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채용을 앞둔 IT 담당자들에게는 후보자를 고르는 기준이 몇 가지 있는 듯하다. 정식 교육 과정을 어디까지 이수했는지,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근무 경험이 있는지 등이 보편적인 기준이다. 물론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들임에는 분명하지만 절대적이거나 유일한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기준들을 고수할 때 채용에 있어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 역시 그러한 실패를 여러 번 반복한 적이 있다. 필자의 경험 상 최고의 인재는 자기 분야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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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
IT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새로운 업체나 컨설턴트나 동료나 상사가 다가와서 ‘이 새로운 기술 좀 봐라,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라고 당신의 지갑을 열려 하거나 ‘그건 절대로 안 돼’라고 밑도 끝도 없이 윽박지르기도 하는데, 여기에 제대로 대응을 해서 낭비 없이 예산을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연구와 조사가 필수다.
디지털 도구와 서비스가 정확히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으며, 어떤 기대치를 가지고 유지해야 하며, 반대로 어떤 건 할 수 없는지 정확히 알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와 조사를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해서 그 누구보다 이런 소식과 지식들을 풍부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조직에서 뭔가가 필요할 때, 거기에 딱 알맞은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경우도 많다.
물론 우리가 가진 기술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문제에 딱 맞는 기술들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아니, 필요와 목적을 기술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럴 때 연구와 조사를 즐겁게 했던 사람의 경우라면 가장 비슷한 답이나, 어떤 기술과 어떤 기술을 조합했을 때 비슷한 해결책을 낼 수 있다는 답을 제시할 수 있다. 심지어 누가 묻기도 전에 자기 스스로의 호기심에 비슷한 문제를 혼자 고민한 적이 있어 ‘아, 그거 저도 생각해 봤는데요’라고 운을 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이랑 일하는 건 정말 행복하다.
필자의 경험상 이렇게 왕성한 호기심을 자랑하는 직원들은 급박한 변화에도 금방 적응을 하곤 했다. 게다가 어려운 과제에 난색을 표하다가도 금방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자기가 잘 하는 일을 주구장창 시키는 것에 더 불만을 갖게 된다. 루틴한 일보다 새로운 과제를 공략하는 일이 더 많은 IT 팀에서라면 이러한 인재들이 훨씬 더 어울린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제대로 된 문서나 연구 자료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수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자발적으로 굳이 어려운 길을 간 적도 있었고, 타의에 의해서 간 적도 있었다. 그 수많은 시간 뒤에 보람 찬 결과물을 손에 쥔 적도 있었지만 먼지만 남긴 적도 많았다.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경우, 당시에는 입맛이 썼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런 과정을 지나왔던 시간 자체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아무런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연구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 큰 두려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필자가 수많은 실패를 통해 키워낸 강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 없음’이 더 많은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력서에 왕성한 호기심을 표현하고 자랑하기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걸 스스로의 특장점이라고 이력서에 써넣기는 아직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들이 아직 호기심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지금 이력서를 작성해 구직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장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창의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해 본 방법 중 하나는 예시를 드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아이디어와 생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떠올랐으며, 결국 어떤 기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했는지 서술하면서 자신이 충족시켰던 개인적 호기심의 내용을 살짝씩 넣는 것을 말한다. 기존 기술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사용했다든지, 상세 안내도나 설명서를 찾을 수 없는 도구나 기술을 조직 환경에 맞게 응용을 해 적용했다든지 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호기심이라는 양념을 치기 좋다.
호기심을 자랑할 때 주요 메시지는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정도였는데, 나는 호기심 때문에 요구된 범위를 넘어섰고, 그 경험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이다. 물론 이런 메시지를 넣는다고 자동으로 채용이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만 능동적인 인재를 좋아하는 인사 담당자라면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나눠보고 싶을 것이다.
IT의 역할과 호기심
모든 IT 분야에 있어 호기심이 중요한 특성임은 틀림없다. 특히 엔지니어나 아키텍쳐 분야에 있어서 호기심은 더욱 큰 빛을 발할 수 있다. IT 인프라는 회사마다 조직마다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이며, 이 때문에 ‘표준 형태’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들다. 여기다가 각 기업마다 실행하는 사업의 종류와 추구하는 가치관도 다르니, IT 아키텍트들은 매번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딱 맞는 해결책을 구하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IT 아키텍트는 늘 호기심을 가지고 각종 사례들을 연구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IT 구조가 큰 차이를 서로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비슷하거나 응용할 만한 사례들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 CEO이고 회사에 훌륭한 IT 인재가 필요하다면 그 무엇보다 호기심 수준을 알아낼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 : 앤드류 프로흘리히(Andrew Froehlich), 회장, West Gate Networks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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