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긴장케 한 한 살인 사건...시민들은 살인자를 추앙...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2월 2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보복’이다. 시리아 반군 사태부터,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 잘 나가던 엔비디아가 갑자기 겪게 된 어려움,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CEO 살인 사건까지 전부 이 ‘보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1. 시리아 반군의 보복 준비
이번 주 외신들은 거의 모든 지면과 시간을 시리아 사태 보도에 할애했다. 그만큼 50년 만에 무너진 아사드 가문의 몰락은 드라마틱했다. 50년 동안 세워진 권력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을 이끌었던 아마드 알샤라(Ahmad al-Sharaa)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마드 알샤라라는 이름보다 아부 모함메드 알골라니(Abu Mohammed al-Golani)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주만에 아사드 정권을 추출한 기세를 몰아 과도기 총리와 정부를 빠르게 확립하고 혼란을 달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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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아사드 정권이 가지고 있던 힘의 근원이 러시아와 이란이었다는 것을 간파한 데 이어, 그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를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것까지 이해하여 단숨에 공격 전략을 세워 실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아사드를 공략한 그는 곧바로 세계 열강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안심하시오, 우리는 극단주의자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동안 시리아 정권은 서방 세계에 적대적이었고, 러시아와 한 패였는데 더는 아닐 수 있다는 말로 걱정 반 근심 반으로 지켜보던 서구 세계 지도자들의 마음까지 급한대로 어루만진 것이다. 물론 시리아가 친미나 친유럽연합 방향으로 급전환할 거라고 예상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알샤라의 영리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시리아 국민들을 겨냥한 그의 메시지에서다. 그가 정부를 몰락시킨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공포 정치의 상징과 같았던 감옥을 개방하고 이전 정부 요원들에 대한 복수를 외친 것이다. 아사드 정권에 대한 사람들의 원망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간 거라고 할 수 있다. 아사드 정권을 도와 고문을 실행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복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상한 낌새를 진작 눈치 채고 해외로 도주했는데, 알샤라는 해외 정부들에 이 자들을 넘겨 달라는 요청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아직 도주 못한 채 시리아 안에 숨어 있는 자들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뉴욕타임즈는 시리아 재건의 노력이 갑자기 피의 보복에 집중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염려 섞인 기사를 냈다. 과거 청산의 중요성이야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열악한 시리아의 상황에서 복수에 에너지를 과도히 집중시키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시리아가 혼란한 틈을 타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와의 분쟁지역이었던 골란 고원에서 군을 운용해 일부 영토를 빼앗았고,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부에 있는 쿠르드족(튀르키예 현 정권의 정적으로, 튀르키예는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정했다)을 잡는다며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둘 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리아 내부를 유린하고 있는 것인데, 알샤라가 제일 먼저 집중해야 할 건 오히려 이런 외부 문제일 것이다.
2. 중국의 대만 응징
얼마 전 대만 총통 라이칭더가 태평양 섬 국가들을 순방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선뜻 미국이 나서서 하와이부터 들릴 수 있도록 했다. 태평양 지역 순방하려면 피곤하니까 하와이라는 근처 지역에 임시 근거지를 마련하고 편하게 일정을 소화하라는 배려였다. 그래서 라이칭더는 하와이에 이틀이나 머물며 하와이 주지사와도 교제하는 등 마음껏 외교 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하와이에 들리지 않았어도 태평양 순방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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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이칭더로서는 미국의 주인 하와이에 들릴 필요가 없었다. 대만은 현재 공식 국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으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 중 대만을 나라로 인정하고 있는 곳은 12개 뿐이다. 그 중 세 개가 하와이 근처에 있다. 마셜제도, 투발루, 팔라우다. 애초에 라이칭더의 순방 일정이 잡힌 것도 바로 이 세 개 국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였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친화적인 나라 미국의 하와이를 방문한다고 해서 얻어갈 것은 없었다는 의미다. 참고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끊기며, 그렇기에 많은 나라들이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불필요한’ 혹은 ‘과도한’ 친절을 대만 총통에게 베풀자 중국이 격노했다. 라이칭더와 같은 반중 분리주의자이자 국가 전복 지도자를 공식 외교사절로 받아들인다는 건 중국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내정 간섭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아무리 중국이라도 미국과의 외교 단절까지는 갈 수 없어 보통은 이렇게 비판과 항의로 끝난다. 물론 미국은 평소처럼 여기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번 주 중국은 대규모 함선들을 동원해 대만 바다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냥 ‘대규모’가 아니다. 수십년 만에 처음 보는 수의 압도적인 전투함들이 등장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대만해협과 서태평양 바다에서 이런 군사적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대만의 목을 죘다. 대만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배들이 90척 정도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이 배들이 대만으로 쳐들어간 건 아니다. 대만의 코앞에서 수많은 배들이 전투 대형을 이리저리 바꾸는 훈련을 하며 시위를 했다. 평소 중국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불편한 일이 있을 때마다 군을 동원해 대만 근처에서 움직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중국은 항상 군사 훈련을 핑계댔었다. 이번엔 아니었다. 대만과 미국이 항의하면 “우리는 군사 훈련을 할 뿐”이라고 답했던 중국이, 이번에 대만이 다시 한 번 항의하자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들의 할 일이란,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것이다. 라이칭더라는 분리주의자가 비공식 지도자를 자칭하며 외교 행위를 하고 있고, 거기에 해외 적대 세력이 응하기까지 했으니 중국으로서는 군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만은 월요일부터 전국이 비상사태다.
3. 엔비디아 투자자들의 보복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가진 기업 엔비디아가 지리한 법정 공방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법원에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물음표가 뜰 수밖에 없다. 지금 주식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다시피 한 엔비디아에 투자한 사람들이 무슨 불만을 가질 수가 있을까? 매일처럼 오르는 엔비디아 주가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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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건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잘 나가기 전이다. 지금이야 엔비디아라는 업체의 핵심 사업 키워드는 ‘인공지능’이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라고 불리는 GPU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수년 전만 해도 이 GPU의 쓰임새는 대부분 PC 게임이나 그래픽 관련 작업이었다. 게이머들과 게임 개발사들이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었다. 높은 GPU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이 유행하면 엔비디아도 실적이 좋아졌고, 저사양 게임이 유행하면 엔비디아도 그저 그런 성적을 내는 구조였다.
그러다가 엔비디아의 GPU들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바로 암호화폐 때문이었다. 강력한 GPU 성능을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심지어 세계 곳곳에서 이런 GPU를 대량으로 돌려 암호화폐 채굴을 조직적으로 하는 ‘팜’까지 만들어졌다. 암호화폐 열기가 막 불어닥칠 때였고, 너도 나도 암호화폐 투자를 해보고 싶어했으며, 따라서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관심도도 급증했다. 지금의 전성기 이전 엔비디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 바로 이 암호화폐 광풍이었다. 당시 중고시장에는 채굴에 혹사되어 성능이 저하된 그래픽카드 매물들이 풀려 구매자들이 상당히 조심해야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주목도가 올라가니 엔비디아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문제는 당시 엔비디아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암호화폐 채굴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 소를 제기한 투자자들의 주장이지,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우리의 수익 모델 중 암호화폐 채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해주었다면 다른 투자 결정을 내렸을 수 있었을 것이고(그 때도 암호화폐의 가치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었으니까), 그랬다면 훗날 있을 암호화폐 가치 폭락 시기에 큰 손실을 입지 않았을 거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고소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항소했고, 대법원에 사건 취하를 요청했다. 엔비디아로서는 주식을 강매한 것도 아니고, 모든 투자에는 손실 리스크가 있는 법이며, 그 손해는 투자자 자신이 지는 게 당연한데 갑자기 일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며 회사한테 책임지라고 떼를 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리가 없지 않아 대법원이 이 항소를 받아들여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이 소는 성립하며, 따라서 투자자들과 엔비디아는 재판을 정식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4. 보험사 CEO 피살 사건
뉴욕 한 복판에서 한 대기업 CEO가 총격을 당해 피살되는 일이 발생했다. 12월 4일의 일이었다. 피해자는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라는 대형 보험사의 CEO인 브라이언 톰슨(Brian Thompson)이었고, 경찰은 한 동안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용의자가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마스크까지 낀 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특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사용된 총기도 등록되지 않았던 것이라 탄환 등을 통해 추적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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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찰은 5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범행 및 도주 당시에 찍힌 CCTV 화면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상점과 거리에 CCTV 화면 속 용의자가 착용했던 옷과 가방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용의자와 같은 차림으로 다니기도 했다. 마치 그를 숨겨주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복장과 용모를 통해 수사를 방해한 것이다. 나중에 용의자가 잡히고 나서 이들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기도 했다.
끔찍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왜 이런 대접을 시민들로부터 받는 것일까? 아직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그래서 공식적인 입장이 보도된 건 아니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인터넷 여기저기에 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걸로 보아 미국인들이 이 회사에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요즘 온라인 공간에 쏟아지는 중이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경우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굉장히 인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며, 실제 경찰도 그러한 이유로 용의자가 보복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주일 만에 잡힌 용의자는 20대 청년이었다. 그것도 아이비리그에 다닐 정도로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었다고 한다. 평소 폭력과 거리가 먼, 온순한 인물이었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시민들은 이 용의자의 이름인 Luigi Mangione을 붙인 온, 오프라인 운동을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가 하면, 그는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를 위한 모금도 진행되고 있다. 얼마나 의료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으면 살인자가 이런 칭송을 듣는지, 타국에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여러 기업의 CEO들, 특히 의료 분야의 CEO들이 바짝 긴장해 있다고 신문들은 보도한다. 경호 업체에 문의가 폭발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도 한다. 총격 사건 발생 후 36시간 동안 70여 차례 이상 상담을 진행한 회사도 적지 않은 정도다. 경비 기업들은 “CEO나 고위급 간부들 중 경호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단히 많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진작 만연했어야 할 인식이 이제야 돌기 시작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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