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착각하는 현실

2006-12-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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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온라인 게임의 역기능 해소에 나서야 할 때


어릴 적에 오락실에서 ‘뿅뿅’거리며 시간가는 줄 몰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스테레오 사운드에 현란하고 실제 같은 등장인물이 나온 것도 아니다. 비교적 단순한 조작이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게임 과정을 외우기도 쉬웠다.

그래서 어떤 오락실 주인은 능숙한 손놀림을 하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일정한 레벨을 넘어서면 차라리 얼마의 동전을 쥐어주며 내쫓기 일쑤였다. 그 아이가 한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오락을 못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그 ‘추억의 오락실’을 지금의 청소년들은 ‘PC 게임방’과 가정에서 컴퓨터로 누린다.

여기서 잠깐 게임 환경의 변천 과정을 되짚어 보자. 1970년대는 학교 앞의 오락기계가 청소년들의 주요한 게임기였다. 물론, 오락실도 있었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단돈 몇 십원에 한 나절을 보내기에는 방과 후 학교 앞이 제격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 ‘오락실’이라는 실내에서 즐기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번창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들렀음직하다. 1990년 후반 이후로 오락실은 거의 PC방으로 대체되었다. 지금도 아주 드물게 동네에서 오락실을 볼 수 있지만 2005년을 지나는 이 시점에서 PC방과 DVD 감상실이 대세다.

예전과 달리 게임 환경과 수준, 게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달라졌다. 게임을 잘하는 실력을 자랑삼아, 특기와 취미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주변 친구들과는 TV 드라마 스토리보다 게임 얘기가 더 진지하고 흥미롭다. 대형 PC방 운영자는 게임 마니아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몇 명을 한 팀으로 클랜(Clan)을 형성해 프로게이머(Pro-Gammer)로 양성하기도 한다.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000년을 전후로 ‘스타크래프트(Starcraft)’라는 게임 열풍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우리나라의 프로게이머 문화를 형성하게 한 결정적인 게임이다. 처음에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나중에는 성인들도 이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했다. 세 종족이 각각의 특성을 갖고 전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일면 단순한 구성이지만 치밀한 전술과 분석 없이는 쉽지 않은 게임이다. 

더 심즈(The Sims)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 캐릭터를 사람이 창조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외형은 물론 내면의 성격과 취미도 설정할 수 있다. 그 캐릭터를 통해서 일상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이 게임의 매력은 인간생활의 온갖 일상의 삶을 게임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먹고, 싸고, 자고 연애하고 애도 낳고 연인을 선택해 데이트도 하고 아르바이트나 전문적인 직업으로 돈도 벌어 물건을 구입하고 집도 꾸며야 하는 등 상당히 지능적인 플레이를 요한다. 물론, 게임의 끝(Ending)은 없다. 2005년 봄에 3차원 그래픽의 ‘심즈 2’가 나오자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반응이 대단하다.

이처럼 게임을 통해 삶의 다양한 형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어려운 논리나 프로그램도 쉽게 이해 알 수 있어 유익한 점이 많다. 예를 들면 각종 퍼즐 게임이나 교육·문답식 게임에서는 상식과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크고, 레이싱, 스포츠형 게임물 등은 여행으로 드라이브하거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유용하다.

그렇지만 때로 내용이 거칠고 폭력과 음화, 도박으로 어지러운 게임에서는 부작용이 크다. 이런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중독이나 아이템 절도·사기, 해킹 등의 위험요소를 수반하는 게 사실이다.

얼핏 보면 게임과 범죄는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하다. 1995년 일본에서 ‘동급생’이라는 게임이 사회문제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게임 상의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한 남자가 현실에서 자살을 한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게임중독자들이 실제로 살인이나 폭력, 사기, 매춘·음란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면서 게임을 따라서 범죄로 치닫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온라인 게임을 예로 보자. 게임 상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해서 다양한 괴물을 잡고 돈, 칼, 갑옷 등을 얻게 되는데 이 게임 아이템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사기 사례가 빈번하다. 수법은 게임 아이템을 판다고 광고한 후 돈을 건네받은 뒤(은행입금 방식)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보다 게임을 잘하는 상대를 찾아가서 칼로 찌른 사건이 서울의 어느 게임방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매춘과 관련해서는, 게임실력이 부족한 어느 여성이 게임 상대였던 남자 게이머를 찾아가 성관계를 맺고는 그 남자 게이머가 가지고 있던 게임 상의 보물, 예를 들어 칼 아이템을 얻은 일도 있었다. 그 아이템이 있어야 게임레벨이 올라가고 고수 게임마니아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게임에 중독돼 죄의식 없이 잠자는 동생의 목을 졸라 죽인 사건이나 즐겨하는 게임에서 강간을 흉내 내어 지하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다 붙잡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독과 혼동은 범죄로 발전하여 스스로도 망가지면서 가족과 사회 일반인을 불안케 하는 크나큰 요인이 되고 있다. 단지 컴퓨터 사용시간을 줄이거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러한 중독, 게임의 역기능과 모방 범죄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스럽다. 게임에서 파생하는 위험성은, 은밀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숙달한 게임을 통해 현실 인식이 희석된 상태에서 행위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불법 인식이 희박하다는 점이고, 더구나 범죄행위를 저지르면서 타인에게 동조·공모하는 것도(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온라인) 게임들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수준이 현실을 구현할 정도로 실제적이고 게임 내용이 점차 인공 지능화하는 요즘 세태에서, ‘영화나 TV를 보고 감정적으로 자살을 하거나, 모방해서 따라하는 정도’보다, ‘무절제한 게임’에서 비롯되는 영향력은 더 크고 무섭기까지 하다. 게임을 절제하지 못하는 이들을 절제시키지도 않고 이를 방관하면서 현실은 점점 혼란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게임 제작자들과 게임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 게임을 생산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즐거운 오락으로도 취급하지 못하는, 현실세계의 우리 인간들 ‘인식과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글: 김연수 IT 칼럼니스트> 
 
[보안뉴스(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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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22:05

제생각엔 게임 1시간을 하면 자동적으로 팅기게 하는게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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