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국에서 벌어진 일, 해외에서 벌어진 일

2019-08-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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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접하며...
해외에선, IT 기업들이 국가 이데올로기를 규정하거나 평가하는 일 벌어져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한 조씨 가족 때문에 인터넷이 달궈지고 있다. 사건은 며칠 째 진행 중이라, 아직까지도 새로운 사실들이 발굴되고 있는 중이다. 정치에 관심 없는 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보고 있자니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닦아놓아야 할 길은 언제 완성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화제의 인물 그는 자기를 흥하게 했던 바로 그 칼 때문에 그 언젠가의 정적들처럼 망하는 길로 들어설 흔한 정치인인가, 아니면 그저 딸에게 인생을 바친 눈물겨운 아버지인가.


[이미지 = iclickart]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경계를 긋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지혜의 원천이 법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서,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된다. 제각각이다. 게다가 경계라는 건 다른 사람의 것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합의’의 반대말이 곧바로 ‘침범’이 되는 영역이다. 그나마 살을 부대끼며 사는 가족들 안에서라면 그 합의된 선을 굵고 분명하게 완성시키기까지 많은 데생을 할 기회가 있어 ‘부모가 닦아줘야 할 길의 경계선’도 여러 번 그어보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가끔은 그 특권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짐은 쌓여서 지혜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의 길을 아이와 끝없이 설정해갈 수 있는 기회는 일생의 짐이자 축복인데, 그 짐을 오히려 저주로 받아들여 일부러 밤 11시까지 회사에서 테트리스 야근을 하시는 아버님들도 있고, 화난 듯이 집에 들어와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사춘기 아이들도 있다. 이미 자기 편에서의 경계선 측량을 마쳤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혜로 이룬 합의가 아니라 침범을 바탕으로 뾰족하게 그려진 경계선에 안주할 생각인 것이다. 짐이 쌓여야 지혜가 되는데, 그걸 채 경험하지 못한다. ‘나는 내 짐에 충실한가?’ 아직 지혜가 충분치 못한 내가 부모의 길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답은 자문뿐이다.

그 난리 가운데 경계를 고민하게 된 건 다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번 주 보안업계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의 여파일 수도 있다. 하나는 트위터가 홍콩 시위대를 폭력단이라고 지칭하고, 그 메시지를 퍼 나르는 계정 20만 개를 삭제한 사건이다. 중국식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라고, 트위터라는 IT 업체가 전 세계에 규정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자동화 기술로 만들어진 계정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는 근거가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언제부터 IT 회사가 이 시대에 ‘선한 것’으로 통용될 만한 가치관을 정해주는 기능을 갖게 되었을까?

또 다른 사건은 애플, 구글, 모질라 등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IT 업체들이 카자흐스탄 정부가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설치하게 한 디지털 인증서(라고 쓰고 백도어라고 읽는다)에 반대하여 해당 인증서를 차단 목록에 올리고, 카자흐스탄 사용자들에게 인증서를 삭제하고 VPN을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정부의 감시와 검열은 견제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걸 해외 기업들의 주도 하에 이뤄내는 것이 맞는 걸까?

지금이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는 편에 그들이 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대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타국 정부와 맞먹거나 심지어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용인하는 게 옳은 걸까? 그들이 엉뚱한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이데올로기가 엉뚱하다는 걸 알아챌 수는 있을까?

그 마지막 질문이 핵심이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아채는 것부터가 내 경계선을 분명히 긋고 지키는 것의 시작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걸 늦지 않게 알아채려면 지금 주어진 짐을 충실히 져봐야 한다.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게 옳으니 트위터의 실력 행사 역시 옳은 것이라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이런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친중 공산주의자들이나 할 법한 일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건 짐을 지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의 감시는 무조건 나쁜 것이니, 다른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좀 세게 나가도 어쩔 수 없다고 빠르게 수긍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답은 다시 자문이 된다. ‘나는 내 짐에 충실한가?’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알아볼 지혜가 오늘의 짐을 통해 싹트고 있는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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