했다. 단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두 모임이 세계 사이버 영토를 지키는 두 개의 거대한 바퀴로 성장한 것이다.

정장과 청바지: 확연히 다른 상반된 두 문화
블랙햇과 데프콘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유지한다.

블랙햇은 수천 달러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 비즈니스 컨퍼런스다. 기업의 C레벨 임원, 보안 실무자, 정부 관계자가 정장을 입고 참석한다. 주요 보안 기업들이 대형 부스를 열어 최신 솔루션을 전시하고, 글로벌 보안 정책과 중대한 위협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데프콘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참가하는 자유로운 해커잼(Hacker Jam)이다. 추적을 거부하는 해커 문화의 전통에 따라 현금 결제 방식을 고수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해킹 대회(CTF)는 물론, 자동차 및 하드웨어 해킹, 자물쇠 따기(Lockpicking), 전자 배지(Badge) 해킹 등 자유롭고 실전적인 이벤트가 펼쳐진다.

학술 행사를 넘어 ‘글로벌 보안 생태계’로 작동하는 이유
이 두 행사는 학술 발표회를 넘어 ‘생태계의 중앙 통제실’로 불린다. 우선 기술의 순환이 일어난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제로데이 취약점이 두 행사장에서 공개되되면 세계 빅테크 기업과 보안 업체들은 수시간 내에 보안 패치 제작에 착수한다. 한 번의 발표가 지구촌 전산망의 안전장치로 환원되는 기술 순환이다.

인재의 순환도 일어난다. 독학하던 10대 해커나 독립 연구자가 데프콘 해킹 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하면, 현장에 나와 있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FBI, 글로벌 기업 스카우트 팀이 발탁한다. 잠재적 위협 세력을 국가와 기업을 지키는 화이트햇으로 흡수·양성하는 선순환 통로다.

또 블랙햇 전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CISO들과 벤처캐피털(VC)들이 수조 원대 보안 예산 집행과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짓는 글로벌 B2B 보안 시장의 최대 거래소다. 각국 정부의 사이버보안 보안 수장들과 군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비공식 회담을 갖고, 국경 없는 사이버 범죄 조직에 맞설 국가 차원의 방어 체계를 다듬는다.

8월 라스베이거스의 ┖보안 위크┖: 연쇄 시너지 효과
8월 1일부터 6일까지 블랙햇이 열린 직후, 6일부터 9일까지 데프콘이 이어지는 연속 배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글로벌 보안 연구원들은 주 전반부 블랙햇 무대에서 정돈된 논문과 최신 제로데이 취약점을 학술적으로 발표한다. 주 후반부에는 곧바로 데프콘 현장으로 이동해 실전적인 해킹 시연과 소스코드 검증을 진행한다.

학술적 검증(블랙햇)과 실전적 파괴·보완(데프콘)이 일주일 만에 완결된다.

AI 시대의 사이버 전장: 프롬프트 침투부터 자율 공격까지
최근 두 컨퍼런스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 보안’이다. 과거의 해킹이 소스코드의 허점을 찾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속여 악성 코드를 생성하게 만드는 프롬프트 주입 공격이다.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데이터 포이즈닝(Data Poisoning) 기술이 주요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테스트 환경(샌드박스)을 스스로 탈출해 제로데이 취약점으로 외부 네트워크를 공격한 실제 사례나, 방어자 측에서 AI 모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공격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AI 대 AI의 맞대결 양상이 주요 브리핑 주제로 대두됐다.

음지에서 진화하고 있는 AI 악용 수법을 양지의 방어 기술로 전환하는 최전선 무대가 바로 이 두 행사다.

블랙햇과 데프콘은 음지의 위협을 양지의 기술로 전환하는 거대한 보안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AI를 악용한 신종 위협과 중대한 사이버 공격이 격화되는 시대에 두 컨퍼런스는 단순한 학술 행사의 틀을 깨고 화이트햇 해커를 양성하며 집단 지성으로 글로벌 보안 방어망을 정밀하게 다듬는 핵심 생태계로 작용한다.

블랙햇과 데프콘은 기술 공개, 인재 스카우트, 기업 투자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 플랫폼으로서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글로벌 사이버 보안의 방어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기틀을 제공한다.

[김형근 기자(editor@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헤드라인 뉴스

TOP 뉴스

이전 스크랩하기


Copyright thebn Co., Ltd. All Rights Reserved.

회원가입

Passwordless 설정

PC버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