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7월 3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Fight’이다.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나온 핵심 단어다. 이 사건이 워낙 크고 충격적이라 이번 주는 이 사건 하나만 정리해도 모자라다.
1. 실패한 암살 시도
이번 주말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연설 중 총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저격이라고 하면 링컨이나 케네디 등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사람들이 겪는, 저 먼 옛날에 일어난 사건이어야 하는데 그것이 속보로 떴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두 번째 대통령에 도전하는 트럼프라는 인물이라니, 뉴스 피드를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평온한 주말 오후에 뜬 핸드폰 알림창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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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들은 앞다투어 이 소식을 긴급으로 실었다. 그 소식에 사진들도 여럿 첨부되었는데, 가장 상징적인 것 중 하나는 경호원들이 트럼프를 사방으로 둘러싼 가운데 피묻은 얼굴의 트럼프가 주먹을 불끈 쥐고 버티고 있는 장면이다. 그들 머리 위로는 미국의 성조기가 활짝 펴진 채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라 음성이 지원되지 않지만, 이 때 그가 외친 것은 Fight였다. 경호원에 의해 끌려 내려가기를 거부한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Fight를 외치는 그의 모습은 이 사건의 상징이 됐다.
그날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총소리를 들은 트럼프는 귓볼을 맞은 것으로 전해진다. 희생자는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 중에 나왔다. 한 명은 가족을 보호하려다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고, 두 명은 중태에 빠져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는 20세 청년으로 현장에서 경호원의 반격에 사망했다. 아직도 공격의 동기에 대해서는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가 학창 시절에 역사와 정치 공부에 몰입하고 있었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긴 하다.
2. 실패한 보안 담당 부서의 경호 책임
이 사건과 관련하여 비밀경호국에 대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비밀경호국은 미국의 현재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기관이다. 트럼프가 총에 맞은 순간부터 이 경호 체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FBI까지 나서서 비밀경호국 수사에 나섰다. 그랬더니 비밀경호국 저격수가 범인이 옥상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 총격 20분 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범인은 크룩스(Crooks)를 관심 대상자로 파악한 것은 사건 62분 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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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리하자면 :
- 62분 전에 이미 용의자를 관심 대상자로 식별
- 42분 전에 그 관심 대상자가 거리계를 가지고 있음을 파악
- 20분 전에 그 관심 대상자가 거리계를 가지고 지붕 위로 올라간 것을 파악
- 10분 전에 트럼프가 강연대로 올라가는 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 이라는 순서대로 사건이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 후 그는 여덟 발의 총을 쏘고 사망했다.
물론 사건 발생 후 대응은 좋았다. 크룩스가 첫 총격을 가하고서 경호국 저격수가 그를 맞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초 뿐이었다. 최초 총격 후 11초 만에 크룩스를 겨냥했고, 그 다음 15초 동안 조준하여 그를 맞추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빨랐기에(그래야만 했지만) 크룩스가 왜 그런 짓을 계획하여 실행했는지를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평범한 인물이었고, 그의 부모들도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더러 한쪽으로 치우쳐 누군가를 지지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3. 음모론의 등장
그러자 온갖 음모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좌파와 우파 성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과 시사 분석가들 모두가 그랬다. 한 개인의 일탈로서 발생할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좌측에서는(그러므로 트럼프의 반대편) 이것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트럼프의 강력함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연극 무대였다는 것이다. 그가 생명이 위협받는 와중에 경호원들을 만류하고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손을 불끈 쥔 채 Fight를 외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 상황에서 그런 사진이 나오게 포즈를 취한 게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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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의 사고를 언급하며 비밀경호국이 일부러 허술하게 경호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확히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편에서 자객을 보내고 경호원들까지 매수했다는 뉘앙스로도 읽힐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 공화당 의원은(조지아 주의 마이크 콜린스) 직접 “조 바이든이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한 음모론이 풍성히 등장했다. 위에 언급된 트럼프의 상징과 같은 사진에 여자 경호원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PC에 사로잡힌 비밀경호국이 여성을 우대하여 고용한 탓에 사실상 무능력한 집단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거구의 남성이고, 해당 사진의 여성은 그보다 작다. 경호원이 경호 대상자보다 작아서 방패도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인터넷에서는 이미 악성 밈들이 생성되는 중이다.
이런 ‘음모론’이 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크룩스의 동기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더 미궁에 빠진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그의 가정 환경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을 뿐더러, 크룩스 자신도 그런 것으로 보였다. 그는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동시에 민주당 쪽 한 위원회에 돈을 기부를 하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정치 성향을 보인 적도 없고, 시위에 나선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배후에 조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나, 혼자서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대범한 범죄를 초범이 저질렀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보안과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비밀경호국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군사 훈련도 받지 않고, 더더군다나 총기 사용에 능숙하지도 않은 20세 청년이 그 사람 많고 경비가 삼엄한 곳에서 혼자 거리를 재고 지붕에까지 올라가 총을 겨누는데 비밀경호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거 짠 거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 주체가 트럼프일 경우 ‘자작극’, 바이든을 경우 ‘자객 파견’이라는, 상반된 표현들로 나타나는 중이다. 심지어 수사 결과 현장에서 비밀경호국이 의아한 행보를 보이기까지 했으니, 음모론에는 더더욱 불이 지펴져 있는 상태다.
4. 구호가 바뀌다
이런 혼란한 와중에 트럼프가 Fight를 외치자 지지자들은 “USA”를 연호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두고 ‘공화당의 MAGA 지지자들’이라고 부른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준말이다. 트럼프가 지난 대통령 시절부터 주구장창 주장해 온 것이다. 미국은 위대한 국가이고, 그 위대함을 자랑스럽게 여겨야지 왜 세계에 미안해 하고 돈을 주고 창피해하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여기에 응한 이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적극 모시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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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은 트럼프의 귀에 총알이 스친 바로 다음 날 공화당 연호를 아예 바꿔버렸다. 바로 Fight였다. 트럼프가 밀워키 선거 운동 현장 및 공화당 대회에 나타나자 모두가 한 마음으로 Fight를 연호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공화당과 지지자들은 더욱 연대하게 됐고, 강력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의 강력한 사진 한 방으로 민심까지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한 마디로 연대감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인데, 그 기세를 몰아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부통령이 될 인물까지도 선정해 발표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사람은 노련했다. 이렇게 ‘뭉치자’는 목소리가 강할 때 분열을 말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건 직전까지 서로를 비판했던 트럼프와 바이든은 갑자기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위협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높이 산다고 칭찬했고, 트럼프는 바이든의 논쟁 기술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일단 지금 분위기에서 싸움을 먼저 걸기는 둘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시 싸움(fight)이 시작되긴 해야겠지만, 누가 먼저 언제 시작해야 할지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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