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등장하면 기존 시장은 자꾸만 파괴되고 재편성 될 것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디지털 변혁에 있어서 코닥은 실패의 대명사처럼 언급된다. 전통적 개념의 필름과 사진 분야의 세계 최강자였던 코닥은, 사실 디지털 필름이라는 걸 출시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자신이 이미 군림하고 있던 시장을 스스로 파괴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다.
[이미지 = iclickart]
코닥은 전통 필름 사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화학 회사를 인수했다. 후발주자였던 회사들이 디지털 필름을 이리 저리 시험해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곧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고, 강력한 카메라 기능을 가진 모바일 장비들이 속속 시장으로 나왔다. 지금의 카메라 소비자들은 ‘코닥’ 대신 ‘애플’을 떠올린다.
애플은 자신이 강자로 있던 시장을 계속해서 파괴해왔다.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처럼 굳어져가고 있던 때, 스스로 아이폰을 만들어 시장을 변화시켰다. 그러한 ‘자기 시장 파괴’의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 가트너의 부회장이자 분석가인 대릴 플럼머(Daryl Plummer)가 한 IT 심포지움에서 한 이야기다. 그런 후 그는 현장에서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코닥이 아니라 애플이 될 수 있을까요?”
잠시 답을 기다린 플럼머는 “(애플의 길을 간다는 건)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를 ‘퓨처프루핑(futureproofing)’이라고 하죠. 다가올 일에 대해 대비하는 건데,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과는 다른 말입니다. 다가올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항상 적응할 준비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다가올 ‘시장 파괴형 디지털 변혁(digital disruption)’을 몇 가지로 압축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언제고 시장을 이끌어갈지 모르니 항상 적응할 준비를 하라는 차원에서 가트너의 예측을 들려준 것이다. 이번 주 주말판에서는 플럼머가 제시한 일곱 가지 미래 기술을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1. 정서 경험(emotional experiences)
물리적인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추적하는 센서 장비들이 꽤나 저렴해진 상태다. 이 현상에 힘을 입은 수많은 조직들이 고도로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플럼머는 2024년까지 감정 상태를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온라인 광고 생태계의 절반 이상을 점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감정을 파악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마케팅과 소비의 영역에서만 활용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인사 관리, 직원 평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응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럼머는 CIO들에게 “직원들과 고객들을 통해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부분들을 늘 눈여겨 보라”고 주문한다. “또한 다면 평가 과정에 감정 상태 항목을 포함시키고, 감정 활용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법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2. 인공지능 예의, 인공지능 신뢰, 인공지능 윤리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로 신뢰해야 하는가? 인공지능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영상은 어떤가? 플럼머는 “인공지능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존의 신뢰 모델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개발자들은 보다 엄격한 기준의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할 것이고, 감사의 규정도 바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뢰와 관련된 사회적 규범도 조금씩 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트너는 2023년 정도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설계자들을 감독할 자기 규제 조직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규제와 감독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G7 국가 중 최소 4개 국가에서 생길 것입니다.” CIO들이라면 인공지능 신뢰와 관련된 프레임워크를 미리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신뢰와 관련된 원칙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결정하는 것을 플럼머는 추천한다.
3. 분산 클라우드
현재의 클라우드 체제가 점점 더 분산 클라우드의 방향을 취하게 된다면, “클라우드에서 일어난 일들의 책임은 점점 더 클라우드 제공 업체의 것이 된다”고 플럼머는 소개한다. 또한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75%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별 다른 소득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보고 있다. “비공개 클라우드라는 건 결국 DIY의 노력을 강조하는 건데, 이게 공공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결국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산 클라우드는 비공개 클라우드(개인 클라우드)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데이터 위치(data location), 데이터 레지던시(data residency)와 같은 개념을 파괴할 것이라고 플럼머는 예측한다. CIO라면 패키지로 제공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들을 알아보고, 지연 속도에 민감한 사용 사례를 조사하며, 클라우드 운영의 경제학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플럼머는 조언한다.
4. 공간의 민주화
사람 한 명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해 필요한 돈은 미국이라는 국가 재정 전체의 4% 정도다. 하지만 궤도에 위성을 띄우는 일에 드는 돈은 30만 달러 정도다. 이 때문에 지구의 궤도에는 수많은 위성들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데이터에는 어떤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가? 어느 나라 법이 적용 혹은 통용되어야 할까?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라면 어떤가? 이런 것들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단순히 저렴해진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들은 위성 경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우주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연결성, 법적 문제들을 새롭게 탄생시킬 것이고, 따라서 경제 체제 자체가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플럼머는 예상한다.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라면 지구 저궤도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5. 증강 인간
사람들의 몸 속에 칩셋을 심고 스토리지 장비까지 이식하는 일이 허다해질 것이다. 이는 기존의 PC 기술과 생태계를 크게 파괴할 것이며, 키보드 대신 뇌파로 조정하는 인터페이스 등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술 전문가들은 ‘라이프 스타일’로서 기술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서의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고 플럼머는 강조했다. “그렇다는 건 컴퓨터 관련 기술에 누구나 접근하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 사회적 기반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6. 바이오해킹(Biohacking)
환자의 음성만으로 진찰을 하고,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 의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아마추어가 약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이게 실제로 이뤄만 진다면 지금의 의약 체계와 의료 서비스 문화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약과 관련된 각종 법들이 습히 수정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CIO는 이러한 사태를 미리 상상하고 대비해,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정보 보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소유권이나 임베드 기술을 통한 향상에 제한을 두는 문제 역시 미리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동 선수들이 몸에 칩을 박은 채 기록을 수립하는 것에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그것이 그런 시대에도 잘못처럼 여겨져야 할까? 허용된다면 스포츠를 무슨 재미로 봐야 할까?
7. DNA 데이터 저장
DNA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법이 수년째 연구되어 오고 있다. 성공할 경우 스토리지 공간에 거의 제약이 없게 된다. “그런 시대라면 디지털 스토리지나 아날로그 스토리지, 데이터 볼륨, 데이터 복제, 오류 관리 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CIO들이라면 지금부터 DNA를 공부한다기보다, DNA에 저장해둘 만한 정보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강력하고, 용량까지 대폭 늘어난 스토리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가장 유익할까? 사업 비용 절감에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을까? 미리 파악하고 예상해두어야 금방 대처할 수 있다.
“이 7가지 미래 기술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계획을 짜십시오. 이 7가지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이 7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미래가 전개될 것은 거의 분명합니다. 더 새로운 뭔가가 나올 지도 모르고요. 분명 시장은 파괴될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것인데, 그 파괴자이자 강자는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플럼머의 설명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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